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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앤스터디 지식메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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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땅을 밟고, 신선한 풍경을 보고, 자극적인 음식의 풍미를 즐기고, 다른 눈동자 색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몇 시간이면 금세 낯설면서도 익숙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여행의 매력은 단지 가까운 곳에 편하게 다녀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몰랐던 골목, 산, 바다, 길 사이사이에 숨겨진 매력이 보석처럼 빛나는 것, 그것이 국내여행이다. 그중에서도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떠나 줄지어 순식간에 관람하고, 단체로 움직이며 기념사진 찍느라 바빴던 경주는 학창시절만의 추억이 아니라는 듯 그 자리에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며 우뚝 자리하고 있다.
 통일 신라의 유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주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다. 도시 곳곳 봉긋이 솟은 고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생활에 치였던 마음이 고즈넉해진다. 이름만 들어도 인상이 떠오르는 불국사, 다보탑, 안압지, 첨성대 외에도 지금은 터만 남아 볼품 없지만, 분황사도 경주에서 꼭 들름 직한 곳이다.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 경주로 떠나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싶다. 삼국유사에 쓰인 이야기들로 그 시절 일어났던 일을 상상하며 경주 곳곳을 누비는 것도 색다른 여행이 될 것이다.
분황사는 신라 천 년의 수도 경주의 일곱 가람 가운데 하나였던 곳이다. 왕족 출신의 승려 자장(慈藏)이 중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선덕여왕의 후원 아래 한껏 멋 부려 지은 절. 그러나 그 같은 위용이 분황사를 찾게 하는 까닭은 아니다. 칠대가람으로 꼽히던 분황사의 위용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분황사는 경주를 보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반월성과 황룡사 터 그리고 분황사는 경주를 관광하는 사람들에게 자칫 실망을 안겨 줄지 모른다. 허허벌판에서 덤덤한 인상만 남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본 만큼 곧 알게 될 것이다.
건물, 탑 무엇하나 성하지 않은 분황사. 상상의 설계도를 그릴 수밖에 없다. 쓰러진 전각을 세우고 탑을 일으키고 담을 둘러쳐 보자. 거기에 어떤 형상이 떠오르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자. 거기에 옛 신라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상상한다. 일연의 삼국유사에서 옛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분황사의 절절한 이야기 중 희명의 이야기가 있다. 신라 경덕왕 때 살았다고 하는 여자 희명. 그녀의 다섯 살배기 딸이 갑자기 시력을 잃는다. 삼국유사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어미는 아이를 안고 분황사 왼쪽 전각의 북쪽 벽에 그려진 천수대비 앞으로 갔다. 노래를 지어 아이에게 기도하게 하였더니 드디어 눈이 떠졌다는 것이다." 천수대비는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지고, 두루 세상을 살펴보면서 어려운 곳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는 관음보살이다. 희명의 모정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분황사와 깊은 인연이 있는 또 다른 이는 설총. 설총이 아버지 원효 스님의 얼굴상을 만들어 이 절에 모셔놓고 때때로 예불을 드리러 갔더니 어느 날 그 얼굴상이 아들을 향해 살짝 돌아보더란다. "지금도 바라보는 모습 그대로". 누가 얼굴을 돌려놓은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되었던 것. 아버지는 아들의 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설총은 아버지 원효가 죽자 유해를 잘게 부숴 얼굴 모양 그대로 만들고 분황사에 모신다. 원효 소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의 생을 마칠 때까지 아비를 모셨다. 지금 소상은 어디 갔는지 알 길 없지만, 분황사에는 원효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분황사 석탑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새로운 지식을 쌓은 기분이다. 삼국유사를 읽으면 경주 곳곳의 유물들을 탐방하는 재미가 더해질 것이다. 좋은 여행의 기록으로 남을 삼국유사와 경주, 잘 어울리는 가을의 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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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강의 고운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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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heyleeyu (heyleeyu@artnstud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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