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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앤스터디 지식메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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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다. 화살을 가지고 다니며 날개가 달린 소년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영어의 큐피드(Cupid) 뿐만 아니라 로마의 아모르(Amor) 역시 에로스를 일컫는 말이다. 큐피드가 쏜 화살을 맞은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사랑의 신'으로 태어나서였을까. 얄궂게도 에로스의 탄생 신화는 무려 일곱 가지나 된다. 그 중엔 에로스가 불륜의 사생아로 나오는 것도 있고, 혹은 남녀추니(남자와 여자의 성징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사람)가 된 형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막장 드라마 주인공으로도 손색이 없을 법하다. 에로스가 지금 태어났다면, 그리고 우연한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면, 부모를 찾기 위해 DNA 검사를 거쳐 친부확인소송을 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제부터 에로스의 '부모 찾아 삼만리' 여정에 동참해 보자.
에로스의 일곱 가지 탄생신화
에로스의 탄생신화는 플라톤의 『향연(Symposium)』과 키케로의 『신들의 본성(The Nature of the Gods)』 두 권의 책에 아래와 같이 나와 있다.
① 카오스(Chaos)로부터
② 닉스(Nyx)가 바람의 정기로 낳은 알에서 태어났다.
③ 포로스(Poros)와 페니아(Penia) 여신의 아들
④ 이리스(Iris) 여신의 아들
⑤ 헤르메스(Hermes)와 아르테미스(Artemis)의 아들
⑥ 헤르메스(Hermes)와 아프로디테(Aphrodite)의 아들
⑦ 아레스(Ares)와 아프로디테(Aphrodte)의 아들
첫 번째, 카오스는 '텅 빈 공간' '혼돈'을 뜻하는 단어지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태초의 신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리스인들은 카오스에서 만물이 시작되었다고 믿었다. 에로스가 카오스로부터 태어났다는 가설은 그리스 신화 태초에 남신과 여신의 결합이 자주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신이 존재해야 남신과 여신이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카오스 아들로서의 에로스는 남녀의 애정을 주관하는 '사랑의 신'이 아닌 '결합과 생성의 에너지'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밤의 여신인 닉스가 어둠의 신이자 카오스의 아들인 에레보스(Erebo)와 결합하기 위해서 사랑의 신을 필요로 했다는 가설이다. 그래서 닉스가 에로스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카오스와 닉스로부터의 탄생신화는 에로스에 대한 논리적 설명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에로스가 포로스와 페니아의 아들이라는 신화는 풍요와 결핍이 공존하는 사랑의 속성을 기가 막히게 대변해준다. 포로스는 풍요의 신이고 페니아는 결핍의 신이다. 즉, 언제나 배부른 포로스와 늘 굶주리는 페니아는 극명히 대비되는 신인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생일파티가 열린 날, 포로스는 일찌감치 참석해 배부르게 먹지만 페니아가 도착했을 때는 음식이 다 떨어진 뒤였다. 배부르게 먹고 곤히 잠든 포로스를 본 페니아는 결국 그를 범한다. 포로스와 결합하면 더 이상 배를 곯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디오티마는 에로스가 페니아와 포로스의 아들이라고 주장했다. 풍요와 결핍의 산물인 에로스가 채워지지만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포로스와 페니아의 에피소드에서 한때 90년대를 풍미했던 '풍요 속 빈곤'이라는 노래 제목이 떠오르는 분들이 있다면 필자는 매우 반가울 것이다.
유전이냐 가계도냐
네 번째, 에로스가 이리스 여신의 아들이라는 가설은 키케로의 『신들의 본성 The Nature of Gods』에만 등장하는 신화로 일곱 가지 탄생 신화 중 가장 설득력이 떨어진다. 에로스가 이리스를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외치며 홍길동처럼 통탄할 일은 없을 듯 하니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와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의 아들이라는 다섯 번째 가설 역시 학자들 사이에선 천대받고 있다. 왜냐하면 아르테미스는 헤스티아, 아테나와 함께 3대 처녀신이기 때문이다. 시집도 안간 처녀가 애를 낳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여섯 번째 가설은 학계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헤르메스가 전령의 신이고 아프로디테가 아름다움이자 사랑의 신이기 때문이다. 에로스가 헤르메스로부터는 전령의 능력을, 아프로디테로부터는 사랑의 능력을 물려받았다고 보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쏙 빼닮은 아들 '사랑의 메신저' 에로스, 너무 자연스럽고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아기의 눈은 부리부리한 아빠를 닮고 코는 오뚝한 엄마를 닮는 게 세상의 이치고 당연지사일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가계도를 봤을 때 에로스가 둘의 아들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는 양쪽 부모의 이름을 딴 헤르마프로디토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아프로디테의 미모를 물려받아 굉장한 미남이었다. 그는 15살 때 카리아 지역의 호수에서 물을 마시게 되는데 호수의 요정 살마키스는 첫 눈에 그에게 반한다. 살마키스는 사랑을 고백하려 호수에서 튀어나왔지만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혼비백산해 도망친다. 상심에 빠진 살마키스는 사랑하지 못할 바에야 그와 영원히 한 몸으로 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녀의 기도는 이루어져 살마키스가 헤르마프로디토스의 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헤르마프로디토스는 남자와 여자의 성징을 둘 다 가지고 있는 '남녀추니'가 된다. 따라서 사랑의 신인 에로스가 남녀추니인 헤르마프로디토스라는 형을 가졌다는 것은 상징성과 가계도를 고려할 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계도를 가장 중요시 여긴 것이 바로 일곱 번째 가설이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오랜 기간 동안 열정적으로 사랑을 불태웠다. 그러나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축복받을 수 없는 불륜 관계였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세 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첫째 아들은 공포의 신 포보스(Phbos) 였고 둘째 아들은 근심의 신 데모스(Demos) 였다. 불륜에 대한 공포와 근심의 감정이 자식들에게까지 여실히 전달됐던 것이다. 하지만 자식까지 낳으며 살다 보니 얼굴이 두꺼워진 탓일까. 아니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식의 편리한 사고방식을 받아들인 걸까. 세 번째 자식은 조화의 여신 하르모니아(Harmonia) 가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에로스가 하르모니아에 이은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4번 째 자식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말한다. 첫째부터 막내까지 '공포 → 근심 → 조화 → 사랑'의 자연스러운 가계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즉 공포, 근심, 조화가 어우러져 사랑이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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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에로스의 일곱 가지 탄생 신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랑의 신' 에로스의 부모는 과연 누구일까? 일곱 가지 탄생 신화 중 어느 것이 더 적절하고 설득력 있어 보이는가? 에로스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관심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가 아무리 흥미진진하다 해도 에로스가 누구의 아들인지 보단 '사랑의 신'이 누구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을지 더 궁금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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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uwindow (uwindow@artnstud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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