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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앤스터디 지식메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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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건 없다."
"돈으로 사지 못 하는 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 태어나 살면서 저런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친구들끼리의 수다에서 누군가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며 비아냥거렸을 수도 있고, 돈 좀 벌었다는 친척 어른 중에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듯 한 눈에도 비싸 보이는 명품 시계를 찬 손목을 요란하게 흔들며 떠벌렸을 수도 있다. 비단 일상 생활뿐 만이 아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 미디어와 매체에서도 꼭 한 두 번씩은 약방의 감초처럼 출현하는 대사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없다고 말한다. 집이나, 차, 음식 같은 유형의 재화는 말할 것도 없고 권력이나 명예, 욕망, 같은 것은 물론 자존심, 사랑 같은 인간의 감정까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그 사실을 듣거나 보면서 느끼는 씁쓸함은 난 그럴 돈이 없다는 자괴감뿐만 '이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건 없다.' 라는 논리가 진실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서가 아닐까.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고 못 하는 일이 없다. 돈이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별로 없는 신부는 돈으로 부케 받을 친구와 하객을 구할 수 있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외톨이도 돈만 있으면 최고의 인기남이 될 수 있다. 돈은 모든 관계를 편리하게 해결해준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선물과 뇌물이 횡행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랑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돈의 법칙이 성립할까. 아무리 사랑조차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지만 아직까지 사랑만큼은 지고지순하고 순수하며 더럽혀지지 않은 성역 안에 존재하고 있을까. 과연 돈이 없어도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까.
돈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뇌물?
 사회 구성원으로서 관계를 맺기 위해선 물질적인 대가가 필요하다. 플라토닉 러브와 정신적 교감, 의리와 우정 등의 조건만으로 관계를 맺고 지속시킬 수 있을 만큼 자본주의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대가는 선물 아니면 뇌물 둘 중의 하나라고 혹자는 얘기한다. 즉, '대가를 바라고 얘기를 하던가, 대가 없이 주든가' 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주는 작은 사탕 하나, 문을 열어주는 사소한 배려, 따뜻한 말 한마디 조차도 뇌물 아니면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철학자 강신주는 돈 많은 사람을 사랑한다는 맥락은 정확히 뇌물이라고 얘기한다. 돈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따뜻한 미소나, 살가운 말투는 그 혹은 그녀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 주는 뇌물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의 관계에서 주고 받는 것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물의 성격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돈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행위는 그 사람의 '돈', 즉 대가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뇌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즉,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조차도 무언가를 준다는 의미는 대가를 바라거나 대가를 바라지 않거나 두 가지 성격 중의 하나인 것이다.
선물과 뇌물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물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흔히 마트나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에서 행해지는 사은품 행사를 예로 들어보자. 어떤 물건을 살 경우 다른 상품을 덤으로 하나 더 주는 이벤트나 행사는 요즘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마케팅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를 사면 자전거를 선물로 준다고 하자. 이 자전거가 정말로 그들의 말대로 선물일까. 정확히 말하면 이 자전거는 뇌물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냉장고라는 상품을 사는 대가를 바라고 주는 자전거는 선물이 아닌 뇌물이다.
교환의 체계가 정립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선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친구끼리 밥을 사는 행위 역시 뇌물의 관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한다. 친구A가 B에게 밥을 한 번 샀다. 처음에는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당연히 사 줄 수 있는 마음이 들 것이다. 친구니까. 하지만 그런 일이 두 번, 세 번 반복된다면 A는 슬슬 B를 만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워 질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B가 A에게 밥을 샀을 때 A가 안도하거나 기뻐한다면 이는 A와 B 사이에 교환의 관계, 즉 뇌물이 오고 간 것이라 할 수 있다.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는 '뇌물의 날'
교환에 너무나 익숙해진 자본주의 사회에선 선물을 준다는 게 사실상 힘들다. 흔히 우리가 쉽게 얘기하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라는 말은 실상은 무시무시한 표현인 것이다.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역시 사랑의 날이 아닌 뇌물의 날이라고 볼 수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렛을 주는 발렌타인데이가 있으니까 그 후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화이트 데이가 생긴 것이다. 초콜렛을 받 은 사람은, 그것을 준 사람에게 사탕을 주는 정확한 교환의 체계라 말할 수 있다. 생일 선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주면 그 친구는 나에게 그와 비슷한 금액의 생일 선물을 준다. 서로 선물이라고 말하면서 주지만 그것은 선물이 아닌 뇌물인 것이다.
인간의 감정 중 가장 순수하고 위대하며 고매한 사랑조차 뇌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자본주의와 돈의 힘. 우리는 정말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걸까. 돈으로 사랑도 살 수 있는, 사랑도 뇌물로 전락시킬 수 있는 그런 세상 속에서 돈의 참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이상은 그의 소설 『날개』에서 돈이 가진 힘을 잘 그려낸다. 그는 인간의 관계를 한 순간에 허물어버릴 수 있는 돈의 무서움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오늘밤에 외출하고 싶었다. 그러나 돈이 없다. 나는 엊저녁에 그 돈 오원을 아내에게 주어버린 것을 후회하였다."
- 『날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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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uwindow (uwindow@artnstud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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