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고의 전설 이야기
어느 날 마고의 한 사람이 배가 몹시 고픈 나머지 소(巢)의 난간 넝쿨에 매달린 포도열매를 허겁지겁 먹었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귀가 윙윙거리고 혀가 아려오고 온 몸의 피부가 가렵고 코가 맹맹해졌다. 온 세상이 색색으로 물들어 있고, 꽃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귀에는 물 흐르는 소리와 새의 노래가 들려왔다. 놀라운 경험을 한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포도를 권했고, 포도의 다섯 가지 맛을 알게 된 사람들은 번잡하고 사사로운 욕망과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오미(五味)의 변(變)"이다.
이에 마고성의 사람들은 포도를 먹지 못하도록 금지하기에 이른다. 포도를 먹은 이들 뿐 아니라 포도를 먹지 못하도록 지키는 이들도 율려에 의존하여 살 수 없게 되었고 사람들은 유한한 육체의 한계 속에 갇혀 육체의 감각인 오감에만 의존해서 살아야 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시기하고, 불신하고 다퉈 세상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이에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황궁씨와 그 아들들이 돌을 통해 율려의 음을 울려 오감과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마음을 다스려서 율려를 회복하는 일을 도왔다. 마침내 만물이 평정을 되찾고 사람들의 괴상한 모습이 점차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 율려 사상과 여성
신라의 박제상이라는 재상이 쓴 부도지(符都誌)라는 책을 보면, 1만4천년 전 인류의 시원은 마고성이었고 이때 율려가 세상을 지배했다고 쓰여있다. 즉 소(巢)라고 하는 높은 곳에 올라가 하늘의 성과와 일월의 움직임, 우주의 변화를 보는 것이다. 이러한 하늘의 움직임에 맞춰 땅과 인간을 다스렸다. 이때 마고는 할머니 신으로서, 이는 인류 시원의 사회가 모계사회임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의 ‘팔려사율’(八呂四律), 그리고 율려에서 여율로의 변화를 통해 우리는 여성성을 뜻하는 呂가 남성 중심의 律을 앞서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율려 전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성 중심적 입장이며, 그만큼 우리나라 고대는 중국과 달리 가부장제의 지배가 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 율려 사상의 연구는, 현대 한국 여성학의 새로운 지표를 세우는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