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종과 주역
중국은 율려를 자신들이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중국 황제 때 곤륜산맥 남쪽 해곡에서 대나무 마디를 끊어와 그 마디에 맞춰 곡식 기장을 한 매듭 안에 담았다. 그리고 이것을 도량형으로 정한다. 우주천지의 자연적 변화, 즉 대의 굵기와 매듭의 길이에 따라 사회와 삶의 가치기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율관, 관악기로 만들고 이 길이와 굵기를 지키게 했다.
이 전통이 내려오면서 서구의 12음계에 중심음(도)이 있듯 12율려에도 중심음이 있어 왔다. 그 중심음이 황제 이후에는 12율려 중 황종(黃鐘)이라는 것이고, 그 이치를 밝히는 이론의 밑바탕에는 주역(周易)이 있다.
주역은 우주 만물의 변화를 다루는 사상이다. 우주의 질서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며, 그 변화의 모양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율려이다.

▶ 율려에서 여율로… 여성성 중심의 우주 변화
1879년에서 1885년 사이에 충청도 연산의 김일부라는 분이 허공에서 정역팔괘(正易八卦)라는 것을 본다. 이것은 기존의 주역과는 다른 새로운 역학이라는 것이다. 그 정역에 의하면 새 시대의 음악은 율려가 아니라 여율이다.
律 위주의 율려에서는 황종이 중심음으로서 밝고 크고 높은 소리가 나고, 呂 위주의 여율은 낮은 소리가 난다. 처음 律 중심이었던 율려는 신라 때부터 모든 궁중행사에서 황종이 아닌 협종을 중심음으로 연주되었다. 이는 곧 우주 자체가 남성성에서 여성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律을 중심으로 한 군자의 시대에서는 시시하게만 여겼던 인간의 희노애락, 섬세함, 여성적이고 가정적인 것들 전부가 바로 呂이다. 앞으로 呂를 중심으로 율려를 편성하는 새로운 음악이 계속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