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봉건제와 그 영향
여성 차별의 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문명사를 통해 예부터 계속 있어왔다.
특히 중국은 가부장제, 장자 세습제, 봉건제 등 제도적으로 여성에 대한 핍박이 심했다. 중국의 봉건 제도가 고려 말부터 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유입되었지만, 통일 신라 이후에는 봉건제의 잔재가 부분적으로 남아있지 정치 구조나 행정 제도 자체가 전적으로 봉건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 한 양반 가문의 사례 분석
삼 백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 차별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가 발견되었다.
임진왜란 때 공헌이 컸던 안동의 한 양반 가문의 묘에서 편지가 발견되었는데, 놀랍게도 여기서 부인이 남편을 ‘자네’라고 부르며, 또 남편은 처가에 들어와 살고 있었다.
후대에 와 학자들이 선조들의 족보를 토대로 제사 지내는 집안의 법도, 원칙, 전통 등을 조사해 본 결과, 제사 순서나 재산 분배 등에 있어서 여성들이 차별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이 사례만으로 그 시대 전체가 그랬다고 볼 수는 없지만, 평민이 아닌 양반 가문에서의 일이라는 것은 특히 주목할 만 하다.

▶ 고대 문예 부흥을 통한 새로운 여성학 모색
현대에 들어와 페미니즘의 발전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동양학을 배경으로 한 여성학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는 대개 유럽의 주류 사상을 쫓지만 우리나라의 고유한 생성론, 생명철학은 오히려 유럽의 비주류 사상, 이를테면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베르그송, 들뢰즈 등의 사상과 흡사하다.
화랑세기에 대한 책이나 고려 속요 등 고대 자료를 보면 고대 사회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신라의 미실은 화려한 스캔들로 잘 알려져 있는데, 당시에는 미실 뿐 아니라 보통 왕비들 사이에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찾아볼 수 있다. 고대는 고대 나름의 특징적인 남녀관, 세계관, 국가관이 있으며 그것은 현재의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새로운 질서를 보여준다.
얼마 전 중국의 동북공정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는 고대 문예 부흥을 통해 고대를 새롭게 이해하고 파악하는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근대적 유럽 사상, 타 문화권의 역사가 아닌 우리의 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우리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자세를 가질 수 있으며, 더 창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대를 고대로부터 끌어오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