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을 비롯한 여러 공동체주의자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경시하지 않고, 다만 “극단적인 개인화가 오히려 자유의 가능성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고 한다. 또는 공동체주의자 스스로는 자신들이 인권이나 자유를 부정하지 않고, 단지 자유주의와 다르게 볼 뿐이며 자유주의가 말하는 선택적 자유보다도 자신들이 말하는 목적적 자유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동체주의가 공동체적 가치를 증진하고자 하면 무엇보다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령 음주 측정, 마약 검사, 전국민 ID카드, 엄격한 총기규제 등을 주장하는 공동체주의자도 있지 않은가? 샌델도 그 비슷한 주장을 한다.


샌델이 대학 입학의 소수 집단 우대 정책을 비판하거나 복지 정책을 비판하는 것 등을 그런 극단적 개인화에 대한 경계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런 정책이 왜, 어떻게, 극단적 개인화라는 것인가? 샌델의 사례 어느 것을 보아도 그렇게 경계해야 할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공동체주의를 굳이 주장해야 할 실제적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게다가 목적에 따른 정의론이라는 것이 정의에 대한 어떤 기준을 보여주지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흔히들 공동체주의는 집단주의나 국수주의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샌델은 “삶과 역사를 공유하는 시민의 행복을 추구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는 이유에서 이민 제한 정책에 찬성하는 듯이 보인다. 이는 샌델만이 아니라 같은 공동체주의자인 월저 등도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민의 제한을 주장하는 것을 극단적인 개인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민이나 복지가 극단적 개인화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는가?

이 강의는 그러한 의문에서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공공철학>,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민주주의의 불만>, <완성에 반대하는 이유: 유전자 공학 시대의 윤리> 등의 저서에 나타난 법과 정책 및 판례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