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는 1632년에 태어나 1677년에 죽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존했던 기간은 불과 45년 남짓이다. 이렇게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는 인류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사상적인 업적을 남긴다. 오랫동안 정설로 여겨져 온 그리스도교적 신(神)관을 정면 비판하며 자연을 신의 반열에 올려놓았으며, 데카르트의 초월주의를 심도 있게 비판하여 오늘날 근대비판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러한 스피노자의 사상은 현대철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질 들뢰즈, 루이 알튀세르 등 많은 프랑스 철학자들은 스피노자를 선구적으로 재해석하며 ‘스피노자 르네상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었고, 사르트르의 경우 ‘나는 스피노자이면서 스탕달이고 싶다’라고 하기도 하였다.

『에티카』는 스피노자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대작으로 평가되는 책으로, 1675년 완성된 유작이다. 스피노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출간된 이 저작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초월적 신에 대한 거부이자 내재적 철학인 범신론, 인간의 자기보존 욕구라는 욕망의 생성과 긍정, 예속의 힘에 맞선 자유인의 역량에 기초한 인간해방의 가능성, 증오를 극복한 가능성의 연대 등, 이 저작은 21세기가 스피노자의 시대일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명저인 것이다.


손기태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첫 장을 열어본 사람들은 이 책을 난해하고도 무미건조한 책이라고 여긴다. 각종 개념과 증명들은 더더욱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 안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향한 스피노자의 뜨거운 열정을 만나게 된다.

그는 사람들이 어째서 욕망에 흔들리고 예속된 삶을 살아가는지,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고자 했다. 『에티카』를 통해 욕망과 자유에 대한 스피노자의 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