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감옥에 갇힌 감성
명나라 말기, 나이 오십에 스스로를 한 마리 ‘개’에 비유한 사람이 있었다. 그림자를 보고 짖는 다른 개들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짖었던 개, 그가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경전의 교리에만 매몰되어 있던 당시 지식인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였다.

공자의 이름으로 모든 것이 행해졌던 시대, 공자의 이름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혹세무민’ 죄를 뒤집어쓰고 이탁오는 감옥에 갇혔다. 이탁오라는 인물로 상징되는 자유로운 인간의 감성이 이성의 감옥에 갇혀버리게 된 것이다.

교조적 이론의 틀에 얽매인 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에서 그는 ‘이단’이라 불렸으나 그는 그 ‘이단’이라는 이름을 거부하지 않았다. 75세 나이에 그는 감옥 속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그의 책 『분서(焚書)』와 『장서(藏書)』는 그의 예언대로 불태워지고 감춰졌으나 그의 사상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통치자들이 두려워했던 이단의 언어들 역시 여전히 살아남았다.

언제나 열렬한 찬사와 날카로운 비판의 중심에 서있었던 그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말하면서 경계를 넘나든 자유인이었다. 그는 또한 ‘이야기’의 힘을 믿었으며, 개인의 욕망이나 자유에 대해 긍정적 시선을 보낸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불태워 뜨거운 이름을 남긴 인간, 이탁오와 그의 책 『분서』에 대해 소개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