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안은 어둡고 흐릿했다. 담배 연기와 취기로 가득 찬 공간에서 두 남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한 명은 턱수염이 가득한 노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매끈한 대머리에 안경을 쓴 중년의 남자였다.

"그러니까 당신이 미셸 푸코라고? 당신 말로는 내가 죽은 후 2400년 뒤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소크라테스가 와인 잔을 기울이며 물었다.

푸코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네, 그렇습니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시간의 역설 같은 건 어차피 둘 다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니 일단 넘어갑시다. 당신이 내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아테네 전체가 아는 일이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새로운 신을 들여왔다는 죄목이라네." 소크라테스는 담담하게 말했다.

"흥미롭군요. 당신은 결국 독배를 마시게 됩니다. 그런데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따르면, 당신은 자신이 아는 것이 없다는 걸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더군요. 무지의 자각, 참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지혜의 시작일 뿐이네. 내가 지식인들을 찾아다니며 질문을 던진 이유도 그것이었지. 그들이 무언가를 안다고 주장할 때, 나는 그것이 정말로 앎인지 물었을 뿐이야."

푸코는 안경을 벗어 천천히 닦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 둘은 만납니다. 나는 지식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 평생 연구했죠. 당신의 방법론은 매우 전복적이었습니다. 권위자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지식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냈으니까요."

소크라테스가 눈썹을 찡그렸다. "권력이라고? 나는 그저 진리를 찾아다녔을 뿐인데."

"진리와 권력은 분리할 수 없습니다. 당신 시대의 아테네에서 '앎'을 주장하는 것은 곧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소피스트들은 수사학으로 민중을 설득했죠. 그들은 '알고 있다'는 주장으로 권위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나는 모른다'고 말함으로써 그 권력 구조 자체를 흔들었어요."

소크라테스는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시고 생각에 잠겼다. "흥미로운 해석이군. 하지만 난 그저 개인이 스스로 생각하길 바랐을 뿐이네. 자신의 영혼을 돌보라고 말했지."

"바로 그겁니다. 자기 돌봄, 자기 배려(self-care)의 기술. 내가 말년에 집중했던 주제죠. 당신은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 신전의 격언을 철학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자기 테크놀로지'라고 불렀죠."

"테크놀로지? 그게 뭔가?"

"쉽게 말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기술입니다. 당신의 철학적 대화법, 즉 산파술은 상대방이 스스로 진리를 발견하도록 돕는 자기 테크놀로지였죠."

소크라테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자네는 정말 이상한 말투를 쓰는군. 하지만 그 말투 뒤에 지혜가 느껴지네. 계속하게."

푸코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 시대와 제 시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실의 체계, 즉 '에피스테메'가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고대 그리스에선 진리는 초월적인 것이었죠.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하지만 현대에서 진리는 담론과 권력이 만들어낸 효과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자네가 말하는 진리란 단지 권력자들의 주장에 불과한가?"

"그렇게 단순하진 않습니다. 진리는 권력 관계 속에서 생산되지만, 동시에 그 권력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기도 하죠. 우리는 진리의 체제 속에 있습니다. 이 체제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 작동 방식을 분석하고 저항할 수는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흠, 그렇다면 내가 아테네인들에게 했던 일은..."

"권력-지식의 네트워크에 균열을 만든 겁니다. 당신은 끊임없이 질문했죠. '정의란 무엇인가', '용기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당신이 독배를 마시게 된 이유고요."

"그렇군. 자네의 관점에서 보면 내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갖나?"

푸코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그것은 권력이 진리에 대한 질문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당신의 죽음은 역설적으로 당신의 방법론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증명합니다. 아테네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성찰하는 목소리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웃음을 지었다. "재밌는 해석이군. 하지만 내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다르네. 나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아니면 그저 영원한 잠일 수도 있고. 두 경우 모두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

"당신의 그 태도가 2400년이 지난 후에도 철학자들을 매혹시킵니다. 죽음 앞에서의 평정,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를 향한 결단적 선구'와도 통하는 부분이죠."

술집의 주인이 다가와 술을 더 따라주었다. 두 철학자는 잠시 침묵 속에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푸코, 자네 시대의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나?" 소크라테스가 물었다.

"우리 시대에는 '우리는 어떻게 주체가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인간이 특정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고, 느끼도록 만들어지는지 말이죠. 당신이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는 주체성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아는 한, 영혼은 돌봐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네."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는 그 '돌봄'이 통제의 형태로 변질되었습니다. 의사, 심리학자, 교육자들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사람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끕니다. 이것이 제가 '생명권력'이라고 부른 것이죠."

소크라테스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것이 어떻게 통제가 된다는 건가?"

"예를 들어볼까요? 당신 시대의 아테네에서는 남성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며 절제의 미덕을 추구했죠. 하지만 내 시대에서는 욕망 자체가 분류되고, 병리화되고, 통제됩니다. '정상적인' 욕망과 '비정상적인' 욕망으로 나뉘어 관리되는 거죠."

소크라테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끊임없는 감시와 고백의 기술을 통해서죠.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내밀한 생각까지 말하도록 유도됩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해방이라고 믿게 만들죠.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 정교한 통제의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자네 시대의 철학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푸코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저는 '계보학'이라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진리, 지식, 가치들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는지 추적하는 겁니다. 그리고 '파레시아'—"

"파레시아? 그건 내가 아는 단어군. 솔직하게 말하기,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뜻하지."

푸코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맞습니다! 제 마지막 연구 주제였죠.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권력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행위. 당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저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네. 그것이 내가 가진 유일한 지혜라네."

"그리고 그 무지의 인정이 모든 철학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푸코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