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많은 이들이 서양 중세를 암흑기라고 부릅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중세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5~6세기는 더 두꺼운 베일에 싸여 있었지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단테의 <신곡>을 읽으며 일부 들여다 보게 된 서양 중세는 예상 이상이었습니다. 풍성하고 찬란했습니다. 유럽이 세계를 제패한 계기가 된 르네상스도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이어지는 흐름의 한 매듭으로 읽을 수도 있었지요. 서양의 근현대를 만든 종교와 신화 뿐 아니라 문학과 미술, 건축, 음악, 예술, 과학 등이 대부분 중세에 젖줄을 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들 대다수는 이 시기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습니다. 그저 암흑기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서양사, 서양 정신사 이해에 커다란 구멍이 있을 수 밖에 없지요. 배수찬 선생님이 이어온 <필롤로지로 읽는 서양사 & 서양고전> 시즌3에서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까지 포함한 5~15세기의 서양 정신사를 강의하려고 하는 것은 이 큰 구멍을 메워보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이 강의에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서양 사상사의 숨겨진 다른 한 축으로 유대교를 올리고 유대인의 디아스포라를 자세히 살펴보는 겁니다.
이 강의에서는 필롤로지로 5~15세기의 서구 정신사를 공부하되, 기독교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아랍세계와 유대세계까지 폭넓고 역동적으로 파악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외면했지만 보기에 따라 가장 풍성하고 흥미진진한 시대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유럽사의 이면을 새롭게 보려는 분들의 성원과 참여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