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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JSA 효과'의 두 표정
- 김광석의 부활, 대인지뢰 문제 환기

화제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제작 명필름, 연출 박찬욱)의 '상업적 성공'이 갖는 사회적 함의가 매우 소중하다고 본다. <공동경비구역>은 남한의 대중문화에 나타난 이른바 '북한' 이미지 변천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는 점은 누구도 쉽게 부정하지 못할 듯하다. 특히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의 이미지는 한데 어울려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싶은 생생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쉬리>가 나왔을 때, 어느 평론가가 토했던 힐난이 얼른 잊혀지지 않는다. "아, 우리 관객이 원한 것이 바로 이거였구나!" 극단적인 비유일지 모르지만, 그 관객 모독적 야유와 통박에서 "같은 포르노라도 국산이 낫다"는 뉘앙스를 읽었다면 지나칠까? 나의 그런 편협한 '심술' 탓인지 몰라도, <쉬리>가 일본에서 100만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했어도 뭔가 불편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차라리 나는 <쉬리>보다는 황당한 농담과도 같은 영화 <간첩 리철진>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뿌렸던 <공동경비구역>은 지금도 각종 기록과 화제를 낳고 있다. 그 가운데 나는 김광석의 노래가 부활하고, 대인지뢰 문제가 사회적 환기가 된 점을 꼽고 싶다. 96년 초 자살한 가수 김광석은 극중 북한군 중사역의 송강호의 '애도사' 한 마디에 의해 일약 부활했다. "갸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 <이등병의 편지>에 담긴 사연은 <한겨레> 9월 22일치 '김효순 칼럼'을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궁핍한 20대 문청 시절, 김광석의 노래는 맑은 음향(音香)으로 위안을 주곤 했다. 청춘사업의 무참한 실패를 연이어 겪었을 때에는 <슬픈 노래>를 부를 만큼 부른 뒤, 곧 <일어나>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양심의 금문자'의 빛을 향해 <나의 노래>를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속삭였다. 그럴 때면 그의 지시에 따라 위악에 찬 절망스런 마음은 눈녹듯 사라지곤 하지 않았던가.

영화에 묘사된 대인 지뢰의 경우 이른바 디테일의 충실성 차원에서 논란도 없지는 않다. 그 정확한 진위야 나 역시 잘 모르겠지만, 일부 네티즌은 DMZ(Demilitarized Zone)에 매설된 지뢰는 밟는 순간 터진다고 말한다. 문제의 핵심은 영화를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른바 '눈 없는 초병' 대인지뢰 문제의 심각상을 우선 이해하는 일이다.

신동엽 시인은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중에서)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꿈속 소망의 아이러니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통일과 평화의 좀더 큰 시각에서 지뢰 제거 운동을 공론화하려는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국방연구원에 따르면 한반도의 모든 지뢰를 제거하려면 45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무려 63년이 걸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경의선 철도 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판국인데도 미국의 입김에 의해 어떠한 국제 협약에도 서명하지 않은 채 대인지뢰의 예외적 사용 지역으로 남아 있다. 심지어 국방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내년부터 2005년까지 지뢰살포 무기 113대를 2,22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량 구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하는지 모를 노릇이다.

97년에 결성된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약칭 KCBL; 대표 서재일, 집행위원장 조재국)는 8월 1일 천리안과 함께 지뢰금지운동을 위한 100만명의 사이버 서명을 시작했는가 하면(www.cyberjsa.com 혹은 천리안 go cyberjsa), www essue.co.kr에서는 무료 회원가입과 함께 사이버 지뢰 제거에 동참하면 가입자 대신 회사에서 500원을 지뢰금지운동에 지원하게 된다.                                                                      ▲ 경의선 철도 중단점

◀ 지뢰 제거 모습 - c 한겨레 21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괜찮은 '통일 교재'를 2년에 걸쳐 만든 <공동경비구역>의 배우와 제작진들이 직접 이 운동에 영화인의 양심으로 대중과 더불어 동참하는 일이다. 이 영화의 기획자 이은 명필름 대표는 한 신문 기고문을 통해 영화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굳은 신념을 토로한 바 있다. "누구는 영화가 할 수 있는 건 사소하다고 했는데, 나는 영화가 할 수 있는 건 너무 많고, 또 때로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한겨레> 9월 22일, '충무로 8½') 200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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