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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문화가 있는 풍경 / 문화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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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미국' 명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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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명절 때가 되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미리 일별하는 버릇이 있다.
이 버릇은 올해 추석에도 여전했다. 나는 올해 추석 명절만큼은 예년과는 조금 다를 줄 알았다.
지난 6월 15일 남과 북의 정상들이 역사적인 '남북 합의서'를 선언하고, 광복절을 맞아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이 교차 방문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추석 명절에 방영된 이른바 특선 영화는 '그 나물에 그 밥' 타령을 인정하더라도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다.
올해 추석 안방극장을 누빈 주역은 단연 '미국 대통령'이었다.
예년 같으면 성룡과 이연걸이 단골로 등장했는데, 이제 추석 안방극장에도 권력 교체의 바람이 부는 것일까.
이번 추석을 맞아 미국 대통령은 <인디펜덴스 데이>와 <에어포스 원> 등의 영화에서 눈부신 활약상을 국내 시청자에 펼쳐 보였다.
특히 <에어포스 원>의 경우 탈냉전 시대의 악의 권화(權化)인 테러 군부를 응징한다는 권선징악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영화의 기둥은 너무나 호전(好戰)적인 요소가 스크린을 압도하는 바람에 이 영화가 '냉전'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낸 영화가 아니었나 착각할 정도였다고 할까.
무엇보다 군사파시즘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라덱 장군의 죽음과 동시에 나오는 [인터내셔널가]의 삽입은 나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할리우드 영화라 하더라도 이것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적어도 그 노래는 그 대목에서 나올 상황은 아니었지 않았을까.
나는 영화와 현실을 분간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다.
다만 '전파왕국'을 자처할 정도로 오만함을 과시하는 텔레비전이 이토록 '무뇌아'와 같은 존재로 추락했나 하는 점이다.
물론 이들 영화는 무척 재미있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긴장과 서스펜스가 넘쳐나는 이들 영화에서 보여준 '권선징악'의 의미를 웃고 즐기는 동안 우리는 어쩌면 일상의 파시즘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계간『당대비평』의 분석에 따르면, 이른바 '일상의 파시즘'은 무슨 대단한 기제가 작동해서 생성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국내 방송사들은 남북 방송사 합작으로 추석특집 생방송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처음으로 방영했다는 사실에 우쭐할 일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 시청자들이 보는 추석 특집 외화 선정에도 총과 칼을 녹이려는 분단 시대에 대한 상황 인식이 세심하게 요구된다.
추석은 '미국'의 명절이 아니지 않는가?
내년 설 명절 외화프로그램 역시 올해 추석의 '재탕'이 된다면, 다시는 나는 명절에 텔레비전을 보지 않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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