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문화가 있는 풍경 / 문화 탐험 << 이전  23  다음 >>
[숨결 기행]
동강 '그대 동강 가거든 눈멀까 조심하라'




















 사진 ⓒ 염기동
그곳에는 한낮의 오롯한 고요가 있고, 푸른 자연의 장대한 서사시가 잦아 있다.
그대, 구불구불한 물길따라 한없이 이어지는 동강 200리 길을 보았는가. 뱀처럼 꾸불꾸불한 계곡을
따라 한없이 이어지는 동강 200리 길은 꿈에서도 끝내 찾지 못했던 저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한다.
그처럼, 동강 200리 길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투명한 슬픔처럼 간직하고 있다.

   고려 때 학자 정추는 '이 고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마치 깊은 우물에 비쳐보이는 것처럼 좁다'고 적었
   다. 동강의 여름 한낮은 참으로 눈부셨다. 태백에서
   발원하여 정선 아우라지를 거쳐, 단종의 애사가 깃든
   영월 청룡포를 껴안고 흐르는 천혜 비경을 곳곳에서
   연출하는 동강은 뭇 생명을 껴안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환경부에서 작년 한해 동안 3차에 걸쳐 동강
   의 자연생태적 가치를 조사한 바 있는 한상훈 박사는
   "최소 수년에 걸친 대규모 학술 전문가들에 의한
 사진 ⓒ 염기동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댐이 건설되면, 채록 가사만도 1천수가 넘는 정선아라리 가락에 스며 있는 서민들의 애환과 청룡포 등지에 잠든 비운의 임금 단종의 애사와 같은 역사적인 맥박은 어찌 하겠다는 것인가. 자연 재산에 대해 단 1%의 가치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위정자들은 이 여름 소사나루에서 게으른 하품을 품는 황소의 자태를 보라.

   어라연의 풍경을 보며 소설가 정찬씨는 "두 줄기 강은
   어머니의 팔이며, 섬은 아기였다"고 적은 바 있다. 강
   건너편 연포분교의 적막과 백룡동굴로 이어지는 모
   래톱의 경관은 우리들 후손까지 마음껏 누려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연포는
   아우라지에서 출발한 뗏꾼들이 서울 광나루를 향해
   가다 머물던 곳이었다. 그런 탓에 한번 떼를 타고 가면
   당시 군수 월급보다 많았다 해서 생겨난 '떼돈 벌었다'
   는 말의 연원이 잠든 곳이다.
 사진 ⓒ 염기동
분교 아래로 동강이 흐르고, 그 건너편 '뼝대'(바위 절벽)는 '장군봉' '삼형제 바우'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분교에는 아이들이 없다. 현재 2명이 남아 있지만, 내년부터는 사라질지 모른다고 한다.
이제 어느 누가 `억세고 싱그러운 강의 아이들'을 기억할까. 그러나 누가 뭐래도 동강의 절정은 고성리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동강은 흐른다. 그래서 동강은 차마 이대로는
물 속에 빠뜨릴 수 없는 숨결 기행의 마지막 진경이 아닐 수 없다.

그대 동강이여, 끝내 목숨만은 보전하라. ●


<< 이전  23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