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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하 음악인들의 친일논리와 단체

1. 음악인들의 친일논리와 성격

19세기 중반부터 서양 제국주의가 아시아를 침략하자 일본은 근대적 '국민국가'를 수립하는 한편, 서양에 대응하는 동양건설, 곧 대동아건설(大東亞建設)을 목표로 아시아를 식민지로 지배해갔다. 일본이 그동안의 봉건체제를 극복하고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일국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민통합'의 원리로서 천황제(天皇制)가 부각되고 그 통치적 객체로서 '국민'(國民)은 점차 일본 천황의 국민이자 신민(臣民)이었지만, 한국은 '국민'이라는 이름하에 '식민지 신민'이었다. 일본은 또 서구지향적 근대화를 모색하면서도 서양제국주의로부터 아시아를 지킨다는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의 논리로 '식민지 신민'을 끊임없이 회유하고 억압하며 대동아건설을 획책하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음악인들, 특히 양악인들은 일제 강점기간동안 대부분 일본으로 유학하였고 한국양악계가 여러 분야에서 여명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일천하였으며 30년대말 음악인들이 1910년대 이후부터 조선이 해방되기에는 너무나 암울하고 요원한 세월이 30년 이상 길어진 현실을 확인하였고 그 기간까지 악단을 형성하기에는 양악전문인들이 태부족이었으며 일제가 조선 내부의 대립을 이용하여 국민적 통일과 민족운동의 발전을 가로막기 위한 분열정책이었던 분할통치(Dvide and Rule)로 친일의 사회적 구조가 형성된 데다, 1931년 만주사변부터 '전시체제' 특히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일본적 오리엔탈리즘' 명분이 본격화하자 친일음악이 가속화되었다.
30년대말부터 40년대 전반기까지 악단을 형성한 음악인들로 미국에서 유학한 郭正淳(바)·高鳳京(피)·金世炯(작)·朴慶浩(피)·朴元貞(텐)·朴泰俊(작)·安基永(성·작)·尹基誠(텐, 일→미)·尹聖德(피)·李宥善(텐)·蔡善葉(피)·玄濟明(텐·작) 등, 독일에서 유학한 桂貞植(바, 일→독)·金載勳(바)·蔡東善(바) 등과 이태리에서 유학한 李寅善(텐)와 安柄　(바), 캐나다에서 유학한 曺恩卿(피)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악인들은 일본유학생이 압도적이었다.
즉, 權泰浩(텐)·具斗會(작, 후에 미국)·금수현(발)·金管(평)·金大賢(작)·金東振(바→작)·金文輔(발)·金相斗(성)·金聖樂(솦)·金聖泰(작)·金順男(작)·金淳烈(피)·金永煥(피)·金元福(피)·金仁洙(첼)·金楨珣(피)·金天愛(솦)·金泰鉉(첼)·金興敎(더블베이스)·盧信玉(피, 후에 오스트리아)·南宮堯悅(성)·羅運榮(작)·朴慶姬(성)·朴景嬉(솦)·朴敏種(바, 후에 프랑스)·朴容九(평)·朴泰鉉(첼)·朴賢淑(피)·宋鎭爀(성)·劉信鍾(평,작)·尹琦善(피, 후에 미국)·李奉秀(바)·李愛內(피, 후에 독일)·李鍾泰(교)·李湖燮(피)·安輔承(텐)·安益泰(첼, 후에 미국)·李想根(발)·李想春(첼)·李升學(발)·李永世(바)·李仁範(텐)·李興烈(피)·林元植(지)·田大鴻(텐)·全鳳楚(첼)·張寶媛·鄭勳謨(솦)·鄭熙錫(바)·崔聖子(솦)·崔虎永(바, 후에 미국)·崔熙南(바)·河大應(발→작)·洪盛裕(바)·洪永厚(蘭坡, 바)·洪志裕(바) 등이 그들이다.
1920년대의 경우는 바리톤 金文輔나 소프라노 尹心悳, 韓琦柱 등이 후미노 요시노(文博吉野)가 조직한 '일선융화회'(日鮮融和會) 주선으로 일본유학을 마친 후 노래나 반주만 하다가 윤심덕(尹心悳)의 「사의 찬미」처럼 식민지 시대의 허무를 찬미하고 좌절을 노래하다가 삶을 마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30년대에 음악인들이 성층화되고 일본의 전시체제가 구축된 데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에 의한 내선일체(內鮮一體)와 황도선양(皇道宣揚)의 기치 아래 황민화 사상보국운동이 강력하게 전개되자 악단의 중진들은 친일의 논리를 분명하게 밝혀 나간다.
1936년 12월의 「조선사상범 보호관찰령」, 1938년 5월의 「국가총동원법」, 1941년 1월의 「신문지 등 게재 제한령」, 같은 해 2월의 「조선사상범 예방구금령」, 같은 해 3월의 「국방보안법」·「개정 치안유지법」·「언론·결사의 규제법」·「신문사업령」, 1942년 2월의 「조선전시형사특별령」 등은 모두 일제의 전시하의 사상탄압법이었다. 그리고, 1937년 9월의 '국민정신총동원운동' 등 온갖 운동을 통하여 황민화 사상통일을 획책하였다.

1937년 6월, '수양동우회 사건'과 홍난파

악단의 가장 큰 충격적 사건은 중일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937년 6월 초순의 '수양동우회 사건' 이었다. 6월 6일부터 일제의 전국적 검거령에 따라 '수양동우회' 단우들 5백 여명이 검거되고 이후 고문과 재판으로 투옥되어 단체가 해산하였다. 즉, 일제가 수양동우회 사건을 계기로 국내 사상탄압을 본격화하고 전시체제를 획책한 사건이었다.
투옥된 안창호는 이듬해인 1938년 봄에 향년 61세로 세상을 떠났고, 최윤호는 고문으로 옥사하였다. 수양동우회 단우였던 현제명과 홍난파 역시 1937년 6월에 피검되었지만, 조사과정에서 바로 풀려났다. 홍난파는 피검되기 전부터 경성중앙방송국(京城中央放送局) 양악부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경성방송관현악단'(京城放送管絃樂團)을 지휘하고 있었다. 또한 피검되기 전인 1937년 5월에 "조선의 문화수준을 고도로 높히고, 2천만 동포의 사회생활의 원만과 풍윤을 기대"하며 대동아공영권을 찬미하려고 결성한 조선문예회(朝鮮文藝會)에서 현제명과 함께 활동하고 있었다. 현제명은 1937년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조선문예회에서 음악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이들은 일본천황에 대한 사상전향서를 작성하고 풀려난 직후인 7월 11일부터 조선문예회 신작가요 발표회를 통하여 친일가요들을 작곡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38년 7월에는 국민정신총동원 운동에 적극 참여할 목적으로 결성한 시국대응전선사상보국연맹(時局對應全鮮思想報國聯盟) 경성지부 간사와 부원으로 선임되는 등 악단의 양대 산맥으로 부각되었다. 그 후 홍난파는 1940년 10월에 결성한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부 음악위원으로 선임되었고, 1941년 1월에 전국적으로 음악인을 총망라한 친일음악단체의 평의원으로 선임되어 활동하였다. 현제명은 더 나아가 1938년 10월 악단을 친일체제로 정비한 '경성음악협회'(京城音樂協會)의 간사, 1941년 10월 '조선임전보국단'(朝鮮臨戰報國團) 평의원, 1944년 5월에는 '일본국민음악 정신대(挺身隊)'로 활약하던 '경성후생실내악단'의 개편과 함께 이사장으로 부각되었으며, 동시에 조선음악협회의 이사로도 영입되어 악단 최고·최대의 거물이 되었다.
즉, 일제와 거리를 두고 미온적 친일활동을 하였던 홍난파와 현제명은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을 계기로 악단의 지도자로서 적극적인 친일활동을 전개한다. 그리고, 여기에 악단 대부분의 음악인들이 동조하여 나갔다.
홍난파는 대동아건설을 목표로 일본국민으로서 음악보국운동을 전개하려는 논리로 친일행위에 적극적으로 앞장선다.

a. 때는 바야흐로 기원 2천6백년-성전(聖戰)도 이제 제3단계에 들어가서 신동아건설의 대업 일복일(日復日) 더욱 견실하게 실현되어가는 이 때에 총후(銃後)에 잇는 여러 음악가와 종군햇던 악인(樂人)들의 답리(踏裡)에는 의당(宜當)히 넘처 흘으는 감격과 예술적 감흥이 성숙해 갈 것인즉 이번의 성악(聖樂)이 성취되야 국위를 천하에 선양할 때에 그 서곡으로 그 전주적 교향악으로 음악 일본의 존재를 뚜렷이 나타날 날이 일일이라도 속히 오기를 충심으로 비는 바이며 우리는 우리의 모든 힘과 기량을 기우려서 총후국민으로서 음악보국운동에 용왕매진할 것을 자기(自期)하지 안으면 아니될 것이다.

b.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영화의 음악은 천편일률적으로 그 내용에 잇서서 너머나 빈약햇고 때로는 화면에서 엇는 감흥을 도리혀 말살식힐만치 비효과적이엇슴은 이 무슨 까닭일가? (중략) 여기에서 영화제작인이나 음악 책임자가 다시 한번 반성 할 것은 화면과 음악의 호흡이 일치되여야 한다는 桓茶飯的 이론만을 아는 것으로는 아무런 실제적 효과도 나타낼 수는 업다는 것이다.

인용문 a에서 홍난파는 지금까지 열악한 조선의 음악전개를 일시에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한 신념으로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국가정책에 부응하여 '음악보국운동에 용왕매진' 할 것을 다짐한다.
인용문 b에서 모리카와 쥰(森川潤)으로 창씨개명한 홍난파는 영화장면과 음악간의 불일치를 비판하고 영화주제에 따른 음악의 통일성을 주장하면서 현재의 빈약한 조선영화음악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역시, 본문에 없지만 '일본국민으로서 음악보국운동'이었다. 실제로 홍난파는 조선의 유행가가 "가정이나 사회의 교화상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고 "곡조에서보다도 그 노래의 내용에 있어서 우리는 너무도 감상적이고 퇴영적인 것"이므로 조선민중의 정도가 조금씩 향상되고 유행가와 유성기 회사가 "사회교화상 조금씩 개선"해가길 바라고 있었다. 또, "우리나라의 민요는 가정에 들여올 만한 것이 별로 없고 교육상으로나 도덕상으로 보아서는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줄 만한 것이 못 되는 것"이고, 조선음악이 "지금 사람의 생활이나 감정과는 너무나 산통성이 없고, 정적(靜的)이고 보수적이며 소극적이어서 시대에 적합한 음악이 못 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극히 지완(遲緩)하여 해이(解弛)하고 퇴영적(退　的) 기분에 싸여 있어 빈약"하므로 새로운 조선음악, 그 신음악을 위해서

대동아건설을 목표로 일본국민으로서 음악보국운동을 전개하자는 논리이다. 홍난파는 1937년에 '사상전향서'에다 "사회와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보호하려는 제국의 정책을 거부하는 것은 민족 전체의 불행을 초래하는 것이며, 이는 동아시아의 평화까지 위협하는 것이고, 조선이 일본 제국에 병합되어 도탄에서 구제되었으므로 제국의 신민으로 충실하겠다"라는 신념을 밝힌 바 있다. 홍난파가 일본제국의 신민으로 충실한 일본국민음악의 수립과 음악보국운동의 전개를 다짐하는 대목이다.
그는 실제로 조선문예회를 통하여 「正義의 凱歌」(정의의 개가 ; 최남선 작사)·「空軍の歌」(공군의 노래 ; 衫本長夫 작사) 등과 조선방송협회(朝鮮放送協會)가 황민으로서 음악보국운동을 전개한 「希望의 아츰」(춘원 작사)를 창작발표하고, 경성중앙방송국 제2방송을 통하여 전국적으로 보급하였다(악보 1참고).

홍난파의 대동아공영권 신체제 신념은 "대륙 2만리, 대양 10만리 / 대아세아의 대공연권의/ 우리 일장기 날리는 곧이/ 자자손손 만대의 복누릴 국토"라는 춘원 이광수의 신념과 같으며 이를 요나누키 장음계에 4분의 2박자라는 일본국민의 음향적 재료인 요나누키(ヨナ拔キ) 장음계에다 4분의 2박자로 정서화 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홍난파의 「希望의 아츰」처럼, 박태준(朴泰俊)은 「志願兵壯行歌」(지원병장행가)를 같은 논리로 창작보급하였다.

박태준은 이광수와 함께 조선청년 지원병들을 장행으로 보내는 날이 천황폐하 "임금님의 군사로 떠나가는 길"이며 "우리나라 일본을 지키랍시는 활송하신 뜻바다 가는 지원병"임을 내세워 역시 요나누키 장음계에 4분의 2박자로 창작보급하고 있었다.

현제명의 경우

현제명은 1941년 8월 홍난파의 죽음으로 독보적인 악단대부로서 활동을 전개하였다.

유행가나 째스가 일반 가정에 끼치는 영향으로 말하자면 매우 큰 줄로 생각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원체 유행가나 째스는 외적 충동(外的衝動)을 주는 음악이며 하등 의 내적 감화(內的感化)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엉덩춤이나 추고 억개나 어적어적 젓는 아모 신비적 요소(神秘的要素)와 미적 순화(美的純化)가 없는 것입니다. 더욱이 요사이에 유행하고 잇는 소위 유행가라는 것은 곡조에 있어서는 물논이고 더욱이 그가사를 본다면 패망(敗亡), 야비(野卑), 비인도적(非人道的) 문구를 나열하였고 이것을 상품화(商品化)시키려고 허화(虛華)한 대선전을 하고 있읍니다. (중략) 자식들이 잘되기 위하야 학교에 보내면서 이러한 음악을 가정으로 드려온다는 것은 모순일 것입니다.

현제명 역시 홍난파와 마찬가지로 대동아건설을 목표로 일본국민으로서 음악보국운동을 전개하여 일본음악을 수립하자는 논리이다. 위 인용문에서 현제명은 째즈나 유행가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그나마 균형된 시각으로 접근한 홍난파와 달리 '패망과 야비와 비인도적인 음악'이므로 이를 일소하고, 대신 대일본음악 수립을 목표로 신체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그리고 역시 홍난파와 함께 「사상전향에 관한 논문」(思想轉向に關いての論文)으로 그 논리를 구체화시킨다. 현제명은 1938년 8월 16일자 『기독신문』(基督新聞)에서 이를 분명하게 밝힌다.

금차(今次)의 지나사변은 이미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일본의 대국가적 사명의 수행, 즉 아세아 제 민족을 백인 제압의 질곡에서 해방하려는 목적의 성전(聖戰)이니 오등은 금후 여하한 희생도 불염(不厭)하고 견인지구(堅忍持久) 거국일체가 되어 목적의 관철을 기(期)하여야 될 것이다. 세(世)는 이미 적화공산(赤化共産)의 참화와 개인주의·공리주의적인 백인문명의 추악에 염증이 났다. 팔굉일우(八紘一宇) 도의적 결합으로 하는 동양정신 일본주의야말로 진(眞)히 동아(東亞)를 구하고 세계인류를 지도할 원리이다. 고로 우리는 광휘있는 일본정신 사도로서의 영예와 책임을 감(感)한다. 인(因)하여 오인은 이제부터 위와 같은 신념의 주장하에 스스로 자분(自憤) 노력하기를 기(期)하는 바이다.

즉, 아세아를 백인 제압의 질곡에서 해방시킨 일본제국의 신민으로서 그동안의 모든 개인주의와 공리주의적인 백인문명을 척결하고 일본정신의 사도로서 영예와 책임을 가진 것이라는 신념으로 논리를 전개하였다.
현제명은 조선문예회를 통하여 「長城의 把守」(장성의 파수 ; 최남선 작사)와 「お見送り」(오미오쿠리 ; 전송 ; 하부 요네사쿠 土生よねさく 작사), 「富士山을 바라보며」등의 친일가요를 창작발표하였고, 이후 쿠로야마(玄山濟明)로 창씨개명을 하였으며, 1941년 10월에 결성된 '조선임전보국단'(朝鮮臨戰報國團)에서 "가장 숭고 존엄한 동아공영권 확립의 성업완수"라는 설립취지에 동의하고 "임전체제하에서 일체의 사심을 버리고 과거에 구애받지 않고 개개의 입장에 구애없이 2천 4백만 반도민 모두 일치결속하여 성전완수로써 황국의 흥융을 기하며 성은에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고자 할 것을 맹세한다"라며 같은 해 12월 13일 조선신궁에서 선서문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1940년 12월에 시국대응전선사상보국연맹의 경성지부 간사로서 이 연맹이 '재단법인 대화숙'(財團法人大和塾)으로 통합하자 이후 '國民音樂의 밤'공연에서 「半島靑年の歌」(반도청년의 노래)와 「우리들은 부르심을 받자왔다」를 김천애와 함께 부르거나, 1943년 국민총력조선연맹과 조선음악협회가 주관한 '국민개창운동'을 전개, 징병실시 감사주간에 조선총독부가 개최한 '야외음악·영화의 밤'에서 「航空日本の歌」(항공일본의 노래)독창, 이 밖에 군가반주와 경성방송국을 통하여 군가 및 국민가요를 지도했으며, 1943년 4월에는 경성대화숙 내에 '경성음악연구원'을 창립하고 그 대표로 취임하여 해방이후 서울대학교 예술대학으로 전환시켰으며, 1944년부터 경성후생실내악단 이사장과 조선음악협회 이사, 조선음악협회 주최의 '일본국가봉납식'(日本國歌奉納式) 참가, 음악기예자증명서 심사위원, 1945년에 조선예술상 수상(경성후생실내악단에 대해 수여, 일본 신태양사 주관) 등 그 활동을 전개하였다.

계정식, 김관, 박경호, 박용구

백인의 서양문명이 지배하는 아세아의 질곡에서 해방시킨 일본제국의 신민으로서 서양의 모든 개인주의와 공리주의를 척결하고 새로운 일본정신에 의한 신념으로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자는 논리는 비단 홍난파와 현제명에 그치지 않는다.

c. 동아신질서 건설이 날로 진행되고 시간이 경과할사록 신동아건설의 기초가 견고하여감을 절실히 늣기게 되는 바이다. 서양의 세계는 서양인이 지배하고 동양의 세계는 동양인이 지배하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음악예술방면에 잇서서도 새로운 기초우에서 신동아의 창조력이 점차 나올 시기가 왓다고 늣겨진다. 신음악을 건설함에는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감정, 새로운 이론적 견지에서 출현하지 안흘 수가 업다. (중략) 신동아음악에 잇서도 동양인으로 누구나 대동아의 음악을 음미할 수 잇게되는 음악예술이 장래할 것이라 생각하며 이것이 이 시대에 요구되는 음악예술이라 생각한다. (중략) 오등 현시대에서도 대동양적인 이 시대의 정신과 이 환경의 산물이라야 현대인이 요구하는 요구를 만족식힐 거시며 신동아를 한데 뭉치는 예술적 건설에 관성이라야 튼튼한 건설을 기하는 것이라고 밋는다.

이것은 독일 뷔르츠부르크(W rzburg) 음악학교를 거친 바이올린 연주가 계정식(桂貞植)의 글이다. 스위스 바젤대학 철학부에서 「한국음악」(Die Koreanische Musik)이란 논문으로 조선 최초의 철학박사학위(Ph. D)를 받은 그는 1934년에 귀국해 이화여전 교수(1936.5∼1943), 1941년 조선음악협회 이사, 1944년 대동아악단 특별회원 등을 비롯하여 조선악단의 이론과 실기를 지도한 음악가이다. 그가 말하는 "서양의 세계는 서양인이 지배하고 동양의 세계는 동양인이 지배"한다는 논리에서 동양지배는 일본을 의미했으며, 음악예술에서 신동아의 창조력 도래, 바로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감정 새로운 이론적 견지 모두가 "대동아 음악을 건설하는 일본신민"의 몫이었다. 계정식의 일본적인 것은 조선의 근대적인 것과 결합되어 일본의 조선지배를 정당화시키는 논리로 작용한다. 그 귀착점은 '일본국민음악 수립'이었고 이 수립을 위한 악단의 '음악보국'(音樂報國) 동원을 강조하게 된다.

d. 우리 음악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종래의 자유주의에 입각한 예술지상주의의 껍질을 벗어나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조직을 합리적으로 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의 직능을 발휘하므로 말미암아 고도 국민문화수립에 공헌할 수 잇을까 하는 국민적 자각이야말로 이 협회(조선음악협회-필자주)에 결성을 촉진함에 이른 소이이다.

계정식은 자유주의에 입각한 예술지상주의를 벗어나 고도 국방국가수립을 목표로 한 신체제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은 천황의 국민으로서 자각하고 공영권 건설을 목표로 음악보국하는 길임을 강조한다.

일제강점하 본격적인 음악전문단체로, 1938년에 설립하고 5년동안 운영하였던 경성음악전문학원(京城音樂專門學院)의 원장 김재훈(金載勳) 역시 "총후시국과 음악지식이라면 요새와서 만히 듣고 잇스며 또 일일이 문제를 깨닫고 항상 식히지 안흐면 안될 문제"로 알고, "오늘날과 가치 비상시국을 당하여 우리들의 건전한 정신을 발휘하기에 가일층 음악에 보급,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신체제에 즉응하는 음악보국운동을 전선적으로 전개"하고 있었다.

일제강점하 조선악단의 최대 문사로서 본격적인 평론가였던 김관(金管)은 문필활동을 통해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의 논리적 극치를 보여줌으로써 모든 음악인들의 친일행위의 논리를 대변한다.

e. 사변하 세 번재 오는 기념일 마지하고 우리는 현전의 세계적 정세에 대한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할 일이겟지만 사변 처리를 위한 신동아건설로 출발한 것이 이제 신동아 건설을 위한 사변처리로서 급진하고 잇는 '역사적 사실'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새로운 미를 요청하는 일, 즉 새로운 시대의 감각과 감정이 새로운 '건전한 생활'과 새로운 사상적 지반 우에서 싹듯는 것은 여하한 시대를 불문하고 잇서온 일이다. (중략) 지나사변 처리가 오늘에 잇어서 신동아건설-신문화건설이란 일대 이념에 도달한 이상, 장차 새로운 음악에의 여명을 우리는 기대하게까지 되엿다. (중략) 과거의 우리들의 음악적 근거는 서구음악에 의존함으로서 존재햇섯고 그러케 하지 안코서는 '음악해' 갈 수 업슬만큼 빈약도 햇섯다. (중략) 적극적으로 건설적으로 국민생활의 체제를 구축하는 일조건으로 취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김관은 소위 '만주사변 처리'를 위해 일제가 내세웠던 신동아건설 논리를 역전시켜 신동아건설을 위해 만주사변이 필요한 것으로 논리를 발전시켜 나갔다. 그리고, 과거 조선의 음악적 근거가 서구음악에 의존했었고 빈약하였으므로 오히려 일본국민이자 신민으로서 적극적으로 국민생활의 체제를 구축하고 그 국민과 함께 하는 음악인들의 반성과 일본의 정치적 정책으로 악단이 정비하여 새로운 신동아음악 건설의 계기로 삼으려하였다.

f. 신체제란 말은 금시에 잇서 하나의 시대적인 용어다. 근래 내각에 의해서 진행되고 잇는 '신체제'의 이념을 쉽게 말하자면 소화유신(昭和維新)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정치의 성격에 새로운 개화를 시도할냐는 곳에 신체제 이상의 기초가 노혀지는 것이고 새로운 성격이란 것이 본래의 정치가 휴마니티-의 표현인 점에 잇서서는 모든 다른 인간활동과 관련되고 철학이나 과학 혹은 예술의 원리와 한가지의 생성발전을 하는 것이므로 오늘날 우리가 구상하는 신정치체제 미테서는 첫재 새로운 도덕과 결합된 일과 따라 그 원리가 철학 과학 예술 등의 원리로서도 공통될 것으로 보혀진다. (중략) 그리고 그 보담도 위선 먼저 음악자의 시대적인 각성과 정신문제가 중대하다고 생각된다. (중략) 신체제의 근원적인 이념은 개인주의적 사고의 배경에 잇는 것이지만 전체주의적인 입각점에서 국가의 모든 부면이 처리되여 갈냐는 오늘날, 과거의 음악가가 처식하고 잇는 악단의 체제를 국가의 신체제에 즉응키 위하야 정리통합하고 다시 이것을 조직화사는 일은 당면한 긴급한 문제라고 하지 안을 수 업다. (중략) 소위 예술지상주의를 내걸고 생활에서 유리한 예술삼매 교양의 고만(高慢)을 긍지할랴는 것에 파문은 잇섯다. 예술은 결코 자기 목적이 아니다. 예술은 국민을 위하야 존재하고 따라 행동적인 것이다. (중략) 음악문화가 국민의 문화생활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라면 위선음악은 공공성을 수위에 노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개인주의적인 행동과 허세가 단연 배제되여야 할 명확안 이유를 들처낼 수가 잇게된다.…(중략) …요컨대 신정치체제의 확립과 아울러 추진력이 강한 음악통제책이 행해질 것을 요망하고 잇다.

김관은 개인주의적인 예술지상주의를 비판하고 대동아건설을 목표로 한 국민과 함께 하는 실천적 음악활동을 위해서 강력한 국가적 음악통제책이 행하여지길 주장하고 나섰다. 1936년 4월부터 본격적인 비평지 『음악평론』을 발간하고, 경성음악전문학원(원장)에서 음악이론과 음악사를 강의하며, 특히『매일신보』에 음악비평활동을 독보적으로 전개하였던 김관은 결국 그의 리얼리스틱한 논리들이 조선총독부의 '조선음악협회' 결성과 일본국민음악수립을 앞장서서 주도한 결과가 되었다. 그는 일제강점하에서 음악이론과 연주·교육·창작·대중음악·매체 등 전 분야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사실적인 비평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일제의 국가정책의 정치성에 함몰된 음악활동을 전개하였다. 그의 이러한 성격의 비평활동은 계속 이어진다.

g. 능동적 기백과 정열-한사람도 빠지지 안코 내가 시대를 지도한다는 의욕만이 창조정신을 나케 하는 것이다. (중략) 비근한 예를 들면 사변이후로 항간에 유포된 유행가가 일견 시국 영합적인 체제를 갓추기는 햇서도 곡조에 잇서는 '에로틔이즘'과 '센티멘타리즘'을 포함한 것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작곡자의 비시대적인 정신과 산만한 시국적 불비가 노출된 것을 지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소위 종래의 순수음악 작곡가 제군 역시 외국작품을 가위와 풀로 개편하다십히 한우충동(汗牛充棟)한 비예술적인 비사회적 자기도취 취미는 철(綴)은 유행가 작곡가 제군의 태도에 비해서 나흘 것이 업는 것이다. 신체제하의 작품은 일본정신에 입각한 독창적인 것, 따라서 사회성과 예술적 의욕의 고도한 것을 우리는 요구한다. … (중략) … 문제는 서양 의존과 모방을 배제하자는 데 잇는 것이다. 작곡문제는 필경은 국민음악의 수립을 목표로 하고 매진해야 될 것이다.

h. 신체제하의 작곡기준이 일본정신에 입각한 독창적인 것이라야 될 것은 물론이다. (중략) 압헤서 말한 악단의 중심기관의 조직을 수립함으로써 음악운동의 일원화는 오늘날의 신체제에 즉응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이상 종래의 구락부 풍의 모됨은 단연 개편하지 안허서는 아니될 것이다. 요컨대 악단혁신-신체제의 추진력이 될 수 있는 혁신 '그룹' 구성이 오늘날의 우리가 요구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잇슬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가저온 음악의 이념은 모든 음악사업에 크나큰 통제를 가져올 것이겠지만 그 통제는 표면적인 일시적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모랄'과 통합된 데서 출발한 새로운 것의 창조정신과 정열이 아니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김관은 신체제와 음악재건문제가 정치와 관련되었으므로 악단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내가 시대를 지도한다는 의욕만이 창조정신을 낳을 수 있음'을 역설하며 '모랄'과 결합한 정치력으로 실천하기를 강조한다.
그는 신체제에 즉응하는 듯한 유행가가 사랑과 눈물을 자아내어 결국 '에로티시즘'과 '센티멘탈리즘'으로 치장하였으므로 거짓 체제 즉응인 것처럼 악단의 창작계도 서양과 일본의 작품을 모방하거나 표절하는 비예술적 비사회적 자기도취 취미가 만연되었으므로 이들과 다를 바가 없음을 개탄하고 있었다. 결국, 이런 문제는 연주나 창작, 그리고 대중음악 모두가 새로운 시대적·사회적·국가적·예술적 모랄 정신과 태도가 부재한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그 해결방안을 신체제에 의한 '국민음악수립'으로 귀착시키고 있었다. 물론 김관의 '국민음악수립'은 '일본국민음악수립'에 다름 아니었다. 그 논리는 인용문 h에서 구체화된다. 곧, '일본정신에 입각한 독창성'에 바탕을 두고 근원적인 '모랄'과 새로운 창조정신과 정열이 주어질 때 가능하며, 이를 위하여 악단의 중심기관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 논리가 귀착되었다.

조선총독부는 1941년 1월에 조선의 악단을 통하여 직역봉공(職域奉公)을 기하고 신체제운동을 추구하려고 조직한 '조선음악협회'(朝鮮音樂協會)가 이후 그 목적을 다듬어 "음악의 국가적 사명에 비추어 일본정신을 구현하는 국민음악의 창조발전과 음악가의 자질연마를 촉구하여 일본문화의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써 목적"으로 발전시켰고, 전시하의 일본국민들에게 건전한 음악과 음악 자체의 예술성을 '일본국민음악정신대'(日本國民音樂挺身隊)로 활동 보급코자 1942년 5월에 '경성후생실내악단'(京城厚生室內樂團)을 결성시켰으며, 1944년 10월에는 '反 국가적 음악을 축출하고 雄偉한 日本音樂을 樹立'하려고 '대화악단'(大和樂團)을 결성시킨 바 있다.
김관은 1941년에 들어와 "우리들이 강력한 국가관념과 국민의식을 자각하여 국가목적에 추종할 수 있는 전문 기관으로서 국민생활에 결부한 일본인으로서 제작한 작품, 곧 국민음악을 수립"하려는 논리는 『매일신보』(每日申報)에 「국민·문화·음악」(1)·(2)·(3)·(4)로 발전시켜 나갔다.

이 밖에 박경호(朴慶浩)는 신체제하에 "예술지상주의에서 국가지상주의로, 연주자 본위에서 대중 본위로, 개인중심주의에서 전체공영주의로, 영리주의에서 멸사봉공주의로 변화"시킨다는 논리로 일제하 조선교향악단(朝鮮交響樂團)을 지휘활동하면서, 동시에 국가의식과 시국의식의 부족·총후의 전사들에게 건전한 제공 부족·국민음악의 수립과 발전 미흡·국민음악의 훈련과 향상 미비함을 비판하며 악단의 자성을 촉구한다.
또, 40년대에 음악평론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박용구(朴容九) 역시 "대동아전쟁의 결전은 '동아의 승리'를 위한 결전이고, 그것은 문화의 승리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음악은 효용성을 발휘하여 세계사를 창도하는 숭고한 민족정신"창출에 바탕을 둔 국민음악 수립논리로 비평활동을 전개한다.

음악인들은 서양 제국주의의 아시아 침략을 목격하고 일본이 아시아를 지킨다는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으로 대동아건설(大東亞建設)을 목표로 삼자, '식민지 신민'으로서 일본국민음악수립 논리를 신념화하고 친일 작품을 창작하거나 노래하였다. 일본국민음악 수립은 동시에 조선의 악단을 일거에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 위에 서 있었다.
음악인들은 1937년 조선문예회, 1938년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 1938년 경성음악협회, 1940년 국민총력조선연맹, 1941년 조선음악협회, 1941년 조선연예협회, 1942년 경성후생실내악단, 1944년 대화악단 등 친일단체를 조직하거나 운동을 전개하면서 일본국민음악 수립이라는 대명제로 논리를 전개하고 신념에 찬 창작활동과 공연활동을 전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