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작품의 예

▲ 사실주의 화가의 특징

그리고 이제 사실주의로 넘어가서, 도미에의 <3등 열차>죠. 리얼리즘 예술가의 큰 특징은 신고전주의의 부르주아적이고 귀족적인 내용으로부터 탈피하죠. 소외된 농민, 노동자 계층의 삶을 진솔하게 담고 있어요. 미화시키려야 시킬 수가 없는 부류죠. 서민과 노동자 계층들. 그들의 헐벗고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죠.

뒤를 보면, 부르주아 계급들이 배경처럼 보이죠. 그들과 대비하죠. 이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가를 의관 정제한 신사와 대비시키는 거예요.

이건 전형적인 사실주의 그림이에요. 쿠르베의 <안녕하세요 쿠르베씨>라는 제목을 단 작품인데, 이게 쿠르베 자신이고요. 반대쪽이 부르주아예요. 부르주아의 공통적인 특징이 재킷과 양복 모자, 지팡이까지 의관을 정제해야 했어요. 마치 우리나라 조선시대 양반들이 외출할 때 두루마리를 안 입고 민저고리로 못 다니는 것처럼 그 시대 큰 규율이었죠.

그런데 쿠르베는 셔츠차림으로, 우리식으로는 맨 저고리 차림으로 나간 거죠. 그러면서 부르주아의 드러내는 것 겉치레에 대한 가식, 이중성에 대한 도전이죠. 그런 걸 표현하기 위해 쿠르베가 셔츠 바람으로 묘사돼 있어요. 비교를 하기 위한 의도도 있겠죠. 의관 정제한 부르주아 두 사람을 대치시키고 있죠. 여기서는 특별히 미화시킨다든가 하지 않고, 신고전주의풍과는 다르게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죠.

사실주의는 진실주의가 더 맞다는 평을 하기도 해요. 신고전주의가 그만큼 가식적이고 작위적이라는 거죠. 그에 반해 있는 그대로를 진솔하게 드러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거죠.

쿠르베의 그림이에요. 노동자 아버지와 아들을 그린. 비참함이 그대로 드러나죠. 아들의 셔츠가 찢어져서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죠. 이들의 비참하고 고단한 삶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는 거죠. 이들이 그리고자 하는 소재가 신고전주의가 소재로 했던 부르주아 계층과는 전혀 다른 노동자 계층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 리얼리즘 예술의 또 하나의 큰 특징입니다.

▲ 인상주의 화가의 특징

19세기 낭만주의, 사실주의와 더불어 또 하나의 신고전주의에 대한 반대 화풍을 가지고 등장한 게 인상주의죠. 인상주의 초창기 멤버라고 할 수 있는 마네. 마네부터 인상주의를 얘기하기 시작하죠. 보시면 신고전주의풍이랑 달라요. 자연을 모방하고 있긴 한데.

벗은 여성의 몸을 보면, 입체적이지 않아요. 평면적이죠. 만약 마네가 여자를 누드로, 남자들은 옷을 다 입고 있죠, 누드로 그린 이유가 인체가 외광 속에서 어떻게 보이는가, 평면적으로 보인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외관 정제한 신사들과 대비시키면서 햇빛에 드러난 여인의 신체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입체감이 조각처럼 두드러지는가. 과연 본다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죠.

모네는, 인상주의의 특징이 가장 잘 대변되는 전형적인 인상주의 화가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외광 속에서 빛이 주는 인상에 포착해서 화폭에 담기 위해 따로 아틀리에를 갖지 않고 배 위에서 그림을 주로 그렸다고 합니다.

보시면, 이건 모네고요. 이것을 그린 사람은 마네예요. 마네가 그린 모네예요. 그림 풍이 모네 풍으로 그렸죠. 얼마나 빠르게 그렸는지, 여자 모델의 이목구비가 뭉개져 있을 정도죠.

그리고 입체감, 원근법보다는 빛이 주는 순간의 인상, 빨리 그리다 보니까 정교하지 않고 얼굴이 뭉개질 정도로 거친 붓 터치. 정교하게 오랫동안 심사숙고하면서 색을 만들지 않고 순색의 사용이 많죠. 전체적으로 채도나 명도가 높은 맑은 순색이 드러나죠. 인체가 강한 광선 아래서 평면적으로 표현된다는 것. 그래서 인상주의 화풍이 잘 드러내는 작품이에요.

이게 모네가 그린 그림이죠. 몇 개의 붓 터치로 작품이 완성돼요. 굉장히 빠른 시간에 작품이 완성된 걸 알 수 있죠. 여기에서도 평면성, 순색의 사용, 거친 붓놀림, 명료하지 않은 윤곽선, 형태감이 상실돼 있죠. 이런 부분들이 신고전주의 풍을 이상으로 여겼던 많은 비평가들에 의해서 굉장한 혹평을 받는 거죠.

이건 ‘르왕 성당’인데, 모네는 빛이 주는 시각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인상에 집중하다 보니까 연작 시리즈를 많이 그려요. 같은 르왕 성당도 새벽에 본 것, 정오에 본 것, 정오에 본 걸로. 그때마다 빛에 작용에 의해 형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진짜 본대로 그리는 거죠. 그런데 그들은 본대로 그리고 재현의 전통에 입각해 그린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전주의 풍과는 전혀 다르죠. 같은 본대로 그리는 거지만.

인상주의자는 본대로 그리는 것에 있어서는 자기들이 맞다고 보는 거죠. 복잡한 성당의 장식들, 정교하고 복잡하고 육중한 성당의 특징이 빛에 의해서 하나의 평면으로 처리되는 거죠. 외광 속에서는 이렇게 보일 수 있다는 거죠. 눈여겨 외부에 나가서 관찰해 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게 문제의 인상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네의 작품이죠. 해 돋는 장면인데, 거의 물감 통을 화폭에 던져놓고 이걸 그림이라고 한다고 욕을 했죠. 이 해돋이 할 때의 인상과 느낌이 굉장히 살아나죠. 신고전주의의 전통 회화를 그리는 사람들과 그쪽에서 평을 하는 사람들이 억울해 하는 건, 작품을 하나 만들려면 몇 달을 아틀리에에서 고통과 고뇌 속에서 실습을 통해 많은 습작을 남기며 완성해냈죠. 전통의 그림들이.

인상주의 그림은 도대체 몇 초가 걸렸는지, 기준에 거기에 두어지는 거죠. 이렇게 불성실한 그림을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비판도 받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보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서로 추구하는 게 다른 거죠.

이건 인상주의 화가 중 피사로가 그린 그림. 높은 데 올라가서 내려다본 광경. 전혀 정교하지 않은. 그런데 먼 곳에 있는 걸 그린다 해도 고전주의는 굉장히 정교하게 표현해요. 그런데 피사로는 진짜 광학 작용에 의해서 보면, 높은 건물 위에서 햇살이 비치는 거리는 이렇게 보인다는 거예요.

인상주의가 굉장히 많은 혹평과 욕을 먹고 조롱당하고 외면당하는데 이들은 그래도 그나마 후기 인상파에 비하면 행운아들이에요. 죽기 전에 명성을 다 찾아요. 인정을 받게 돼요. 인상파 화가 대부분이.

이건 르누아르죠. 인물을 주로 다룬. 햇빛 속에서 남녀들이 유쾌하게 모임을 갖는 장면인데, 그림이 전체적으로 표현이 거칠죠. 인상주의의 방법의 공통점이 경쾌할 정도로 순색이 많이 들어가고 입체감에 구애받지 않죠. 외광 속에서 평면적으로 그리는 거예요.

햇빛 찬란한 데서 사람을 보면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잖아요. 그렇죠? 사진작가들이 인물을 찍을 때는 주로 흐린 날이나 어느 정도 해가 넘어간 시각에 많이 찍어요. 외광에 의하면 실루엣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거죠. 인상주의 화가들 그림의 형태가 명료할 수가 없는 거죠.

그리고 인상주의 조각가로 분류되는 로댕. 인상주의 조각의 특징은, 회화가 그린다만 그림 같죠? 그리다가 만 듯한 그림이라면 인상주의 조각은 만들다 만 조각 같아요. 그만큼 정교하지 않은 거죠. 이것도 로댕의 작품이에요. 고전주의 풍에서는 있을 수 없는 거죠. 완성도의 면에서. 그들이 가진 재현의 이미지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거죠.

▲ 후기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

그 뒤에 이어지는 후기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요. 후기 인상파 화가 중의 세잔이죠. 세잔이 추구했던 바가 인상주의의 방법을 받아들이면서도 인상주의에서 많은 부분 간과한 전통의 질서, 규범, 형태감을 같이 살리고자 했죠. 그것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견고한 형태감을 같이 살리고자 했죠.

보시면 굉장히 견고하고 안정감 있는, 인상주의 작품에 비해서 정적인 부분이 도입되죠. 바위 표현한 거 보세요. 그러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평면성이 살아나기도 하고, 거친 붓놀림은 인상주의의 방법이 남아 있어요. 순색의 사용도 돋보이죠.

그러면서 고전주의 풍이 가진 입체감, 원근법도 같이 살아나고 있어요. 세잔이 두 마리의 토끼를 같이 잡기 위해서 얼마나 고심했는지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죠.

흑백으로 준비해봤는데요, 왜냐하면 원근법, 입체감, 형태감이 정말 살아나는가는 흑백으로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죠. 그러면서도 인상주의의 요소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거예요. 여기에서 세잔의 능력, 천재성을 인정받게 되는 거죠.

그리고 고흐의 그림이죠. 신인상주의의 또 한 명의 대가. 고흐는 세잔과는 다른 면에서 인상주의를 극복하고 있죠. 인상주의적인 부분은 역시 많이 남아있죠. 거친 붓놀림이나 순색의 사용, 평면성, 불명료한 형태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흐가 함께 추구하고자 했던 인상주의가 간과한, 인간 내면의 정서와 열정, 감정의 부분을 같이 싣고자 했죠. 고흐의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죠.

고흐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고, 불안한 내면의 심리가 자신의 작품이 그대로 담기는 거죠. 아까 낭만주의 작품들을 봤죠? 고야나 들라크루아나, 터너는 내면의 정서를 담고자 했죠. 고흐에 의해서 작품에 실리게 되는 거예요.

<별이 빛나는 밤>, 고흐가 죽기 바로 직전에 그린 그림이죠. 정신병적인 부분으로 많이 고통받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데, 그때의 불안하고 격렬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죠. 이렇게 내면의 정서를 담고자 했던 고흐의 취지가 담긴 작품이죠.

그리고 또 한 명, 고갱. 고갱이 잠시 고흐와 같이 산 적이 있었어요. 그때 고흐가 그림 그리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에요. 나중에는 이들이 서로 안 맞아서 안 좋게 헤어지죠. 여러 가지 사건이 있죠. 고흐가 귀를 자르고 그 이후 고갱은 남양 군도로 떠나게 되는 여러 사건.

고갱도 인상주의적인 화풍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순색의 사용, 원색을 많이 쓰죠. 평면성, 거칠고 정교하지 않은 표현들. 그러면서도 고갱이 함께 살리고자 했던 게 근대를 지나오면서 인간이 잃어버린 원초성, 원시성, 순수함. 마치 어린 아이와도 같은 때 묻지 않음. 과학, 진보와 같은 합리주의, 이성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원시상태를 동경했죠. 그 시대에 많은 학자나 예술가들이 공통적으로 동경했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고갱의 이런 정신은 광범위하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반근대성. 그래서 이후 20세기 화가들에게 세잔, 고흐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 게 고갱의 원시주의죠. 프리미티비즘이 많은 예술가들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 시대에 정신과 가장 잘 맞는 부분이기 때문이겠죠.

남양 군도 타히티 섬에 가서, 젊은 여자를 얻어 원시인처럼 살죠. 원주민들처럼 살면서 그들의 생활을 그린 거죠. 그만큼 밀도 있겠죠. 삶 자체를 경험했기에. 고흐도 불행하게 삶을 마쳤지만, 고갱도 비참하게 병에 걸리고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외롭게 죽죠.

인상주의와 달리 후기 인상파 세 화가의 공통된 특징은, 살아 있을 때 빛을 못 받았다는 거죠. 죽어서 그 이후에 인정을 받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