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Where Is the Friend's Home?>(1987) / <숙제
Homework>(1990) / <클로즈업 Close-Up>(1990) /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And Life Goes On>(1992) / <올리브 나무 사이로 Throuh the
Olive Trees>(1994) / <체리 향기 Taste of Cherry>(1997)
/ <바람이 우리를 데려라 주리라 The Wind Will Carry Us>(1999) / <ABC
아프리카 A.B.C. Africa>(2001) / <텐 Ten>(2002) / <파이브
Five>(2004) / <쉬린 Shrin>(2008)
영화감독 키아로스타미의 위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현대 이란영화의 대표 주자일 뿐만 아니라 당대 월드 시네마의 가장 중요하 영화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영화 잡지 <필름 코멘트>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그는 ‘1990년대의
가장 중요한 영화감독’으로 뽑혔다. 영화평론가 필립 로페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한 때 고다르의 시대에
살았던 것처럼 지금은 키아로스타미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는 비평가들로부터만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영화감독으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티야지트 레이가 영면했을 때 나는 낙담했다. 하지만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을 본 후 우리에게 레이의 자리를 대신할 바로 그 사람에게 우리에게 주었다는 데 대해서 신께 감사했다”고
말한 사람은 구로사와 아키라였고, 장 뤽 고다르는 “영화는 D. W. 그리피스로부터 시작해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끝난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물론 키아로스타미에 대해서 만장일치의 찬사만이 쏟아진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키아로스타미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 사람이다. 그는 <체리 향기>에 대한 리뷰에서
평소 자신이 존경하는 두 평론가들(조너선 로젠봄, 데이브 커)이 <체리 향기>를 걸작으로 치켜 세우는
것에 의견을 같이 하지 않는다며 자신은 어떤 옷도 입지 않은 황제를 본 느낌이라고 썼다. 현재까지도 키아로스타미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키아로스타미라는 리얼리스트?
키아로스타미는 종종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리얼리스트로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그는 네오 리얼리즘의
전통과는 항상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1992년에 이미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내
영화들과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사이에 어떤 유사점이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전후 이탈리아와 유사한 현재 이란의
사회적 ? 정치적 특징과 관련이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 작품은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순전한 모방으로서
보아서는 안 된다. 영화 제작에서 모방은 전혀 내게 흥미를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주 인위적인 것을 만들어낸
위험을 포함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후에 키아로스타미는 자신을 리얼리즘 감독으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니다. 사실 나는 모든
‘이즘’(ism) 전반을 거부한다. 어떤 사람들이 내 영화에 대해 쓰는 ‘휴머니즘’이라는 용어를 포함해서 말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내 영화들이 전혀 휴머니즘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키아로스타미 영화의 특별함을 설명하기 위해 ‘포스트 모던 네오 리얼리즘’이란 용어를 동원하기도
했다. 확실히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은 리얼리티의 포착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때의 리얼리티는
단지 스크린에 보전된 외부 세계의 리얼리티만이 아니라 허구와의 경계를 확실하게 설정할 수 없는 유의 것이다.
다른 말로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에서 픽션과 다큐멘터리는 명확한 경계선 안에 있는 개념들이 아니다.
범주의 거부
시골 네오 리얼리즘의 모델, 제7예술의 가장 뛰어난 휴머니즘 전통의 상징, 현대 영화의 아이콘, 등 키아로스타미와
그의 영화들은 여러 정의들을 동반하지만, 그의 작품을 기존의 인지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 안에 위치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비옥한 영화 만들기 경력은 안이한 범주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시선의 재교육
키아로스타미의 독특한 영화 제작 방식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영화 만들기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갖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지만, 키아로스타미 자신은 직관적 태도를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내 접근 방식은 존재하는
상황에 따르는 것이다. 이는 자발적인 과정이지 내가 미리 그것에 대해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어떤
이론을 마음에 두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나는 완전히 본능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는데, 다른 방식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영화 감독은 이미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지, 그렇지 않고 이미지를 만들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은 표준적인 시청각 수퍼마켓에 있는 생산품들처럼
종종 유포되는 이미지를 보고 포착하는 것에 대한 엄격한 윤리의 지배를 받는다. 알랭 베르갈라의 ‘시선의 재-교육’이란
개념은 키아로스타미의 전체 작품에 잘 들어맞는다.
관객과의 상호작용
“가장 좋은 영화의 형태는 관객들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라고 키아로스타미는 말한다.
키아로스타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종종 보이는 것만큼이나 존재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이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라 주리라>를 만들면서 키아로스타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보여주는 유형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 내 목표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해 가능한 많은 것을 우리 마음
안에 만들어낼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 자신 안에 있지만 당신 안에 존재했는지도 모를 숨겨진 정보를
얻고 싶다.”
관객은 영화와 상호작용을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키아로스타미는 ‘관객을 매혹시키는 것은 그로부터 이성을 빼앗는
것이다’라고 하는 자신의 믿음을 고수한다. 그가 관객이 자신의 영화들 가운데 하나를 볼 때 상상력을 활용해야만
하도록 만들려는 방식은 공제와 생략의 원칙을 통해 모호함을 창출하는 것이다.
키아로스타미는 관객이 영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활동을 하도록 비밀, 거짓말, 비가시성의 장치들을 매우 두드러지게
활용한다. 그는 말한다. “보여줄 필요가 없는 것을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 내게, 그것은 포르노그래피이다.”
단순성의 풍요로움
키아로스타미는 단순성의 이점을 이야기하면서 또한 그것이 용이함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영화는 이
모든 새로운 도구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의 초창기 때처럼, 카메라, 세 개의 렌드, 두 개의
트라이포드면 된다. 사람들은 매우 적은 것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키아로스타미)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에
구현된 단순성은 이상한, 혹은 기만적인 단순성일 경우가 많다. 외양상으로는 단순한 설계에 의해 지어졌지만 알고
보면 그풍요 안에 삶과 영화에 대한 심원한 문제들을 포괄할 수 있는 그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전례 없는 풍요로움의
경험을 안겨준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키아로스타미는 카메라는 무엇보다도 삶을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상업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펜처럼 카메라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신이
어떻게 삶을 보느냐에 대한 것이다. 이웃, 풍경, 친구, 형제, 아이들,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의 눈을 고정시킬
것인가... 이것은 집중의 문제이다. 만일 당신이 집중한다면, 더 이상의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해할 수가 없다.” (키아로스타미)
<ABC 아프리카>와 같이 우간다의 비참한 현실을 그리려 하는 다큐멘터리에서도 키아로스타미는 단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의 대부분의 영화들은 삶과 죽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그것이
공생하는 현실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문제를 성찰한다.
개안(開眼)의 영화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은 우리로 하여금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 강력한 성찰의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여하튼 그의 영화를 주의 깊고 예민하게 보고 듣는 것, 그리고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키아로스타미는 우리로 하여금 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하게 하는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과 지성을 여는 것이다.” (제프 앤드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