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강 덕충부 · 대종사① : 죽음 - 조화의 작용

◆ 조릉의 일화

※ 학습목표

장자가 조릉에서 겪은 일을 통해 어떤 문제의식을 갖는지 살펴본다.

▲ 조릉의 일화

“장자가 어느 날 조릉(雕陵)의 밤나무 숲에서 놀다가 이상한 까치 한 마리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 까치의 날개는 7척이나 되고, 눈동자의 크기도 한 치가 넘었다. 그런데도 그 까치는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날아가서 밤나무 숲에 앉았다. 이에 장자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게 무슨 새인가? 저렇게 큰 날개를 가지고서도 높이 날지를 못하고, 저렇게 큰 눈을 가지고서도 사람도 보지 못하는가? 그런 뒤 바지를 걷어 올리고 빠르게 걸어서 화살을 잡고 그 새를 노려보았더니 그 새는 앞에 버마재비를 잡으려고 노려보고 있었고. 그 버마재비는 기분 좋게 나무 그늘에 앉아서 자기 자신도 잊고 노래하고 있는 매미를 잡으려고 노려보고 있었다. 그새는 장자가 노리고 있음을 모르고 있고, 버마재비는 새가 노리고 있음을 모르고, 매미는 버마재비가 노리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장자는 이 꼴을 보고 탄식하였다. ‘아아 만물은 서로 이해가 얽혀 있구나. 매미는 나무 그늘에서 즐길 줄은 알고 있어도 자신이 곧 버마재비에게 잡힐 것은 모르고 있고, 버마재비는 매미를 잡을 생각만을 하고 곧 까치의 밥이 되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리고 까치는 버마재비를 잡을 생각만 하고 장자의 살에 맞을 것은 모르고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자신의 욕심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참된 처지를 모르는 것이로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런데 화살을 버리고 그 뜰을 나오려는데 이 때 밤나무 숲을 지키던 사람은 장자가 밤을 따러 가려는 도둑인줄 알고 뒤를 쫓아오면서 그대는 누구인가? 이 뜰에는 무단히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네 하고 야단을 맞았다."

먹이 사슬이 장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각자 자기가 취할 이득에 눈이 멀어 자기가 위험에 빠진 것을 모른다. 이익의 논리가 통용되는 세속적인 사회로 들어오는 순간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것을 장자는 깨닫는다. 이야기의 공간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 밤나무 숲으로 설정되어있는 것도 세속적인 사회를 상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위험한 사회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는 것은 그것이 개인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안전과 편리를 보장해주는 방식으로만 사회가 돌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를 어떤 위험에 빠트리고 나라는 개체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은둔하거나 자연 속에서 묻혀 살아야 하는가.

▲ 선표와 장의

“노나라에 선표란 자가 있었다. 바위굴에 살면서 물을 마시고, 남들과 함께 이를 꾀하지 않았으므로 나이 일흔에도 갓난아기의 얼굴색과 같았다. 그러다가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를 만나 잡아먹혔다. 장의란 자는 고문 현박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으나 나이 마흔에 열병으로 죽었다. 선표는 그 안을 길렀으나 호랑이가 그 밖을 먹어버렸고, 장의는 그 밖을 길렀으나 병이 그 안을 공격하였다. 이 두 사람은 모두 그 뒤지는 것을 채찍질하지 않은 자들이다.”

▲ 두문불출한 장자

조릉의 일 뒤로 장자는 삼년동안 두문불출했다고 한다. 산목 편은 장자를 충실하게 계승하려는 계승자들이 쓴 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들은 장자의 사상이 겪는 역동적인 과정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서양의 학자들 중에는 이 일화를 두고 장자에게 아주 중요한 사상적 전회(conversion)가 일어난 계기로 보는 사람이 많다. 조릉의 일화로 충격을 받고 장자의 세계관과 인생관이 확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편에 나타나있는 사상들은 이 사건에서 장자 자신이 받았던 충격들과 그로 인해 생겨난 문제의식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

▲ 장자는 인간세상을 버리는가

장자가 내편에서 인간세상을 버리고 떠나는 것을 주장한다고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인간세상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차있고 위험하므로 세상을 버리고 자연으로 떠나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자는 것이 장자의 메시지라고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반대로 이 세상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시시각각 변화해가는 세상의 흐름에 잘 적응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면서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옳지 않다. 세상을 떠나거나 세상에서 적응해서 살거나 둘 중의 하나로 해석하려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데 실제로 외편이나 잡편에는 이렇게 오해될 소지가 있는 내용들이 있다.

▲ 세상 속에서 세상 바꾸기를 고민한 장자

“그[장주]는 홀로 하늘과 땅의 위대한 작용과 더불어 왕래하면서도 만물에 대해 거만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을 옳다 그르다 견책하는 태도를 버리고 세속과 더불어 살았다.”(「천하」)

내편에 나타난 장자의 사상을 정확하게 평가했다. 장자는 세상과 함께 살면서도 세상의 지배적인 논리에 따르지 않고 사는 방법을 추구했다.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방법, 세상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한 사람이다. 장자가 자기변화를 강조한다든가 이질적인 존재들의 소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목적 때문이다. 세상 속에서 세상을 바꾸게 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는 것이다.

▲ 양주의 자기보존을 넘어서

양주는 개인의 자기보존이 최대의 문제였다. 이런 양주의 문제의식을 장자는 뛰어넘는다. 장자가 변화를 이야기하는 이상 양주의 사상과는 결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양주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장자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죽음의 문제였다. 동아시아 여러 사상가들을 통틀어서 장자만큼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 깊이 천착했던 사람도 없다 장자는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 어떤 사상가보다도 정면 돌파하려고 한다. 장자 내편 전체를 통해 죽음과 삶의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 장자가 살던 시대는 전국시대로, 인간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전쟁에서 죽는다든가 하는 일이 많았다. 따라서 시대적 흐름에 대한 반동으로 양주같이 자기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최고의 과제로 삼는 사상들이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보호하려고 해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양주의 사상은 기본적으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깔려있다. 아무리 스스로를 보호한다 하고 천수를 누린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사실은 양주의 사상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를 말해 준다. 장자는 죽음의 문제와 죽음이 주는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깊이 생각한다.

▲ 죽음은 변화다

장자가 죽음의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죽음을 변화로 본다는 것이다. 내편에 나오는 화(化)라고 하는 주제도 죽음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화(化)는 사람의 옆모습과 그것이 뒤집힌 것을 상형한 것이다. 이것이 변화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의견이 분분한데 어떤 사람은 공중제비를 돌며 재주를 부리는 것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이 뒤집히니 죽는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장자는 죽음을 더 이상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나의 존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라고 본다. 하나의 존재방식이 사라지고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방식이 생겨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