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에셔와 리차드 세라

※ 학습목표 : 마이클 에셔와 리차드 세라의 작품을 특정 장소성 개념을 적용해 감상한다.

▲ 마이클 에셔

[마이클 에셔, 포모나 대학 아트 갤러리의 프로젝트]

「갤러리 쪽에서 보면, 완전히 사각형으로 열려있는 입구는 거리를 하나의 ‘그림’을 넘어서서 미술관의 통제 여건들에 복속된 미학화된 대상으로 틀 지운다. 그런가 하면, 거리 쪽에서 보면, 크게 입 벌린 입구는 미술관의 특권이 어떻게 파괴되는가를 표현하면서 미술관 주변의 여건들과 연속되도록 한다.」
- 미술관 안쪽에서 입구를 통해 바깥 풍경을 보면, 마치 액자 속의 그림처럼 보인다. 바깥 풍경을 갤러리 쪽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갤러리의 장악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반대로 바깥에서 보면 미술관이 바깥에 포섭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는 ‘미술관의 특권’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미술관의 자율성에 대한 가정들이 계속 작동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가정들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언급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에셔의 비판은 상품화와 소비를 허용하는(미니멀리즘적인) 대상 생산에 대적할 뿐만 아니라 그와 동시에 그러한 행위에 문화적인 합법성을 부여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미술관이라는 제도적인 장치를 대적한다.」
- 미술관의 자율성 : 우리는 미술관의 자율성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이 정치적 바람이나 미술 시장, 문화 사업에도 영향 받지 않으며 예술지상주의적 순수함을 추구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실제적으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 70년대에 들어서면 제도 비판적 예술이 나온다. 여기에서부터 개념 미술이 함께 등장하는데, 개념미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제도 비판에 있다. 에셔의 작품은 미술관이 가지는 허위적 자율성을 폭로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개념 미술적 측면이 강하다.

「포모나 대학 프로젝트가 대학의 물리적인 폐쇄 공간들(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에 맞춤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특정 장소적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정한 측정 단위에 따라 잘라지고 맞물려 그 사회문화적인 용기(容器)의 논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그 자체가 일종의 제도 비판적인(critique of institutions) 것이라 할 수 있다.」
- 에셔는 일반인들의 통념처럼, 미술관 혹은 갤러리가 세속과 거리가 먼 순수한 공간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사회정치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그의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미술관의 가장된 순수성, 혹은 자율성을 폭로한 것이다.

「미술 대상을 탈소재화(dematerialization)하면서 추정되는 미적 판단의 ‘보편적인’ 조건들을 암암리에 승인하는 예술 관행 또는 사회 계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포모나 대학 프로젝트는 개념 미술의 목표와 연결될 수 있었다.」
- 에셔의 작품은 건물이 없으면 성립이 되지 않는다. 즉 작품 그 자체로 독립적인 물질적 조건을 구비하고 있지 않다. 이것을 탈소재화, 탈물질화라 부를 수 있다.

* 참고 - 개념미술의 목표는 제도 비판적인 것에 있다.
예술의 가장된 순수성을 드높이면서 그것을 고가로 사고파는 이중성을 폭로하는 것

▲ 리차드 세라

[리차드 세라, <Strike: To Robert and Rudy>]
(1969-71, Hot rolled steel, 243.8x731.5x2.5)
- 미니멀한 작품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전시장의 대부분을(관객이 돌아볼 수 있는 공간만 남긴 채) 대각선으로 거대한 쇠판을 세워 놓았다.」
「쇠판은 공간을 자른다. 관객이 돌아보는 가운데 쇠판은 하나의 선이 되기도 하고 거대한 벽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객의 움직임에 의해 ‘막힘-열림-막힘’이 연출되면서 공간 자체가 작품의 자름이 작동하는 물질적 소재(matter)로 경험된다. 공간을 가로지르면서 이러한 자름을 만들어내는 작업자는 바로 관객이기 때문에 작품이 공간을 잘라내는 작용은 관객의 지각적인 작업의 함수가 된다. 관객은 작품과 함께 자기 자신의 살아있는 세계의 연속성을 재소집하는 셈이다.」
「세라의 이 작업은 에셔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물질적으로나 개념적으로 건축 공간에 개입해 들어간 것이다.」
- 건축 공간에 개입해 들어갔다는 점에서 특정 장소성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사적인 공간(전시장)에 개입한 것인데, 이 공간을 벗어난 쇠판은 철판 값은 받을지언정 미술 작품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