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강 청문명의 장관 Ⅰ

◆ 청문명의 저력

▲ 보석 셋, 소경의 평등안

復至柵外望見柵內/閭閻皆高起五樑섬艸覆盖而屋脊穹崇/門戶整薺/街術平直/兩沿若引繩然/絶無邨野氣/往者洪友德保/嘗言大規模細心法/柵門天下之東盡頭而猶尙如此/前道遊覽忽然意沮直欲自此徑還/不覺腹背沸洪/余猛省曰/此心也/余素性淡白慕羨猜本絶于中/今一涉他境/所見不過萬分之一乃復乳妄若是何也/此直所見者小故耳/若以如來慧眼遍觀十方世界無非平等/萬事平等自無羨/顧謂張福曰/使汝往生中國何如/對曰中國胡也小人不顧/我有一盲人/肩掛金囊手彈月琴而行/余對悟曰/彼豈非平等眼耶/

부지책외망견책내/여염개고기오량섬초복개이옥척궁숭/문호정제/가술평직/량연약인승연/절무촌야기/왕자홍우덕보/상언대규모세심법/책문천하지동진두이유상여차/전도유람홀연의저직욕자차경환/불각복배비홍/여맹성왈/차투심야/여소성담백모선시투본절우중/금일섭타경소견불과만분지일내부우망약시하야/차직소견자소고이/약이여래혜안편관십방세계무비평등/만사평등자무투선/고위장복왈/사여왕생중국하여/대왈중국호야소인불고/아유일맹인/견괘금낭수탄월금이행/여대호왈/피기비평등안야/

다시금 책문 밖에서 책문 안을 들여다보니/여염이 모두 높이 고급스런 기와를 세웠고 전부 띠풀로 지붕을 덮었다/ 문호는 잘 정비되었고/ 도로를 만든 기술이 곧고 평평하며/ 도로변이 마치 노끈으로 잰 것처럼 반듯하다/ 조금도 촌구석의 모습이라곤 없었다/ 옛날에 홍대용이/ 일찍이 규모는 크고 심법이 세심하다고 말했다/ 책문이라는 곳은 중원의 동쪽 끄트머리인데도 이처럼 훌륭하거늘/ 앞길에 내가 유람을 할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의욕을 상실하여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도 모르게 등과 배에 땀이 흥거니 젖어/ 나는 맹렬히 반성하였다/ 이것이야 말로 질투하는 마음이구나/ 나는 본디 성격이 담백하여 타인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딱 한번 다른 경계에 발을 옮기고 나니 본 바가 만분에 일도 안 되는데 다시금 허황되고 망령된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어쩐 일인가?/ 이것은 본 것이 아주 작아서 그런 것뿐이다/ 만약 여래의 혜안으로 시방세계를 두루 살핀다면 평등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 만사가 평등하면 스스로 질투하고 선망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다/ 장복에게 말하기를/ 네가 만약 중국에 태어났다면 어찌하겠느냐?/ 중국은 오랑케의 나라이기 때문에 소인은 원치 않습니다/ 문득 맹인이 지나는데/ 어깨에 금낭을 매고서 손으로는 월금을 뜯으면서 지나가는데 / 내가 그때 깨달았다/ 저것이야말로 어찌 평등안이 아니겠느냐!/

▲ 보석 넷, 일신수필

余下士也/曰壯觀在瓦礫曰壯觀在糞攘/夫斷瓦天下之棄物也/然而民舍垣肩以上更以斷瓦兩兩相配爲波濤之紋/四合而成連環之形/四背而成古魯錢嵌空玲外內交映/不棄斷瓦而天下之文章斯在矣/民家門庭貧不能鋪則聚諸色琉璃碎瓦/及水邊小礫之磨圓者/錯成花樹鳥수之形/以禦泥不棄碎礫而天下之畵圖斯在矣/糞至穢之物也/爲其糞田也則惜之如金/道無遺灰/捨馬矢者奉番而尾隨/積痔方正或八角或六/或爲樓臺之形/觀乎糞壤而天下之制度斯立矣/

여하사야/왈장관재와력왈장관재분양/부단와천하지기물야/연이민사료원견이상갱이단와양양상배위파도지문/사합이성연환지형/사배이성고로전감공영룡외내교영/불기단와이천하지문장사재의/민가문정빈불능포전즉취제색유리쇄와/급수변소력지마원자/착성화수조수지형/이어니뇨불기쇄력이천하지화도사재의/분혼지예지물야/위기분전야즉석지여금/도무유회/사마시자봉番이미수/적치방정혹팔각혹육능/혹위루대지형/관호분양이천하지제도사립의/

나는 하사다/ 내가 말을 한다면 중국의 장관은 기와 조각에 있고 장관이 똥부스러기에 있다/ 무릇 깨어진 기와는 천하에 쓰레기인데/ 그러나 민간에서 집을 지을 때 어깨 높이 이상이 되면 깨진 기와로써 두개씩 포개면 파도모양이 되고/ 네 개씩 이어놓으면 고리처럼 이어진다/ 네 개를 거꾸로 서로 등지게 하면 옛 노나라의 화폐모양이 되어 바깥과 안이 서로 비추게된다/ 깨어진 기와를 버리지 않아 천하의 문양이 만들어진다/ 민가의 문과 뜰이 가난하여 벽돌을 쌓을 수 없을 때 여러 가지 색의 유리가 깨어진 기와들을 모으고/ 물가의 조그만 조약돌을 모아서/ 이들을 섞어서 쌓으면 꽃과 나무, 새, 짐승의 모양이 된다/ 그리하여 진흙들을 다스릴 수 있고 부서진 조각들을 버리지 않아서 천하의 그림을 이룬다/ 똥과 오줌은 지극히 더러운데/ 그것이 비료가 된 즉 아끼기를 금처럼 한다/ 길거리에는 한가지 버리는 것이 없다/ 말똥을 줍는 사람이 삼태기를 들고 이를 주서 모와서/ 이를 쌓아서 반듯한 네모, 팔각형, 육각형을 만들거나/ 누대의 모양까지 만든다/ 이 똥부스러기야 말로 천하의 제도를 만든다는 것을 알겠다/

▶인물 해설

홍대용［洪大容 1731~1783］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1731~1783). 자는 덕보(德保). 호는 담헌(湛軒)·홍지(洪之). 북학파의 대표적 인물로, 천문과 율력에 뛰어나 혼천의를 만들고 지구의 자전설을 제창하였다. 저서에 《담헌집》, 《주해수용(籌解需用)》 따위가 있다.

◆ 정덕을 위한 이용(利用)과 후생(厚生)

▲ 이용후생(利用厚生)

변군과 함께 책문 안의 술집에 들어간 연암은 사소한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세심한 눈으로 이번에는 청의 술집 풍경을 살펴 이용과 후생 그리고 정덕을 논한다.

“주변의 진열 상태를 둘러보니 모든 것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다. 한 가지도 구차스럽게 대충 해놓은 법이 없고, 물건 하나라도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것이 없다. 심지어 소외양간이나 돼지우리까지 모두 법도 있게 깔끔하다. 땔감 쌓아놓은 것이나 두엄더미까지도 그림처럼 곱다. 아! 이렇게 된 뒤에야 비로소 이용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이 있은 뒤에야 후생이 될 것이요, 후생이 된 뒤에야 정덕이 될 것이다. 그 쓰임을 이롭게 할 수 없는데도 삶을 도탑게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드물다. 생활이 넉넉지 못하다면 어찌 덕을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

보통 이용후생을 논함에 있어 우리는 정덕을 쉽게 간과한다. 우리 시대의 실용성은 정덕을 토대로 하고 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근대의 이용후생은 오로지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가치만을 갖고 있을 뿐 정덕이 없어 근대 이전의 가르침으로부터 어떤 것도 배울 수가 없게 된다.

▲ 벽돌예찬

가난한 조선의 서민들이 살던 집은 쾌적하지도 튼튼하지도 않았던 것만은 분명했다. 조선 사람들은 그들의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 즉 볏짚과 나무, 흙으로 집을 지었고, 중국 사람들은 대지를 덮고 있는 황토로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지었다. 벽돌집이 초가집에 비해 튼튼하고 반듯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중국 땅을 처음 밟은 연암도 벽돌집의 장점이 눈에 보였다. 벽돌로 만든 주택의 좋은 점을 설명한 연암은 마치 작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자세히 관찰이라도 한 듯 벽돌 쌓는 법을 상세히 묘사한다.
벽돌 쌓는 법을 자세히 관찰한 연암의 눈에 중국의 성이 보인다. 당연히 벽돌로 쌓은 성이다. 이에 비해 조선의 성은 돌로 쌓았다. 한반도의 질 좋은 화강석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땅이기 때문에 성도 옛날부터 돌로 쌓아왔다. 연암은 연행 동료인 진사 정각과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걸으며 중국의 벽돌 성이 어떠냐고 묻는다. 그런데 정진사가 “벽돌이 돌만 못한 것 같애”라고 대답하자 준비된 자신의 장광설을 시작한다. 그러나 연암이 벽돌 예찬론을 도도하게 전개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같이 걷는 정진사는 곧 말에서 굴러 떨어질 정도로 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