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강 의식, 무의식, 자의식

◆ 의식에 대하여

※ 학습목표

우리의 인식에서 의식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본다.

▲ 일시적인 세상과의 단절, 기절

기절은 무엇인가. 현상학 입장에서 보면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 대한 의식의 해답이다.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의식은 채널을 꺼버린다. 의식이 사라지면 우리는 세상을 볼 수 없고 인지할 수도 없다. 현실세계는 의식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이란 것은 의식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이상주의(관념론) 철학자들은 주장한다. 현실세계, 즉 오가는 사람들, 화병에 꽂혀있는 꽃들, 거리의 풍경, 사람들의 움직임 등등 모두 다 의식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의식이라는 것은 이미지가 재현representation되는 것이다. 의식이 있으면 감각을 통해 들어온 것을 의식 속에 이미지로 재현해서 머릿속에 떠올린다. 기절해버리면 의식은 단절되니까 아무 생각도 없어지고 암흑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기절, 의식 상실은 한 개인에게서 일시적으로 세상이 사라지는 경험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각자가 재현하고 있는 세상이, 또 그러한 세상 속에 있는 자신이 사라지는 것이다.

▲ 주관적 관념론

의식에 대해 유물론적 입장과 관념론적 입장이 있다. 우리 인식에서 의식이 토대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데 그 정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의식의 재현이 우리의 사고활동이라는 것이 버클리라는 철학자가 얘기한 관념론의 대표적 명제다. 있다는 것은 지각되었다는 것이다. 무언가가 느껴졌다면 그것은 내 눈앞에 뭔가 떠올랐다든지 내 손끝에 뭔가가 느껴졌다든지 내 코에 뭔가 냄새가 났다든지 한 것이다. ‘있다’는 것은, 나 안에 있는가, 나 밖에 있는가. 실제로 우리가 있다고 부르는 것은 떠오르는 감각, 주관에 떠오른 관념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입장이 주관적 관념론이다. 이 주관적 관념론의 입장은 의식의 작용을 극대화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 서게 되면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주관적 관념론은 이른바 현실이라는 건 나 밖에 있는 현실은 의미가 없고 나한테 들어온 것만 현실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한다. 나에게 지각된 것만 리얼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상호주관성

똑같은 것이 여러 사람에게 떠오르면 그것을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왜 동시에 똑같은 게 떠오르는가. 두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두 존재가 본성적으로 똑같은 걸 떠올리도록 구조화되어있을 수도 있지만 밖에서 오는 자극이 동일한 자극이라서 똑같은 걸 떠올릴 수도 있다. 이 주관들 사이의 일치라는 것을 기반으로 우리에게 동일한 자극이 주어지고 주관이 떠오른 것 외에 뭔가 객관적인 일이 있다고 생각해야 되지 않겠냐는 가설로 나아가게 된다. 그런 걸 상호주관성이라고 한다. 주관들 사이에 서로 함께 교류해서 함께 떠오르는 것, 상호주관성을 리얼한 것의 토대로 삼으려는 입장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왜냐면 각자에게 떠오른 것을 언어를 통해 확인할 때 언어의 한계 때문에 100%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하얗다고 해도 각자의 이미지와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서로 교류해서 일치를 본다고 합의를 본다고 정말 머릿속에 있는 재현representation의 이미지가 동일한 것인지는 사실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 신이 지각하므로 존재한다

그러면 지각하지 않으면 없는 것인가. 엄마가 잔소리할 때 귀를 막는다고 엄마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버클리는 신의 지각 속에 있는 게 진짜 있는 것 이라고 문제를 해결하고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내가 눈을 감으면 내 지각에선 없어지지만 신의 지각에서는 남아있으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취약점은 남아있다. 그래서 철학사에서 관념론은 결국 우리한테 인식된 것의 객관성, 보편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 현상학의 입장

현상학의 입장에서는 의식의 작용이 의미를 부여하는 작용이라고 한다. 의식이 어떤 것에게 존재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무로 돌아가는 데 그렇다고 존재 자체가 없는 건 아니다. 의미의 차원에서 아무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의 무다. 무의식은 의미부여 작용이고, 의식을 했을 때 의식을 통해서 의식 속에서 어떤 대상이 의미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식, 앎이라는 것은 결국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이란 건 나에게 잡다하게 주어지는 복잡한 있는 것들 중에서 인식하는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한다. 의미형성체를 계속 확인해가는 과정이 인식의 과정이다. 현상학은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

◆ 인간의 자의식

※ 학습목표

자아와 자의식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고 인간은 왜 죄의식을 가지는지, 무의식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본다.

▲ 자의식

나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작용이 이른바 자아반성, 자의식이다. 이때 의식은 자기 자신을 그려 보이는 능력,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의식이 세상을 지금 그대로 존재라고 허락한다면 각자도 그렇게 존재하도록 허락한다. 내가 아는 한 자신은 나 자신은 내 의식이 허락해준 모습이다. 그래서 자의식이라는 것이 바로 자아를 형성한다. 자아란 표현이 넓은 표현지만 편의상 ‘자의식에 의해서 형성된 나’라고 하겠다. 내가 설정해놓은 나가 있고 실제로 나의 모습이 있다고 치면 내가 설정해놓은 나를 항상 주장하고 설정하는 건 자의식이고 현실적인 나를 자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누구인가

의식은 자아를 성립하는 데 쓰이며 우리가 의식작용의 대상이자 주체가 되려고 한다. 그래서 의식은 주체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이 의식의 가장 큰 특징이다. 스스로를 대상화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능력, 그것이 의식의 가장 큰 특징으로 철학자들은 생각한다. 거기에서 많은 인간의 문제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의 진정한 인간성은 무엇이고 나의 독특한 점은 무엇인가. ‘나’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게 철학의 중요한 출발이었다.

▲ 존재론 - 일반형이상학과 특수형이상학

그래서 특히 근대철학은 바로 이런 의식에 대한 탐구. 의식에 대한 자의식적 탐구. 그것이 근대 철학의 중요한 특징이다. 철학의 분야가 존재론, 인식론, 윤리학, 미학 이렇게 있다면 고대 중세까지는 존재론이 철학에서 제일 중요한 분야였다. 존재론, 형이상학.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형이상학을 제일철학이라고 불렀다. 철학 중에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철학은 있는 것을 탐구하는 것,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중세 때는 있는 것 중에서도 신, 영원을 탐구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중세 때는 존재론을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다뤘다. 눈에 보이는 것을 넘는 것을 탐구하는 것이다. 요즘은 존재론을 일반형이상학과 특수형이상학으로 나눈다. 일반형이상학은 사물들 자체를 탐구하는 것이고 특수형이상한은 영혼, 우주, 신 등을 탐구하는 것이다. 근대의 특징은 인간이 주체로 확립되는 것이다. 그때 인간은 의식으로서의 인간이다. 자기 자신도 돌아보고 나 밖에 있는 것도 볼 수 있는 의식으로서의 인간. 그래서 인간의 자의식ego에 대한 탐구다. 결국 철학에서는 인식론이라는 분야가 인간의 의식에 대한 탐구다. 그 기준이 될 만큼 의식이란 것이 근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주제가 된 것이다.

▲ 죄의식, 원죄, 근본악

상당한 인식차원의 의식이라면 의식이란 것이 인식차원만이 아니라 도덕의 기능도 한다. 죄의식은 무엇인가. 자의식과 자아의 차이의 균열 때문에 생기는 것이 죄의식이다. 실제적인 내 모습이 내 자의식이 규정하는 모습과 불일치하니 그 간격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원죄의식이 있다.(아담의 사과 Adam's apple) 도달해야 할 자아와 불일치하는 인간은 원죄가 있다는 것이다. 칸트는 인간에게 근본악이 존재한다고 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 서있는 존재다. 내가 해야만 할 것. 해야만 할 것, 또는 되어야만 할 것과 내 지금 모습. 현재 하고 있는 것 사이에 일치가 생기기 힘든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그는 굽은 나무에서 곧은 방망이를 깎아낼 수 없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재료에서 완벽한 게 나오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굽은 나무는 인간의 현실적인 모습이고 곧은 방망이는 인간의 자의식이 추구하는 완벽한 모습인데 그것이 절대로 일치할 수 없음을 얘기한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원죄로 얼룩진 죄인이라고 가르친 것은 죄로 물든 현실과 순수한 이상 사이에 놓인 심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고 불안, 두려움, 떨림, 공포, 불만족, 자기증오 인간과 자기 몸에 대한 경멸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기독교에서 죄인이라는 말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면 기독교의 원죄는 이런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 죄의식에서 벗어나자

‘나’는 사실은 자의식이 규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때 자의식은 순수하게 자가의 뜻과 욕망이 담겨있는 게 아니라 그것은 사회적으로 규정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강요되기도 하고 교육에 의해서 형성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강요되는 이상적 나를 물리치고 현실적인 나, 할 수 있는 나에 만족하는 태도를 가져야 될 것이다. 죄의식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죄의식은 물론 자기를 성찰하게 하고 자기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데 그것이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자기를 억압하고 왜곡시키는 방식이 된다. 그러므로 쓸데없는 죄의식은 갖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이상적 나와 현실적 나 사이의 대립 때문에 느끼는 죄의식, 부정을 해방시키고 자아실현의 긍정적 윤리를 만드는데 사용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만이 세상과 유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 프로이트의 무의식

어릴 적에 부모와 함께 자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의식 이야기다. 저자는 이 문제를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연관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인간관계를 혁명적으로 바꿨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의식의 영역이 쪼그라들고 무의식의 영역이 확장됐다. 그래서 인간이란 존재는 강력한 무의식에 좌우되는 결정론적인 생산물이라는 생각이 등장한다.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근대의 도식으로부터 인간은 사실은 무의식에 의해서 규정받는 존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바뀌게 하는 역할을 프로이트가 한다.

* 참고자료

오스트리아의 신경과 의사,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 [Freud, Sigmund, 1856.5.6~1939.9.23]

▲ 무의식을 규정하는 리비도

프로이트는 리비도를 무의식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봤다. 리비도는 넓은 의미에서 성적인 욕망, 성적인 충동이다. 프로이트는 성적 본능이 인간의 여러 가지 인격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를 거치며 인간이 쾌락을 찾는 방식이 무의식적으로 형성된다는 이론을 내세운다. 오토 랑크란 사람도 엄마 뱃속에 있던 상태가 무의식을 규정하고 있는데 결국 출산 이후에는 그 뱃속에 있던 평안한 상태를 찾기 위한 노력한다고 해석했다.

▲ 의식과 무의식

의식이란 것이 인간이 자기 자신 또는 대상에 대해서 현실을 구성하는 토대로서 작용을 하는 건데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 현실을 구성하는 토대인 인간 자신은 오히려 의식에 의해서 규정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자기의식은 오히려 인간한테 죄의식을 주기도 한다. 또한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의식을 통해 세상을 구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 자신은 오히려 무의식에 의해서 규정되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