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강 자유의 책임과 한계

◆ 인간의 자유 영역

※ 학습목표

성적 취향은 선택의 문제인지 생각해보고 인간 자유의 영역에 대해 고찰해본다.

▲ 변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아동성애자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스스로 선택한 것일까?’라는 질문의 ‘스스로 선택한’이라는 표현 속에는 자유문제가 들어있다. 아동성애가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면 결정론자의 상황이고 자기가 선택한 상황이면 자유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 챕터는 우리가 이상행위 내지 변태라고 부르는 행위의 책임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인지 논의를 통해서 자유문제의 한 측면을, 결정론과 자유 사이의 문제를 문제 삼고 있다.

▲ 가롯 유다를 성인으로 삼아야 되는가.

종교에서는 인간의 행위가 신의 뜻이라고 한다. 신이 시켜서 한 일이라면 인간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고 인간이 책임져야 한다면 그것은 신의 섭리를 부정하는 거다.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는 자유의 관점에서 보면 스승을 팔아넘긴 나쁜 자다. 그러나 신의 섭리의 관점에서 보면 예수를 죽게 해서 결국 인류 구원의 역사를 만드는 원인제공자다. 그러니 그를 성인삼아야 한다는 것이 가롯 유다의 패러독스다. 이런 딜레마가 결국 자유문제와 관련 있는 것이다.

▲ 아동성애는 선택한 것인가

선택은 문제점을 명확히 알고 문제시되는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을 택할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한다. 자유라는 것은 결국 선택 가능한 능력이다. 선택가능성이란 것을 전제로 했을 때 A도 할 수 있고 B도 할 수 있었는데 더 좋은 A를 하지 않고 왜 B를 했냐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런 기준으로 따져본다면 아동성애자가 자신의 취향을 선택한 것이라면 자신의 책임이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거다. 저자의 논리는 분명하다. 아동성애가 하나의 취향이라면 모든 취향은 선택하는 게 아니므로 어느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취향이 다수와 일치하건 특이한 것이건 말이다. 그래서 아동성애자는 태어난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고 태어나도 본인의 책임이 아니지만 만들어진 것도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들어지는 건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결정론이냐 유전결정론이냐 차이가 있지만 결정론적으로 보는 것이다.

▲ 플라토닉 러브

이성사이의 정신적인 사랑을 흔히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라고 부른다. 플라톤이 말하는 사랑은 둘이서 마주보는 것이 아니고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다. 이것을 동성애자들의 체위와 연관해 동성애를 가리킨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으로 우리가 게이들 사이의 가장 자연스러운 섹스방식이라고 생각하는 항문성교는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남성중심의 성적 패턴이 강한 나라일수록 동성애자들 사이에도 항문성교가 많다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플라토닉러브는 그런 식의 가부장적 모델의 섹스가 아니라 동성사회의 다른 방식의 관계를 함축한다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플라톤시대의 동성애는 사회적 결정론으로 봐야 한다. 고대그리스 사회는 그런 관계가 자연스러웠으므로 사회 환경이 이해할 때는 문제가 아니었다.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규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성적 취향의 문제는 자유의 영역이 아닌 결정론의 영역이라고 한다.

▲ 성적 취향을 결정짓는 것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성적 취향을 결정론에서 볼 때 결정론 안에서도 논의가 있다. 유전인 것인가 환경인 것인가의 문제다. 이 때 쓰이는 개념은 nature와 nurture다. nature를 내세우는 건 유전, 생물학적 요소를 중요시한 입장이고 nurture는 영양을 공급하다는 뜻으로 양육이 본성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교육문제와 관련해서 nurture를 중요시하는 쪽은 교육의 중요성이 크다고 보고 문제가 생긴다면 교육방식을 고치려고 한다. 반면 nature를 중요시하면 교육보다는 일종의 우생학적 교배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렇게 자연적인 결정론과 환경결정론 두 측면이 있다. 환경결정론에서 양육부분에는 두 측면이 있다. positive한 측면과 negative한 측면이다. positive한 측면은 무엇을 ‘하라’고 주입하는 것이고 negative측면은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가치를 부여하는 측면과 금기를 하는 측면이 양육과정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 무의식의 결정론

20세기에는 무의식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프로이트주의에서 나온 결정론이 등장한다. 우리의 삶에 가장 강력한 파급효과를 미치지만 가장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정신적인 영향이다. 정신분석은 무의식의 존재를 알려주고 무의식이 사람들을 꼼짝없이 굴복시키고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존재하도록 강제하는 힘. 그것이 무의식인데 그 무의식에 의해서 결국 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좋고 싫음, 기쁨, 욕구, 갈망 등의 모든 감정이 무의식에서 유래하고 이상 성애, 변태도 무의식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소아성애자, 동성애자, 동물성애자, SM, 페티시즘 등의 성적 취향이 정해져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되고자 자기가 택한 것이 아니고 어릴 때 각인된 정보에 의해서 형성된 무의식이 그렇게 규정을 한 것이다. 따라서 자기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 인간의 자유 영역의 축소

근대에 들어와서 멘델 이후 유전학이 발전되면서 발전되는 만큼 인간의 자유의 영역은 축소된다. 유전자로 결정되는 것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 같던 일이 유전자 행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진다. 또 교육학이 발전되면서 인간이 형성될 때 환경 변인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작용하는지 밝혀지면서 또다시 인간의 자유가 축소된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나오면서 또 다시 인간의 자유는 축소된다. 무의식에 의해 각인된 이미지가 영향을 미친, 자신의 의지가 아닌 무의식에 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근대는 개인은 자기 뜻에 의해, 자기 자유에 의해 완벽하게 자기를 제어하는 자율적인 존재로 생각했다. 그런데 자연과학의 발전, 사회과학, 교육학의 발전, 정신분석학의 발전을 통해서 인간이 자율적인 존재일 수 없음이 점점 분명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포스트모던이 등장한다. 인간의 자유를 축소시켜서 볼 수밖에 없는 과학적인 발전이 시대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 자유의 한계

※ 학습목표

자유주의와 간섭주의에 대해 알아보고 자유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 동성애자에 관한 편견

요즘 사회에서 동성애가 중요한 코드로 등장했다. 영화 「왕의 남자」는 동성애가 소재로 등장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사실 「왕의 남자」는 동성애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없고 오히려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왕의 남자」의 남성들의 관계는 가부장적 모델을 염두에 둔 동성애 모델이다. 남성적인 남자 연산과 여성적인 남자 공길을 가지고 동성애 관계를 얘기하지만. 실제로 동성애 커플이 꼭 한 쪽이 남성스럽고 한 쪽이 여성스러운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동성애 이미지를 전형적인 남녀관계로 채색해서 보는 왜곡된 시각이다. 게이건 레즈비언이건 사실은 순수한 남자가 순수한 남자를 사랑하는, 또 순수한 여자가 순수한 여자를 사랑하는 관계가 실제로는 동성애의 본질이라 하겠다.

▲ 동성애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

기독교 관점에서는 동성애를 선택이나 질병의 문제로 본다. 날 때부터 모두 이성애자라는 전제를 가지고 동성애자가 된 것은 선택 혹은 질병이니 벌을 주거나 치료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오늘 날에는 여러 가지 결정론에 입각한 의견들이 있다. 동성애자는 선택한 것이 아니라 태어난다는 생물학적 결정론이 있다. 교육학적 결정론자에서는 동성애자로 길러지는 것이라고 한다. 무의식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정신분석학적 결정론도 있다. 그렇게 해서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히지 못하지만 자기가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오늘 날의 이론이다. 일종의 성적취향-선택할 수 없는-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 어떤 퀴어영화가 훌륭한가.

동성애영화는 이른바 퀴어queer영화라고 범주를 지어 부른다. 퀴어 영화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은 남성간, 혹은 여성간의 미묘한 애정심리가 얼마나 잘 묘사되느냐다. 퀴어 영화도 사랑에 대한 영화니까 그 부분이 잘 묘사가 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프리스트」라는 영화가 초기에 개봉된 퀴어 영화로 가톨릭 신부의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잘 만든 동성애 영화는 경우에 따라서 남녀관계를 뛰어넘는 강렬한 심리적 소모, 애정의 심리가 나타난다.

▲ 포르노 사이트를 아이들에게 허용할 것인가 - 자유의 한계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를 아이들이 보도록 내버려두겠는가.’라는 문제는 자유의 한계에 대한 것이다. 위험한 자유를 제한해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누군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노예가 되기를 원한다면 노예로 삼아야 되는가 아니면 해방시켜줘야 되는가. 누군가 마약을 하고 싶어 한다면 하도록 내버려둬야 하는가. 말려야 하는가. 노예문제와 마약문제는 본질이 같은가 다른가. 누군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나 위험한 것을 원할 때 그것을 내버려 둬야 하나, 말려야 하나. 자유의 한계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의 문제다.

▲ 안락사의 문제 - 자유주의와 간섭주의

이런 질문들을 철학적 관점에서 자유주의와 간섭주의 사이의 문제로 본다. 간섭주의는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특수한 경우에는 간섭을 해서 자유를 제한해야 된다고 한다. 윤리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자발적 안락사의 문제가 있다. 본인이 고통을 못 이겨 안락사를 원할 때 안락사를 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다. 역시 자유와 간섭주의의 문제인데 행복이란 문제가 끼어든다. 행복이라는 것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봐야 되는지 객관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안락사를 원하는 본인의 주관적 관점에 따르면 안락사, 죽는 것이 행복인데 객관적으로 보면 죽음은 행복이 아니니 간섭해서 말려야 되는 것이 옳다.

▲ 간섭주의는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주관적 관점에서 행복이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그 것이 당사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간섭해서 말려야 된다는 것이 간섭주의다. 이런 간섭주의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 어디까지 확보될 수 있는지 따질 때 여러 가지 기준들이 등장한다. 본인의 주관적인 행복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의 지적 배경을 갖고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초래될 결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원하는 것인지의 문제다. 이 지적 배경은 객관성 문제인데 객관적 입장에서의 판단을 지적인 능력을 통해 파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으로 욕구하는 것인가로 놓는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지적 요소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라면 간섭이 정당화 된다.

▲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앞서 던졌던 질문들, 노예문제와 마약문제는 자기 파멸의 자유를 인정할 건지에 대한 문제다. 어떤 자유가 인정 되고 어떤 자유는 인정될 수 없을지 생각해보자. 인간은 자유를 추구하지만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스템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또한 자유도 엄격히 따지면 여러 가지 요소, 유전자, 환경, 또는 무의식에 의해서 결정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라 부르는 부분이 찾아내기 쉽지 않다. 또 한편으로 자유도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측면들이 있기 때문에 자유라는 것은 무작정, 무조건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