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마총의 발굴과 그 역사

▲ 천마총은 말 무덤이 아니다

천마총은 1973년에 발굴되었다. 이제는 대능원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 능이 그 이름을 천마총이라 한 데서 문제가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경주 김씨들의 반응이었다. 경주 김씨야말로 신라 왕조의 후손 아닌가. ‘천마총’이라니, 그렇다면 말 무덤이라는 말인데, 우리가 말이냐고 항의를 한 것이었다. 집안사람들이 연명으로 항의서를 만들어 국회에 재심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했다. 1980년대 초반의 일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그림 자체도 말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무래도 말보다는 기린 쪽이 맞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천마총이라 널리 알려진 무덤의 이름을 이제 와서 기린총으로 바꾸어 부르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 천마도

▲ 스웨덴의 황태자가 찾아온 까닭

고분공원은 처음으로 금관이 나와서 이름붙인 금관총과, 스웨덴의 황태자가 발굴에 참가했다고 해서 이름붙인 서봉총이 대표적이다.
서봉총은 경주의 고분군 일련번호로 노서동 129호분이다. 1926년에 발굴되었다. 그때 신혼여행 길에 나섰던 스웨덴의 황태자 구스타브는 마침 일본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마침 진행 중인 서봉총 발굴 소식을 들었다. 고고학자인 그는 일부러 경주까지 와서, 출토되는 금관을 손수 꺼냈고, 이 금관의 관에 세 마리의 봉황 모양이 장식되어 있으니, 이름을 ‘봉황총’이라 붙이자고 제안했다. 결국에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되, 스웨덴[瑞典]의 ‘서(瑞)’자와 봉황의 ‘봉(鳳)’자를 따서 서봉총이라 하게 된다.
1973년, 덕망 있는 학자 출신의 이 아돌프 구스타브 6세가 서거하였고, 그의 손자인 칼 구스타브 16세가 왕위를 물려받았다. 바로 두 달 전, 서봉총 바로 곁의 천마총에서 ‘발굴 대박’의 소식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었다.
스웨덴을 우리는 가장 모범적인 복지국가로 말하지만, 그 저변에는 역사를 사랑하고, 유물을 귀하게 다룰 줄 아는 한 국왕의 마음 씀이 깔려 있었기에, 그래서 만들어진 고매한 인품을 나라 안 사람 모두가 사랑하는 가운데 이룩한 것은 아니었나, 나는 상상한다.
지난 2001년 5월, 신라 문화재 발굴보존에 힘써온 고고학자 석당 최남주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추송비가 건립되었는데, 스웨덴 왕실에서는 이를 축하하는 특사를 보냈다. 석당은 아돌프 구스타브 6세 황태자와 함께 서봉총을 발굴, 신라 금관을 찾아낸 사람이다.


※구스타브 6세 오스칼 프레데릭 올라(1950~1973)

▲ 문 밖에 나서면 왕릉

왕릉마다 나온 금관이 특이하기로는 제각각이지만, 서봉총의 금관 또한 이채롭다. 둥근 테의 앞면에 ‘출(出)’자 형태의 나무 모양 장식 세 개를 세우고, 뒷면에는 두 개의 사슴뿔 모양 장식을 세운 것은 신라 금관의 일반적인 양식이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안쪽에 내모형(內帽形)의 골격을 마련한 것은 다르다.
곧 안쪽 모자와 바깥쪽 모자로 분리하여 썼던 것은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평상시에는 안쪽 모자만 쓰고, 즉위식 같은 큰 행사에는 바깥쪽 모자까지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금관이 고구려에서 왔다느니, 더 먼 외부로부터의 전래품이라느니, 신라에서 직접 만든 작품이라느니,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더불어 말이 많다. 그 수수께끼 가운데는, 특히 바깥 모자의 형태가 독특하고 꾸며놓은 면면이 호화로우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로운 느낌까지 들게 해서, 조형의 상징성과 실용성 등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속이 어쨌거나 나는 고분공원의 능들 그 넉넉한 스카이라인이 좋다. 이 스카이라인은 왕들이나 왕들을 모시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권력자의 것이 아니다. 숱한 이 세월 이 능들의 스카이라인은 변해 왔다. 그 선은 각각 그 시대 사람들의 감각이고 소망이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이 능들은 아이들의 미끄럼틀이었다. 왕들은 그것만으로도 결코 외롭지 않으리라.
이 동네에서는 문밖에 나서면 왕릉이다. 옛 왕들이 어디 가지 않고, 이제껏 그 시절 사람들의 염원을 모두 안은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 서봉총 출토 금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