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 양주

1. 양주의 아나키즘에 대한 평가

1. 성왕이 출현하지 않고 제후들이 방자해졌으며 처사들이 함부로 의론하자 양주·묵적의 말이 천하를 가득 채웠으니, 천하의 말이 양주로 돌아가지 않으면 묵적으로 돌아갔다. 양주는 자신만을 위하니[爲我] 이것은 군주를 없애는 것[無君]이고, 묵적은 두루 사랑하니[兼愛] 이것은 부모를 없애는 것[無父]이다. 자신의 부모를 없애고 군주를 없앤다면 이것은 금수와 같다.-『맹자孟子』「등문공藤文公·하下」

2. 양주(楊朱)는 ‘위아(爲我)’의 입장을 취한다. 자기 몸의 터럭 하나를 뽑아 천하를 이롭게 한다고 하더라도 하지 않는다. 반면 묵자(墨子) ‘겸애(兼愛)’의 입장을 취한다. 정수리로부터 종아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닳는다고 하더라도 천하를 이롭게 한다면 그 일을 한다.-『맹자』「진심盡心·상」

3. 돌아가며 인사하고 양보하는 것으로 예(禮)를 닦고, 두텁게 장례를 치르고 오랜 동안 상례를 치름으로써 죽은 자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공자(孔子)가 정립했던 것인데, 묵자(墨子)는 이것을 비판했다. 서로를 차별없이 사랑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숭상하고, 귀신을 돕고 숙명론에 반대하는 것이 바로 묵자(墨子)가 정립한 것인데, 양주(楊朱)는 이것을 비판했다. 생명을 온전하게 하고 참된 것을 보존하고, 외적인 것들로 자기 몸을 얽어매지 않는 것은 양주(楊朱)가 정립했던 것인데, 맹자(孟子)는 이것을 비판했다.-『회남자淮南子』「범론훈氾論訓」


2. 양주와 관련된 단편 훔쳐보기

1. 백 년이란 사람의 목숨의 최대 한계여서, 백 년을 사는 사람은 천에 하나 꼴도 안 된다. 설사 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어려서 안기어 있던 때로부터 늙어 힘없는 때까지가 거의 그 반을 차지할 것이다. 밤 잠잘 때에 활동이 멈춰진 시간과 낮에 깨어 있을 적에 헛되이 잃는 시간이 도 거의 그 반을 차지할 것이다. 아프고 병들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자기를 잃고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시간이 또 거의 그 반은 될 것이다. 십 수 년 동안을 헤아려 보건데 즐겁게 자득(自得)하면서 조그마한 걱정도 없는 때는 또 한시 동안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살면서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무엇을 즐겨야 하는가?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을 입어야 하고 음악과 미인을 즐겨야 한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은 또 언제나 만족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며 미인과 음악은 언제나 데리고 놀며 들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형벌과 상에 의하여 금하여지기도 하고 권면되기도 하며, 명예와 법에 의하여 나아가게도 되고 물러나게도 되어, 황망히 한 때의 헛된 영예를 다투면서 죽은 뒤에 남기는 영화(榮華)를 도모하여 우물쭈물 귀와 눈으로 듣고 보는 것을 삼가고, 자신의 생각하는 옳고 그름을 애석히 여기어 공연히 좋은 시절의 지극한 즐거움을 잃으면서 한시도 자기 뜻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형틀에 매어 있는 중죄수와 무엇이 다른가? 태곳적 사람들은 삶은 잠시 와 있는 것임을 알았고 죽음은 잠시 가버리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마음을 따라 움직이면서 자연을 어기지 아니하고 그가 좋아하는 것이 자신의 즐거움에 합당한 것이면 피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것은 명예로도 권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삶에 따라 노닐며 만물이 좋아하는 바를 거스르지 않고, 죽은 뒤의 명예는 취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것은 형벌로서도 간섭할 수 없었다. 명예에 앞서고 뒤지는 것과 오래 살고 짧게 사는 것에 대하여 헤아리는 일이 없었다.-『열자列子』「양주楊朱」

2.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다음 네 가지 일 때문이다. 첫째는 수명(壽命), 둘째는 명예(名譽), 셋째는 지위, 넷째는 재물이다. 이 네 가지에 얽매인 사람은 귀신을 두려워하고 사람을 두려워하게 되며 위세를 두려워하고 형벌을 두려워하게 된다. 이런 사람을 두고서 도망치는 사람[遁人]이라 말하는 것이다. 그는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지만, 생명을 통제하는 것은 외부의 힘에 달려 있다. 운명을 거스르지 않거늘 어찌 장수(壽)를 부러워하겠는가? 귀함을 뽐내지 않거늘 어찌 명예를 부러워하겠는가? 권세를 추구하지 않거늘 어찌 지위를 부러워하겠는가? 부를 탐하지 않거늘 어찌 재물을 부러워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따르는 사람[順民]이라 말하는 것이다. 천하에 대적(對敵)할 게 없고 생명을 통제하는 것이 내부의 힘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열자』「양주」

3. 원헌(原憲)은 노(魯)나라에서 가난하게 지냈고, 자공(子貢)은 위(衛)나라에서 재물을 불리었다. 원헌의 가난함은 삶을 손상시켰고, 자공의 재물 증식(增殖)은 몸에 누를 끼쳤다. 그러니 가난한 것도 안 되지만 재물을 불리는 것도 안 된다. 그러면 무엇을 하여야만 괜찮은가? 괜찮은 것은 삶을 즐기는 데 있으며, 괜찮은 것은 몸을 편안히 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삶을 즐기는 사람은 가난하지 않고, 몸을 편히 하는 사람은 재물을 불리지도 않는다.-『열자』「양주」

4. 화자는 “온전한 삶이 최고이고, 부족한 삶이 그 다음이며, 죽음이 그 다음이고, 핍박받는 삶이 가장 아래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른바 존중되는 삶이 온전한 삶을 의미한다. 이른바 온전한 삶은 여섯 가지 욕망이 모두 그 마땅한 바를 얻은 것을 뜻한다. 이른바 부족한 삶은 여섯 가지 욕망이 부분적으로만 그 마땅하다고 여기는 것을 얻은 것을 뜻한다. 삶을 부족하게 만들면 삶을 존중하는 것이 옅어질 것이다. 부족하게 만드는 것이 심해지면 존중하는 것은 옅어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죽음은 지각할 수 없게 되어 아직 태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른바 핍박받는 삶은 여섯 가지 욕망이 모두 그 마땅하다고 여기는 것을 얻지 못하고 모두 매우 싫어하는 것을 얻은 것이니, 복종도 이것이고 치욕도 이것이다. 치욕에는 불의함보다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불의한 것이 핍박받는 삶이다. 핍박받는 삶은 불의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에, 핍박받는 삶은 죽음보다 못한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귀가 싫어하는 것을 듣는 것은 차라리 듣지 않는 것만 못하고, 눈이 싫어하는 것을 보는 것은 차라리 보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래서 천둥이 올리면 귀를 막고 번개가 치면 눈을 가리다고 했으니 이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무릇 여섯 가지 욕망이 각기 그 매우 싫어하는 것을 알지만 피할 수 없는 경우라면, 이 경우는 이를 지각할 수 없게 되는 것보다 못한 것이다. 이 지각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곧 죽음을 가리키다. 그러므로 핍박받는 삶은 죽음보다 못한 것이다. 맛있는 고기는 썩은 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맛있는 술은 썩은 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듯이, 존중되는 삶은 핍박받는 삶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여씨춘추呂氏春秋』「귀생貴生」

5. 지금 여기에 어떤 사람이 있어 위태로운 성에 들어가지 않고 군대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의롭게 여겨서 천하의 큰 이익 때문에 정강이에 난 털 하나라도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도 세상의 군주들은 그를 따르고 예우하며 그의 지혜를 귀하게 여기고 그의 행동을 높이면서 외물을 가볍게 여기고 삶을 중시하는 선비라고 생각한다. 대저 윗사람이 좋은 땅과 커다란 집을 진열하고 작록을 베푸는 것은 백성들의 목숨과 바꾸기 위해서다. 지금 윗사람이 외물을 가볍게 여기고 삶을 중시하는 선비를 존중하면서도 백성들이 목숨을 던지면서 윗사람의 일을 위해 죽는 것을 중하게 여기기를 바라는데, 이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한비자韓非子』「현학顯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