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강 중세의 특징

◆ 철학사(使)적 맥락에서 ‘중세’가 가지는 특징

▲ 중세 시대의 특징

아카데미에서 철학사를 쭉 하고 있는데 여섯 번에 걸쳐서 철학사를 하는데 이번학기가 세 번째 학기입니다. 이번학기의 큰 타이틀은 “국가와 종교 그리고 철학” 이 되겠습니다.

이번학기에 우리가 다루는 시대는 중세라는 시대죠. 중세(中世)! 지역마다 다 다른데 약 한 천년에서 천 오백년 정도, 좀 긴 기간이죠. 고대와 근대 사이에 있는 시대고, 그런데 이 중세라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모호한 개념 이예요. 중세라는 이 시대 구분은 원래 서구의 역사에서 나오는 거죠. 서구의 역사를 이렇게 분절하기 위해서 나온 게 중세라는 개념인데, 그 중세 개념을 다른 문명들에게도 과연 그렇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상당히 의심스럽죠.

그래서 어떤 역사서들을 보면 중세라는 말을 다소 조금 무리하게 다른 지역의 역사까지 다 투영해서 나누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중세라는 개념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런데 우리가 지금 말하는 중세는 일반적인 역사에서 말하는 중세가 아니고, 철학사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중세예요. 철학사적인 의미에서의 중세입니다.

물론 그렇게 범위를 한정해도 문제는 간단하지 않아요. 간단하진 않지만 대체적으로 어느 정도 우리가 철학적 중세라고 말할 만한 그런 시대가 있죠. 그럼 이 시대, 우리가 철학적 맥락에서 중세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시대의 특징 다시 말해서 이번학기에 우리가 다루는 그 대상의 전반적인 특징을 짚어봅시다.

우선 첫째가 거대한 제국들이 등장합니다. 거대한 제국들, empire 제국이라는 개념은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들을 정복해서 굉장히 거대한 국가를 만들었을 때 그걸 우리가 제국, empire라고 하는 거죠.

왕은 더 이상 왕이 아니고 ‘帝’(제)가 되죠. 그래서 왕국이 아니고 제국이죠.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서구에서는 “신성로마제국”이 등장합니다.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것은 사실은 어떤 구체화된 제국은 아니고 기독교를 발판으로 한 중세 여러 유럽 국가들이 일종의 관념적으로, 상징적으로 자기네들을 신성로마제국이라고 부르는 거죠.

실질적인 정치단위는 다 갈라져 있는데 어떤 이념적으로 어떤 하나의 상징으로써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죠. 기독교세계에서.

그래서 나폴레옹이 전 유럽을 호령하고 유럽의 패권자가 됐을 적에 조세핀 사이에서 아들을 낳잖아. 그 아들을 뭐라고 불렀어요? 신성로마제국황제라고 불렀지. 바로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는 거예요.

그 다음에 “한자문명권”의 등장은 진,한 제국! 진은 금방 망했고 보통 둘을 합해서 진한제국이라고 하죠!

그 다음에 인도의 “마우리아 왕조” 인도는 엄청 넓어서 마우리아가 다 정복해서 했다고 하기는 조금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마우리아 왕조. 뭐 글쎄 이것도 굉장히 크죠.

그 다음에 이제 모하메드가 등장한 이후에 갈라진 부족들을 다 통합하면서 ‘이슬람’ 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죠! 이슬람 세계 이거는 시대적으로 좀 나중이지. 앞의 세계는 꽤 앞쪽이지만 이슬람 세계는 7세기에 일어난 것이니까. 어쨌든 이렇게 거대한 제국들이 등장했다는 게 중세의 특징이에요.

그런데 땅을 통일했다고 모든 게 통일되는 건 아니죠. 땅을 통일하고 군대가 칼과 활로써 정복을 했다고 그 제국이 통일되는 건 아닙니다. 그 외에 통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엄청나게 많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사람들의 생각을 통일해야지! 사람들의 생각과 믿음을 통일해야 돼요. 통일할 게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 사람들의 머리를 통일해야지, 관념을 통일해야 돼요.


▲ 국교의 등장

그렇기 때문에 제국의 등장은 동시에 이 제국을 떠받칠 수 있는 어떤 통치 이데올로기 또는 종교를 요구하죠.

그걸 국교(國敎)라고 한다. 국가의 가르침 ! 국교! 이 국교라는 개념이 등장하죠. 고대도 물론 있기는 했지만..그래서 서구의 기독교,

한자문명권의 유교 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그리고 이슬람세계의 이슬람교 같은 사상들이 그 제국 전체를 떠받치는 어떤 이념적, 사상적, 관념적, 철학, 종교적 틀이 되죠. 그것이 중세의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어떤 일이 발생하냐. 인류 역사의 정의가 대단히 복잡한데 그 전개를 극히 단순화하면“위계사회”가 있죠. 거기에 거대권력이 출현해요. 그러면서 상고(上古) 시대가 등장하죠. 고대 중세보다 아주 앞쪽, 상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 알고 있는 상고시대는 대체적으로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B.C. 3000년 정도. 거대권력의 시대예요.

이집트 생각하면 되지. 왕 하나가 죽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생매장되고 거기다 피라미드가 생기고 거대한 성이 쌓이고 문자가 생겨서 역사가 기록되고 화폐가 만들어지고 관료조직이 생기고 등등. 그게 어떤 역사가 등장하는 상고시대.

이때는 철학이나 사상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고 오로지 종교만이 중요시되는 시대. 그러니까 그 권력을 지탱하는 어떤 종교가 있는데 어떤 개인으로써의 사상가가 나와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했다가는 큰일 나겠죠. 당장 죽겠죠!

여기에서는 철학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상고시대가 깨지면서 이제 우리가 말하는 고대가 등장해요. 대략 B.C. 6세기를 전후해서. 지역마다 다 다른데 대체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의 원형들이 전부 이때 나오죠. 서구에서 무슨 자연 철학자니 소크라테스, 소피스트니 동양에서 제자백가니 이런 사람들이 다 이때 나오는 거.!

그러니까 상고시대에 거대권력이 무너지면서 이제는 백가쟁명, 무수한 사상들이 나와 가지고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온 거죠. 우리가 현재 고전이라고 부르는 모든 사상이 이때 등장해요. 인도에서는 불교, 자이나교가 등장하고.

우리가 이제까지 여길 배운 거예요. 첫 번째 학기에는 상고시대로부터 고대로 넘어가는 걸 주로 많이 배웠고, 지난 두 번째 학기에는 이 고대에 등장한 대표적인 철학체계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물론, 유교, 도교 그 다음에 종교적인 사상으로써 기독교, 불교.

그다음이 이번학기에 배우는 중세라는 시대예요. 근데 이 중세라는 시대는 어찌 보면 상고시대랑 조금 비슷해요. 근데 이제 많이 부드러워졌지. 상고시대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할까? 더 개화한 분위기지만 그 성격은 상고시대 같은 거예요.

고대에 일어났던 무수한 파편화라든가 다양성, 백가쟁명 시대에서 다시 어떤 거대한 몇 개의 통일 제국이 형성되죠. 신성로마제국, 마우리아 왕조, 진한, 이슬람세계 이런 식으로 거대한 왕조들이 제국들이.

그러면 이제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 고대의 백가쟁명시대로부터 거대한 통일제국으로 가는데 그러면 이게 사상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띠냐 하면은, 다시 상고시대 성격을 띠게 되요.

왜냐? 거대한 통일제국이 형성되니까 이 통일제국을 떠받치는 하나의 철학이 필요할 거 아니에요? 아까 말했던 국교죠, 철학보다는 차라리 종교의 색이 더 강하겠지!

그러니까 중세란 시대는 고대에 등장했던 무수한 사상들 중에서 어떤 하나가 국교로 채택되는 거예요. 서구 같은 경우는 무수한 사상 중에서 기독교가 채택이 되었고, 한자문명권에는 유교가 채택이 되었고, 인도 같은 경우에는 불교와 힌두교가 쌍벽을 이루고, 원칙적으로는 힌두교지. 그 다음에 이슬람 같은 경우에는 이슬람이고.

말하자면 이 고대에 나타났던 무수한 다양한 사상들 중에서 어느 하나가 국교로 채택된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어느 하나가 국교로 채택되면 그 외의 건 뭐가 될까?. 유교가 국교로 채택이 되면 도가 묵가 법가는 뭐가 되겠어요? 이단이 되지, 이단(異端)! 또는 뭡니까? 이교(異敎)!

그러니까 중세 시대에 가장 무서운 단어가 이교도라는 말이지. 우리 한국사에서 박정희부터 노태우까지 군사정권시절에 가장 무서운 단어가 뭐예요? 빨갱이라는 단어지! 빨갱이. 그것과 똑같아. 중세의 이교도라는 말이 우리 남한 사회의 빨갱이야.

가장 무서운 말이 이교도라는 말이에요. “너는 이교도다”라는 말은 그건 죽으라는 말이에요. 같은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서구도 마찬가지예요. 기독교 이외의 종교는 전부다 이교도지. 그건 인간도 아닌 거지.

고대세계의 어떤 한 사상이 국교로 채택이 돼요. 그러니까 자연히 나머지는 이단 내지는 이교가 되겠지! 이런 시대가 중세라는 시대예요.

물론 그 구체적인 양상은 들어가면 대단히 복잡합니다. 간단하지 않아요. 그러나 전반적인 성격은 저런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 정통의 등장

이로부터 정통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죠! 정통! 'orthodox' 옳은 의견 옳은 생각 이란 뜻이죠. 저렇게 득세한, 앞으로 득세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득세(得世). 세상을 잡은 거지.

‘득세’한다는 말의 예를 들어서, 근대사회는 상인계급이 득세한 시대지. 1990년대 한국은 연예인들이 득세한 시대죠. 이 득세라는 개념이 중세철학에서 무척 중요한 개념인 거예요. 어떤 사상이 득세하느냐는 것이 엄청 중요한 거거든.

그러니까 중세철학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일괄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순수한 의미에서의 철학이라기보다는 권력과 강하게 결부된 하나의 통치 이데올로기죠.

그래서 더 이상 ‘유가’가 아니라 ‘유교’가 되는 거죠! 고대의 ‘유가’가 아니라 중세의 ‘유교’가 되는 거죠. 유가와 유교는 다른 겁니다. 철학의 한 학파는 ‘유가’지만 이미 득세해서 중국 천하에 통치 이데올로기가 된 것은 ‘유교’예요. 뉘앙스가 다르죠.

그래서 orthodox와 이단이 대립한다. 그러니까 유교가 득세하니까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거꾸로 과거로 투영하죠. 득세한 집단이 과거로 투영해서 자기네들의 선조들의 계열을 만들죠.

득세한 집단이 저 멀리 가가지고 자기네들의 선조를 이루는 계열을 만들어요, 그게 바로 orthodox지. 중국으로 말하면 유교가 득세한 다음에 요순, 우탕, 문무, 주공, 공자, 맹자. 이렇게 계열을 딱 만들지! 이거야 말로 말하자면 진리의 어떤 뭐라 그럴까? 연쇄라 그럴까? 진리의 연쇄!

그러나 이건 중세란 시대에 어떤 대체를 말하는 것이지 결코 중세 전부를 말하는 건 아니에요. 국가와 종교의 연합체로 이루어진. 지금 이 세계가 국가와 자본주의 연합체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근데 과거는 국가와 자본주의 연합체가 아니라 국가와 종교의 연합체죠.

국가, 종교 연합체 안에서 이루어진 사상들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바깥의 사상도 존재해요. 소극적 의미에서의 바깥이든, 초연하게 살아가는, 소요(逍遙)의 길을 걷는 바깥이든, 아니면 투쟁의 길을 걷는 바깥이든, 그 권력의 바깥에 존재하는 그런 사상들도 역시 존재합니다.


▲ 표준어의 등장

또 하나, 생각을 통일하려면 뭐가 또 통일되어야 되죠? ‘언어’가 통일되어야하죠? 거대한 제국이 표준어를 세워야 될 거 아니야. 현대 철학자인 들뢰즈와 가타리라는 사람은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권력적인가, 언어라는 게 얼마나 정치적인가를 엄청 강조하죠.

표준어라는 게 일종의 폭력이죠. 만약에 한국에서 충청도나 전라도나 경상도에 서울이 정해졌다면 지금 만약에 우리의 표준어는 다른 거겠지.

어릴 적 기억이 나는데, 평양말이 우리가 들으면 약간 우스꽝스러운 게 있잖아. 그 사람들은 전혀 안 그렇겠지만. 그런데 그걸 표준어라한단 말이야. 처음에 내가 들었을 때 그 느낌이 너무 이상하더라고.

근데 사실은 상대적인 거지~ 평양 사람이 서울말 쓰는 게 우스꽝스럽게 들리겠지! 그러니까 언어라는 게 얼마나 정치적인 건지.

당대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집단이 사용하는 언어, 지식인들의 언어가 정립되죠. 서양 같은 경우에는 라틴어가, 동양은 한문, 인도는 산스크리트어, 물론 다른 언어도 사용되었지만 아랍세계는 이슬람어가 하나의 표준어로 성립합니다.


▲ 주석의 시대

또 하나 중요한 건 이 시대가 ‘고대’라는 시대가 인류 최초로, 어찌 보면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 이때 나왔어. 아주 첨단으로 보이는 것도 예를 들어서 현대물리학 같은 것도 유심히 보면 그것이 구사하는 사고양태는 굉장히 익숙한 거예요.

그러니까 고대 자연 철학을 배우는 사람이 자연과학을 볼 때하고 아닐 때하고는 굉장히 차이가 나는 거지. 그냥 자연과학만을 볼 때하고 자연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볼 때하고는 굉장히 달라요.

어쨌든 이 고대에 나올 수 있는 건 다 나온 거야~ 이제 근대에 가면 뭔가 새로운 게 나오죠. 중세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유물론,유가,도가,불교,기독교 이거를 제외한 것은 10%도 안 돼. 이 전체 다 합해 가지고.

그것을 가지고 오락가락 하는 거예요. 수천 년 동안. 그래서 우리가 여섯 학기를 공부하는데 두 학기, 한 삼,사백년을 두 학기 한 거고 한 천 몇 백 년을 한 학기를 하는 거야.

그럼 이 시대는 어떤 시대냐? 서양으로 말하면 commentary의 시대죠! 유럽어로 말하면 commentary의 시대인 것이다. 주석! comment죠! 우리 ment란 말 많이 하잖아.

자기가 어떤 새로운 사상을 전개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기 보다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 다음에 신 구약 기독교 원전을 commentary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토마스 아퀴나스 같은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거의 전 주저에 대한 주석서를 쓰죠. 메타 피지카 가 있으면 메타 피지카의 코멘타리를 쓰고.

동양으로 말하면 뭐에요? 훈고학의 시대죠. 훈고(訓?)도 코멘타리를 하는 것이다. ‘子曰 學而時習之’ 하면은 이 때 時가 ‘때맞추어’다. 아니다 ‘때때로’다 이런 거죠. 이것이 훈고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지난학기에 공부한- 최초의 철학체계들의 주석을 다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철학 자체의 설득력 보다는 정치적 종교적 상황에 따른 것이었다.

유교가 법가나 도가를 물리치고 득세했다고 해서 철학적으로 유교가 도가나 법가보다 진리냐? 그것은 아니에요. 철학적으로 그것이 더 설득력 있다거나 기독교가 무슨 다른 종교보다 더 위대하다거나 설득력이 있다거나 옳은 게 아니에요.

다만 그 때 당시에 상황, 흐름, 역사의 맥락 속에서 그게 뭡니까? 가장 그 때 딱 맞았기 때문에 채택된 거지? 채택!

그러니까 이 중세란 시대는 조금 단적으로 말하면 철학이라고 하는 것이 국가나 종교의 권력의 복속된 시대예요. 철학이 국가나 종교의 복속된 시대다. 그리고 철학이 국가나 종교의 복속된 거를 벗어나면서 근대 modern society가 성립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이런 류의 철학들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고 국가안의 철학이 있다면 국가 바깥의 철학도 역시 존재해 왔다.


▲ 철학자들의 지위

마지막으로 이때는 철학자들의 세속적 지위가 가장 높았던 시기예요. 철학자들이 세속적 의미에서 가장 큰 권력을 누렸던 시대가 중세라는 시대다.

그러니까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철학자들이 교황도 될 수 있잖아. 교황이 되어가지고 전 유럽을 호령할 수도 있고 또 한자문명권은 이른바 사대부계층, 사대부계층이 되어가지고 모든 걸 독식하죠.

어떤 의미에서는 왕보다 높죠. 왕은 혼자고 사대부계급은 많으니까. 이름으로는 왕이 높지만. 이슬람 세계에서는 철학자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종교의 지도자들이 또 모든 정치까지 다 완전히 장악하죠.

그러니까 중세란 시대는 철학자들이, 순수 철학적 의미로서는 가장 빈곤한 시대지만은 세속적인 권력, 철학자들이 완전히 최고의 권력을 잡았던 때가 중세라는 시대예요.

순수 철학적 의미와 세속적 권력은 항상 반비례하죠. 진짜 철학은 항상 국가와 종교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거거든. 때로는 국가 바깥의 철학이 소극적인 소요(逍遙)에만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인 저항의 형태로 전향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도교가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