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강 기관 없는 신체

◆ 어떻게 기관 없는 신체를 만들 것인가?


▲『천 개의 고원』 6장 개요

오늘은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한 건데요, 혹시 보셨어요? 이거 내용 보셨나요? 예, 읽으신 분도 있고. 『천 개의 고원』에 나오는 개념들이 참 낯설죠. 이상한 개념들이 많은데, 저도 예전에 <기관 없는 신체>란 단어를 보고서 진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관 없는 신체>가 뭔가?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슨 험악한 이미지가 많이 떠오르고, 무슨 팔 없고 다리 없는, 대체 뭔가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하여튼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한 이야기가 이전에도 많이 나왔죠. 영토화, 탈영토화, 지층화, 탈지층화 그리고 의미와 주체화. 이런 얘기들이 계속 나왔죠, 그죠? 그런 얘기와 많이 좀 서로 연결되는 대목도 참 많을 것 같고요, 또 특히 <기관 없는 신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실제로 한 번 내가 기관 없는 신체가 되는 것. 실제 그것이 여기서 제목처럼 왜 만들어야 되는지 또 만든 게 필요한 건지 그런 얘기를 하죠. 실제로 『천 개의 고원』 6장 처음 보면 이게 조심하라고 시작을 해요. 겁부터 주면서 시작을 하는데 어쨌든 무슨 내용인지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관 없는 신체

자, 나눠드린 강의안 보면서 할게요. 우리는 좀 더 조심스럽게 시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실패할 수도 있고, 심지어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서 <기관 없는 신체>를 다루는 『천 개의 고원』 6장은 실패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출발합니다. 그것은 확고하지 않다. 왜냐하면 당신은 실패할 수도 있고, 또는 그것은 가공할 만한 것으로서 당신을 죽음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 이렇게 겁을 주면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고요. 우리가 심지어 겁을 먹는 순간에도 그리고 실패하는 순간조차 <기간 없는 신체>는 작동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관 없는 신체>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제로 살아 있거나 존재할 수 없는 거고요, 그래서 <기관 없는 신체>는 어쩌면 매순간마다 작동하고 있다, 이렇게 보아야 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이상한 이유는 <기관 없는 신체>를 만들어야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미 <기관 없는 신체>가 작동하고 있는 신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과제는 우리 자신을 <기관 없는 신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어쨌든 간에 당신은 하나 혹은 여러 개를 갖고 있지만, 그것이 선존재한다거나 기성품으로 나타나리라고 할 수 없다. 비록 어떤 점에서는 선존재한다고 해도 말이다. 어쨌든 당신은 하나를 만든다. 그것은 당신을 기다린다. 그러지 않고서는 욕망할 수도 없다. 그것은 불가피한 실행 내지 실험으로, 당신이 그것에 착수하는 순간에만 이루어지고, 그렇지 않은 때에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관 없는 신체>가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그것에 착수할 때에만 이루어지고 또, 그것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이루어지지 않는, 그런 의미에서 <기관 없는 신체>가 대체 뭔가? 이런 궁금증이 생기게 되죠. 그리고 단어가 주는 낯섦도 있고요, 그리고 기관 없는 신체란 게 어찌 보면 무어라고 제가 설명 드리는 것보다는 계속 얘기 속에서 ‘아, 이럴 때에 기관 없는 신체라고 말하는구나.’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강의가 끝날 때쯤이면 해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오히려 그게 더 좋을 것 같고요.

기관 없는 신체란 무엇일까? 『천 개의 고원』 6장은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할 따름입니다. “사람들은 묻는다. 기관 없는 신체가 뭐요? 그러나 당신은 이미 그 위에서 벼룩처럼 뛰어다니며,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마치 미치광이처럼, 사막의 여행자와 스텝의 유목민처럼 질주한다. 그 위에서 우리는 잠자고, 깨어나 살아가고, 싸워서 이기고 지며, 취직자리를 구하고, 굉장한 행복과 엄청난 좌절을 경험한다. 우리는 그것 위에 스며들고, 그것은 우리에게 스며든다. 거기서 우리는 사랑을 한다.”

『안티 오이디푸스』앞부분에도 이거 비슷한 대목이 나오죠, 그죠? 이것은 은유가 아니라는 이런 얘기를 하면서요. 사실 그거 『안티 오이디푸스』의 시작도 사실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거거든요, 사실은. 그래서 이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한 얘기가 들뢰즈 저서에 보면 상당히 이전부터 오랫동안 계속 등장했던 개념이에요. 근데 이걸 어떻게 보면 『천 개의 고원』에 와서는 상당히 그전 얘기까지 같이 끌어오면서 결론적으로 종결짓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천 개의 고원』 6장은 기존의 지층으로부터 또는 주체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이 자칫 죽음과 파괴로 귀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러니까요, 우리가 이전에 이제 지층화, 탈지층화에 대한 얘기를 했죠? 탈지층화 운동에 대한 얘기도 하고 또, 영토화에 대한 어떤 탈영토화에 대한 얘기도 하고요. 그다음에 기존의 우리를 주체화하고, 의미화 하고 이런 과정에 대해서도 사실은 기존의 우리를 주체화하는 것, 어떤 특정한 의미로 우리를 고착화하는 의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근데, 정작 우리가 그것을 실천하는 순간 많은 위험이 뒤따른다는 거죠, 그죠? 주체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의미화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사랑과 소통이 안 되죠. 주체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의미화로부터 벗어나는 순간엔 소통이 안 되죠. 주체가 아니라면 더 이상은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행동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것들이 의문으로 다가올 수 있죠.

억압과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이 어째서 이런 비참한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가? 서두에 언급했듯이, 우선 기관 없는 신체를 만드는데 도사린 위험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자, 사람들은 기관 없는 신체를 향한 시도에서 무수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합니다. 충만한 기관 없는 신체가 되기도 하지만 텅 빈 기관 없는 신체, 결국에는 암적인 기관 없는 신체로 끝나기도 하지요. 오늘 강의는 기관 없는 신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보다, 어떻게 기관 없는 신체를 만들 수 있는지에 맞춰서 진행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것은 관념이나 개념이 아니라 실천, 실천의 집합입니다. 기관 없는 신체, 우리는 거기에 결코 도달하지 못하며, 도달할 수도 없지만, 거기에 접근하는 것을 끝내 버릴 수도 없다. 그것은 극한이다. 자, 왜 그런지 차근차근 보기로 하죠. 다음 페이지요.

▲ 기관 없는 신체는 유기체와의 전쟁

기관 없는 신체를 향해서. 먼저 이것은 유기체와의 전쟁이라는 것, 그것부터 얘기를 하겠습니다. 『천 개의 고원』 6장에서 보면 몇몇 사례들이 등장을 하죠. 그래서 기관 없는 신체를 만드는 사례거든요. 거기서 나오는 게 뭡니까? 히포콘드리아적 신체, 무슨 편집증적, 분열적 신체, 또 마조히스트적 신체 등 여러 가지 나오죠? 상당히 평범한 사례들이 아니에요, 전부 다 그죠?

그것은 무엇보다도 기존의 ‘기관’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점에서 시작을 하지요. 그래서 여기서 등장하는 사례가 심상치 않다. 히포콘드리아적 신체, 편집증적 신체, 분열자 및 약물 중독된 신체, 마조히스트 신체. 한 번 내용 잠깐 볼게요.

먼저 히포콘드리아적 신체를 가진 X양입니다. 자신이 더 이상 두뇌, 신경, 가슴, 위장, 또는 창자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탈유기화된, 탈기관화된 신체의 피부와 뼈만이 그녀에게 남아있을 뿐이다. 이는 그녀 자신의 표현이다.

기관 자체가 일단 해체되거나 기관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죠. 그는 오랫동안 위장도, 창자도, 폐도, 방광도 없이, 찢어진 식도와 부러진 늑골을 갖고 살았다. 때로는 자신의 성대의 일부를 음식물과 함께 삼키기도 했다. 그러나 신의 기적은 항상 파괴된 것들을 회복시켰다.

또, 인간의 유기체는 수치스러울 정도로 불충분하다. 고장날 위험이 있는 입과 항문 대신에,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을 위한 하나의 다목적 구멍을 가지면 왜 안 되는 것일까? 우리는 코와 입을 봉해 버리고 위장을 꽉 채우며, 애초에 그래야 했던 것처럼 폐에다 바로 공기구멍을 뚫을 수 있다.

기존의 ‘기관’들이 하는 역할들을 완전히 무시한 발언들이죠. 고장 날 위험이 있는 입과 항문 대신에, 먹고 배설하는 것을 하나의 다목적 구멍을 가지면 왜 안 되는 건가? 상당히 아픈 분들이 이렇게 살잖아요, 그죠? 그러니까 이런 거라든지, 또 코와 입을 봉해버리고, 자 이런 시도에 대해서 어떻게 봐야 될까요? 자, 일단 기괴하다는 느낌보다는 이들이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봐야겠죠?

우리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할 것은 이들이 싸우는 대상이 단순히 ‘기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위’하고 ‘창자’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이게 뭐냐? 그들은 ‘유기체’와의 전쟁을 벌인다는 겁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요, 유기체라고 불리는 기관들의 집합이에요. 기관들의 조직체, 그렇죠? 그것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천 개의 고원』 6장 제목에도 보면 ‘1947년 11월 28일’ 그런 날짜가 나오게 되는데요. 그날이 아르토가 『잔혹 연극론』을 쓴 아르토가 ‘유기체’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날이라고 해서 이날을 『천 개의 고원』 제6장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한 제목에도 적어 놓았어요. 그런 점에서 ‘유기체’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는 점을 굉장히 큰 의미를 두고 있죠.

우리는 <기관 없는 신체>가 기관의 대립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적은 기관이 아니다. 적은 ‘유기체’다. 기관 없는 신체는 기관들에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체’라 불리는 기관들의 조직에 대립한다. 그런데요, 과연 우리가 ‘유기체’에 대항하고, ‘유기체’로부터 벗어난다고 하는 것은 가능한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죠?

‘유기체’를 벗어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유기체’에 대항하여 파멸만을 초래하지 않을까? 애초부터 기관 없는 신체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무모한 것처럼 들리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표현처럼요, 우리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습니다. 사실은 우리의 기관이, 우리의 신체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또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고, 어떻게 변화할 수 있고, 그거에 대해서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죠. 어찌 보면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해서 보자면, 우리는 이전까지 ‘유기체’가 아니고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한 우리의 통념부터 다시 검토해봐야 되겠다는 거죠.

자, ‘유기체’는 모든 기관들에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작동하도록 하나의 위계를 구축합니다. 머리에서부터 눈과 귀, 손과 발에 이르기까지. 신체의 모든 기관은 각기 하나의 목적만을 지니게 하는 거죠. ‘유기체’라고 하는 건 이제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서 모든 기관들이 그 생존을 위한 목적에 복종하도록, 복속 되도록 만드는 거겠죠.

보기 위한 눈, 즉 눈은 보기 위한 거고요, 듣기 위한 귀, 먹기 위한 입, 걷기 위한 다리 등등, 그죠? 유기체의 명령은 모든 기관들에 이렇듯 전달되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만듭니다. 그것은 하나의 유일한 중심, 모든 것을 자신의 지배 아래 귀속시키고 통일시키는 로고스, 초월적 구도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겁니다.

이전 강의에서도 이런 초월적 구도라든지, 로고스라든지 이런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을 거예요, 그죠? 여기에서도 ‘유기체’라는 것이 그것이죠. 전체에 대해서 하나의 중심적인 체계만을 갖도록 하는 것. 말씀드렸듯이 눈은 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고, 입은 먹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것이 하나로 묶고 쭉 따라 올라가 보면 이 모든 것의 명령을 내리는 것은 머리고, 그죠? 그런 점에서 신체의 모든 기관이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서 존재하도록 하는 하나의 목적을 지닌다, 그죠? 그런 식으로 ‘유기체’라는 게 자신을 이루어뒀다는 것, 이게 초월적 구도와 상당히 맥을 같이한다는 거죠.

신의 심판, 신의 심판의 체계, 신학적 체계는 바로 ‘유기체’를, ‘유기체’라고 불리는 기관들의 조직을 만드는 신의 조작이다. 왜냐하면 신은 기관 없는 신체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고, 그 자신이 최초가 되기 위해, ‘유기체’가 최초 이도록 하기 위해 기관 없는 신체를 추격해서 잡아 찢어버리기 때문이다. ‘유기체’ 그것은 이미 신의 심판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기체’와 벌였던 전쟁은 곧잘 자신들의 기관을 모두 비워버리는 방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투에서 패배했다. 보기 위한 눈을 갖지 않고, 숨쉬기 위한 폐를 갖지 않고, 자 이런 것은 또 삼키기 위한 입을 갖지 않고, 말하기 위한 혀를 갖지 않고, 또 생각하지 않기 위한 뇌를 갖지 않는 것은, 이건 별로 어려운 것 같지 않은데 어쨌든 간에 항문과 성대, 머리와 다리를 갖지 않는 것은 이토록 슬프고 위험한 일인가? 머리로 걷고, 공명통으로 노래하고, 그다음에 피부로 보며, 배로 숨 쉬면 왜 안 되는 것일까?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실패를 피할 수 있는가, 그죠? 이에 대해서 저자들이 얘기하는 기관 없는 신체를 향한 시도가 여기에서 두 번 이루어져야 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이들이 실패했던 이유가 이 두 번의 시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죠.

▲ 기관 없는 신체를 위한 시도

자, 그러면 이 두 번의 반복, 그죠? 기관 없는 신체를 향한 시도가 왜 두 번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 얘기를 하겠습니다. 마조히스트의 얘기를 보죠. 마조히스트는 자신을 채찍질로 가하고, 또 한바탕 하지요. 그런 게 대체 뭘까? 들뢰즈가 볼 때, 실제로 들뢰즈의 책도 있죠? 매저키즘? 제목이 이름이 그죠?(매저키즘) 그 책도 있었는데, 아마 여기서도 아마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한 논의하고 관련이 있을 거 같은데요.

자, 마조히스트의 이야기를 보면 다름 아닌 자신의 기관들을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시도로 읽고 있죠. 보죠. 자신의 신체를 이리지리 꿰매고 채찍질을 가합니다. 흔한 오해처럼 이는 단순히 마조히스트가 자신의 고통을 즐기기 위해서, 다시 말해 자신의 신체에 고통을 가함으로써 쾌락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고통은 자신을 기관 없는 신체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고통을 즐긴다, 이런 게 아니고 자신을 기관 없는 신체로 만들고자 고통을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마조히스트의 고통은, 쾌락에 이르기 위해서가 아니고 욕망과 그 외재적 척도인 쾌락을 잇는 사이비 결속을 해체하기 위해 그가 치러야만 하는 대가다. 쾌락은 오직 고통이라는 우회로를 통해서만 얻어낼 수 있는 어떤 것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6장에서 보면 마조히스트 사례에서 두 가지 국면이 구분됩니다. 꿰매기가 있고, ‘채찍질’하기가 있어요. 제 혀가 좀 탈기관화 되어 있는, 아니 덜 작동합니다.

자, 채찍질하기. 꿰매기와 채찍질을 한 이 두 가지 경우가 동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국면을 분명하게 구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 하나의 국면은 기관 없는 신체를 만드는 것이고요, 그래서 기관 없는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 탈기관화, 또는 유기체죠. 유기체라는 지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탈지층화, 탈유기체화를 의미하고요.

두 번째 또 다른 한 국면은 이 기관 없는 신체를 무언가가 순환하도록, 통과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동일한 절차들이 두 국면 모두에서 쓰이고 있지만, 그것들은 되풀이되어야 하고 또 두 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죠.

어째서 두 가지 국면을 구별하려는 것일까? 한마디로 앞에 나왔던 히포콘드리아적 신체라든지 분열자적 신체, 그죠? 이런 약물 중독된 신체, 이들이 실패했던 이유가 탈기관화 또는 탈지층화 하는 데서 멈췄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거죠.

탈기관화 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못하다는 거죠. 자, 그것이 기관 없는 신체가 실패에 봉착하는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기체’로부터 벗어나고자 탈기관화 했지만, 그것에서 멈추어버린다면 그것은 자살을 의미하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치매상태가 되고 만다는 거죠. 그야말로 텅 빈 기관 없는 신체가 되는 것입니다. 왜 기관 없는 신체가 기쁨과 환희, 춤으로 가득할 때 이처럼 꿰매어지고, 유리처럼 되어 버린, 긴장증적이며, 무언가에 흡인된 신체들의 음울한 대열이 나타나는 것일까? 하필이면 왜 이런 사례들이며, 왜 그것을 통과해야 하는 것일까?

다시 말씀드리면 ‘유기체’라는 지층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신체에 새로운 강렬도의 흐름이 통과하도록, 또 이를 통해서 자신을 새로운 존재로 재구성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거죠. 이게 두 번째 국면에 해당되는 얘기죠.

그런 점에서 기관 없는 신체를 향한 시도가 두 번 이뤄져야 한다는 건 바로 이러한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동일한 실패가 두 번 있을 수 있죠. 두 번의 실패 또한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두 번 실패할 수 있는데 그것은 동일한 실패, 동일한 위험입니다. 즉 한 번은 기관 없는 신체를 구성하는 수준에서, 또 한 번은 그것을 통과하든가 그렇지 않던가 하는 수준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훌륭하게 자신은 기관 없는 신체를 이루었다고 믿으며, 장소, 능력, 집합성, 완전히 혼자일 때조차 완전히 집합적인 것만이 존재한다.

어쨌든 훌륭한 장소, 능력, 집합성을 선택했다고 믿는다. 그런데 정작 ‘유기체’로부터 벗어나고 탈기관화 했는데, 자신의 신체는 아무것도 흐르지 않고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하는 그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것도 순환하지 않거나, 더 이상 거시기가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일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뭘까요? 그러니까 프로이트에서의 이드. 어떤 욕망과 좀 비슷한 거라고 한 번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욕망의 흐름? 에너지? 그렇게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마조히스트가 자신의 기관을 이리저리 꿰매는 것은 첫 번째 국면, 즉 유기체로부터 벗어나 기관 없는 신체로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여기에서 자기가 어떻게 하는지 보세요.

“마님, 나를 탁자에 묶고 로프로 튼튼히 동여매도 좋아요. 10분에서 15분, 이는 도구들을 준비하는 시간이지요. 최소한 100번의 채찍질을 하되 멈추는 것은 몇 분을 넘지 마세요. 꿰매기를 시작하세요. 귀두의 구멍을 꿰매고, 피부를 귀두와 함께 꿰매요. 모자가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음낭을 허벅지의 피부와 함께 꿰매요. 가슴을 꿰매되, 젖꼭지마다 구멍 네 개짜리 단추를 단단하게 다세요. 그것들의 단추 구멍을 고무줄로 연결해도 좋아요.”

자, 자신의 신체를 이제 기관들을 전부 다 탈기관화 시켜서 꿰매는 작용이 시작되죠. 이제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갑니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는데요, 탁자 위에다 나를 뒤집어엎어 놓고 다리를 한데 묶어놓거나, 아니면 양 손목, 다리, 몸 전체를 기둥에 단단히 묶어 놓으세요. 그리곤 내 등과 엉덩이, 허벅지에 채찍질을 하세요. 최소한 100번입니다.”

여기에서 채찍질을 가하는 행위는 자신의 신체에 무언가 흐르도록 한다는 거죠. 예,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