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루언의 테제들

▲미디어는 메시지다.

이 말은 이니스의 영향을 물론 받았겠지만 그 전에 이미 낭만주의의 예술론, 그러니까 내용이 아니라 형식을 중요시한 데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현대 예술에서 진리는 형식 속에 침전되고 내용이 사라져버린다.
→대상의 재현이 깨지게 되면서 형식 안에 내용이 담긴다는 이러한 테제는 20 세기 초반부터 일반화되었던 경향이고 19세기 낭만주의에서도 나타난다.

현대 예술은 자기 지시성을 가진다. 즉 자연을 탐구하는 것이 예술 그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다. 미술에서 선과 형태 자체를 탐구하는 것처럼 매체 자체에 주목을 하는 것이 미학적 현대성이라고 볼 때 맥루언은 그러한 미학적 관점, 문예이론이나 예술이론의 관점에서 형식주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미디어 형식주의

▲미디어는 마사지다.

벤야민은 미디어를 지각의 문제와 연결시켰었는데 맥루언도 이와 비슷하게 마사지라는 촉각적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사지는 촉각적인 현상이고 미디어가 가진 촉각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벤야민이 말하는 시각적인 지각을 촉각적인 지각으로 바꾸어놓는다는 명제와 일치한다.

▶ 참고자료
맥루한 [Herbert Marshall Mcluhan, 1911.7~1980.12.31]

1964년 『미디어의 이해』라는 저서를 통해 '미디어는 마사지다',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는 견해를 밝혀 현대 미디어이론에서 사용하는 '미디어'라는 단어와 가장 근접한 개념을 제시하였으며, 미디어의 발전과 인간 존재의 관계를 연구하여 근대의 인쇄혁명과 TV로 대표되는 전자미디어가 서구문명에 미칠 영향을 예견하여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촉각적 지각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넘어올 때에는 감각의 편중이 생긴다는 것이다. 문자를 기록하게 되면서부터는 음성이 사라지고 눈으로 읽게 된다. 사람들은 처음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원래는 다섯 가지 감각을 모두 사용했었는데 말을 사용하게 되면서 청각이 발달한다. 말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시각이 발달한다.

낭독문화가 묵독문화로 변하면서 입으로 소리를 내지 않고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이것은 합리주의건 경험주의건 내 의식으로 내 의식을 들여다본다는 근대 철학의 패러다임이 된다.

모든 감각의 바탕이 되는 감각은 촉각이고 여기에서 다섯 가지 감각이 분화되는 것이다. 들뢰즈의 말에 따르면 원시적인 감각은 공감각인데 즉 귀로 보고, 눈으로 맛보고 입으로 듣는 식의 감각을 말한다. 맥루한이 말하는 공감각은 다섯 가지 감각을 골고루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 맥루언은 전자매체가 글을 사용하고 난 뒤에 생겨난 시각과 청각의 편향들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정치적 기능

1950년대에는 텔레비전이 가정으로 들어온 시대인데 귄터 안더스는 텔레비전이 가정도 파괴하고 individual을 파괴해서 dividual로 만들어버리고 심지어는 정치적인 것 자체를 사라지게 한다, 공적인 것을 사적인 것으로 산포시킴으로써 정치적인 것 자체를 사라지게 한다고 했는데 맥루언은 미디어가 어떤 정치적인 기능을 한다고 본다.

우리는 텔레비전이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맥루언이 연구할 당시 미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표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정치토크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또한 케네디와 닉슨이 선거운동을 할 때 라디오를 들은 사람들은 닉슨이 유리하다고 보았지만 텔레비전을 본 사람들은 케네디가 유리하다고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국민들은 텔레비전을 보았기 때문에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는 케네디가 닉슨을 누르고 대통령이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벤야민이 영화 매체가 대중의 비판적 의식을 높여주고, 정치적 참여를 부추긴다고 본 것처럼, 맥루언은 그런 비판적, 정치적, 진보적 기능을 텔레비전에서 기대했다.

⇒ 벤야민의 기대가 지나친 낙관이었던 것처럼 맥루언이 텔레비전에 걸었던 기대도 지나친 낙관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우리 눈에는 좀 기이하게까지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참여'라는 문제를 좀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의 얘기가 마냥 터무니없이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핫미디어와 쿨미디어

'핫미디어'와 '쿨미디어'를 구별하는 기준은 정세도와 참여도이다. 맥루한의 구분에 따르면 영화는 핫미디어, 텔레비전은 쿨미디어이다. 사실, 영화는 해상도가 높고, 텔레비전은 해상도가 떨어진다. 영화와 달리 텔레비전의 영상은 주사선을 통해 망점이 배열되는 형태로 이미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세도가 높으면 참여도가 떨어지고 참여도가 높으면 정세도가 떨어진다.→ 반비례관계
정세도가 떨어지는 매체는 영상을 완성시키는 데에 시청자의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영화는 화면이 너무나 완벽해서 영상을 완성시키는 데에 굳이 관객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영화의 영상은 완성된 형태로 관객의 눈 속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반면 주사선을 통해서 망점이 배열되는 형태로 형성되는 텔레비전의 화면은 다르다. 마치 점묘파의 그림처럼 한 무더기의 망점들로 제시되는 화면에서 망점과 망점을 연결해 모자이크처럼 상을 짜는 데에 시청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셜 맥루언은 TV 영상의 모자이크적 성격을 지적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북두칠성의 일곱 개 별을 연결해 국자 모양을 만드는 것은 바로 보는 이의 과제가 된다. 반면 국자의 그림이 완성된 채로 주어지면 국자를 국자로 인지하는 데 보는 이가 기여할 일은 없어진다. 그리하여 맥루한은 해상도가 높은 영화(hot media)와 달리 화소의 모자이크로 된 TV 영상(cool media)은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대신 시청자의 참여도는 높다고 말한다.

'TV가 고해상도에 도달하면 어떻게 되는가'?
맥루언은 이 물음에 단호하게 '그렇다면 그것은 더 이상 TV가 아닐 것'이라고 대답했다.

▲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

의수이론Prothese-these(프로테제는 의수나 의족, 인공장기 같은 것을 말한다)

텔레비전은 인간의 눈을 확장시킨 것이다. 라디오는 귀의 확장이고 기차는 다리의 확장이며 포크레인은 팔의 확장이다. 이는 미디어에 관한 의수이론이라고 한다. 맥루언이 말하는 미디어의 개념은 굉장히 넓은데 transportation이나 communication만이 아니라 전등도 미디어가 된다.
→맥루언이 보기엔 인간과 세계 사이에 들어오는 것, 인간이 만든 모든 도구가 미디어이다.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기 때문에 미래에는 인간의 정의 자체가 인간만으로 가능하지 않고 (1)어떤 미디어와 결합되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2)같은 미디어와 결합을 할 경우에는 얼마만큼의 결합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예) 운전을 배운다는 것도 자동차와 나이 결합도를 높이는 것이고 타자를 치는 감각은 손가락에 이미 기입되어 있는 것이다.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으로 본다는 점에서 맥루한은 근대적이다.

▲ 내파implosion와 지구촌

지구촌Global village 개념은 다양한 함의를 가진다.

전통적인 공동체는 내부의 동질성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공동체 바깥의 경계들을 해체시켜버린다.
⇒ 바깥으로 외파explosion되고 동시에 내부의 차이들을 지워버리게 된다.→ 내파

구술문화가 갖고 있는 장점들, 민주주의, 쌍방향성들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것을 하나의 빌리지village로 만들어버리고 제국주의적인 동질성의 폭력을 행사하는 파괴적인 측면도 있다.

캐나다 토론토 학파는 일반적으로 전자매체에 대해서 낙관을 한다. 구텐베르크 은하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해서 문자문화의 편향bias을 바로잡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들은 전자매체가 가진 제국주의적 성격들에 대한 막연한 우려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