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형태들

※ 학습목표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다.

▲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프롬은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며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적인 사랑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자식들이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한없이 포용하는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 여하와 관계없이 자식들은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적인 사랑이다. 아버지는 자식이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한에서만 사랑을 베푼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어머니의 자식사랑과는 달리 조건적인 사랑인 것이다. 자식이 어머니의 사랑만 받게 되면 그 자녀는 수동적인 나르시즘적 사랑의 상태에 빠져서 발전과 성숙을 하지 않는 미성숙한 사랑에 머물기 쉽다. 아버지의 조건적인 사랑만을 받고 자란다면 자녀들은 융통성과 용서의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게 될 것이다.

▲ 형제간의 사랑

모든 사랑의 기초에 있으면서 가장 근원적인 사랑은 형제애이다. 이러한 사랑은 책임감, 돌봄, 존경, 어떤 다른 인간에 대한 지식 그리고 그의 삶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뜻한다. 형제애는 모든 사람과 하나되는 경험이다. 이는 성서에서 말하는 “네 이웃은 네 몸같이 사랑하라”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이다. 형제애는 두 사람이 동등하다는 것과 나아가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경험에 기초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낯선 사람, 가난한 사람에 대한 사랑도 포함한다.

▲ 어머니의 사랑

프롬은 어머니의 사랑이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자식의 성장을 위한 돌봄의 사람이기에 자식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어떤 원칙에 입각해서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사랑과 대조 된다. 아버지의 사랑은 아버지가 말한 원칙에 입각해서 행동했을 경우 그 자식은 사랑을 받고 상속을 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형벌이 가해진다. 구약성서 창세기의 야훼하느님 아버지가 이러한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아버지의 사랑에서는 약속, 혹은 계약이 있고 이에 따른 순종과 불순종이 중요한 윤리적 가치 가운데 하나가 된다. 이성간에 이루어지는 에로틱한 사랑과 달리 어머니의 사랑은 한 사람이었던 두 사람이 분리되는 것과 관계가 있다. 반면에 에로틱한 사랑은 분리되어 있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려는 사랑이다.

▲ 에로틱한 사랑

에로틱한 사랑은 또 다른 한 사람과의 완전한 결합을 향한 갈망이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친해지는 관계로의 발전이 에로틱한 사랑이다. 에로틱한 사랑은 형제간의 사랑이나 어머니의 사랑에는 없는 배타성이 있다. 에로틱한 사랑은 사실상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영화 <나쁜 남자> 중에서

▲ 자기 사랑

자기애는 전통적으로 이기주의와 죄로 간주되어 왔다. 칼빈이나 프로이트 등은 이러한 자기애를 “페스트”나 나르시즘으로 간주하였다. 다른 이성에 대한 성욕이 자기에게로 향한 것이라고 프로이트는 보았다. 프롬은 자기사랑을 이렇게 간주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면서 다른 사람만을 사랑한다면 그는 결코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없다.

▲ 신의 사랑

인간의 사랑 욕구 뒤편에는 근본적으로 어떤 분리경험이 있다. 그래서 어떤 것, 혹은 어떤 사람과 하나가 됨으로써 그러한 분리로 인한 불안을 극복해보고자 하는데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왜 사랑을 하느냐는 것은 분리되어 혼자 있다는 불안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에서는 아버지와 같은 하느님 표상도 있고 어머니와 같은 하느님 표상도 있다. 가부장적 종교에서 하느님은 아버지인데 정의롭고 엄격하여 형벌과 보상을 내린다. 그리고 아버지 하느님은 자신이 사랑하는 특정한 사람,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한다. 아브라함을 선택하고 이삭을 선택하고 야곱을 선택하고 이스라엘을 선택하시는 그러한 하느님이다. 모계사회적 특성의 종교에서는 모든 것을 포괄하시는 어머니 하느님이 등장한다. 어머니 하느님은 내가 가난하거나 힘이 없거나 내가 죄를 지었거나 그렇지 않던 간에 변함없이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나를 차별하려 하시지 않는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간에 나를 구원하시고 나를 용서하신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와 역설 논리

서구 세계는 전통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논리적 원칙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는 ‘A는 A이다 라는 동일률’, ‘A는 비(非)A가 아니다’라는 모순률, ‘A는 A면서 동시에 비(非)A일 수 없다’는 배중률에 기초해 있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는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이와는 달리 역설 논리에서는 어떤 X의 서술어로서 A와 비(非)A가 동시에 가능하다. 이러한 논리는 중국이나 인도사유에 있어 지배적이다. 서양에서는 헤라클레이토스와 헤겔, 마르크스의 철학에서 지배적인 논리이다. 노자는 진실된 말은 역설적으로 표현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두 가지로 표현될 수 있다. 어떤 것은 존재하며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것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역설논리를 펼치는 사람들은 실재를 단지 모순 속에서만 파악한다. 이들은 사유 속에서 궁극적인 단일 실재만을 지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논리에 입각하면 하느님의 사랑은 사유 속에서의 하느님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하느님과 하나 되는 경험의 행위속에서만 체험될 수 있다. 역설논리에 입각한 사유를 하는 사람은 관용적이며 자기 변형을 향한 노력을 한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적 논리는 도그마나 과학, 카톨릭 교회 그리고 원자에너지의 발견에 이르는 기초 역할을 한다. 이를 다시 다른 말로 분류해서 말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는 대상 혹은 사물에 주안점을 둔 명사적 논리이자 주어적 논리라고 할 수 있으며 역설논리는 움직임에 주목하는 동사의 논리, 혹은 술어적 논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에서 하느님의 사랑은 명령하고 지배하고 복종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하나 되어서 서로 관계하고 용납하는 역동적인 관계이다.

▲ 현대서구 사회에서의 사랑과 이에 대한 무관심

현대 사회는 자본의 집중, 대량생산에 의한 대량소비 그리고 기계화로 대표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이 관료화 되고 기계화 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사랑의 관계도 상품가치처럼 서로의 교환가치에 의해 평가가 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사랑은 성적 욕망의 산물이다. 만약 두 사람이 서로 성적으로 만족시키는 법을 안다면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이 부재하는 이유가 성적인 사랑을 위한 바른 테크닉이 없어서라고 본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랑의 목적은 수동적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 사랑의 병리적 현상

어머니에 대한 애착에서 감정전이 되는 상황
마마보이가 전형적으로 이러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베풀어준 사랑을 이상적인 사랑으로 간주하고 평생 어머니의 사랑방식에 고정이 되어 모든 다른 자신이 만나는 연인에게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갈구하는 상태. 이러한 마마보이의 사랑방식은 “사랑하는 것” 보다는 “사랑받은 것”에 더 주안점을 둔다.

아버지에 대한 애착에서 감정전이 되는 상황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아버지의 칭찬과 비난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언제나 사회생활에 있어 성공과 출세를 지향하는 삶의 스타일이다. 이러한 사람에게 있어 애인이나 여성은 부차적이다. 결혼한다 해도 언제나 아버지의 칭찬이나 비난이 중요하다. 이러한 유형의 남자는 여자를 작은 소녀처럼 대한다. 보통 여자들은 남성적으로 보이기에 이러한 남성에게 끌리기 쉽지만 곧 실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