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리아드에 관하여

※학습목표

호메로스의 영웅서사시 『일리아드』와 황금사과이야기에 대해 알아본다.

▲ 『일리아드』에 관하여

· 현존하는 인류 최초의 문헌

· 기원전 12세기에 실제로 있었던 트로이아 전쟁을 호메로스가 기원전 8세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하여 쓴 영웅서사시

· 총 10년의 전쟁 기간 중, 마지막 9년의 어떤 사건으로부터 헥토르의 장례 때까지의 이야기

일리아드에 나오는 이야기는 기원전 12세기에 실제로 있었던 트로이아 전쟁을 호메로스가 기원전 8세기에 자신의 작가적 상상력을 통해서 재구성해서 쓴 영웅서사시이다.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가 호메로스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리아드』는 비극작품이 아니며 호메로스는 비극작가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리아드』는 『오뒤세이아』와 더불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활동했던 기원전 5세기에 교양인이 가져야 될 가장 기본적인 지침서역할을 했다. 이 두 작품을 암송하는 사람들을 교양인이라고 불렀으며 플라톤의 대화편들 속에서도 이 두 작품의 구절이 많이 인용된다. 또한 현존하는 인류 최초의 문헌이라고 하는 역사적인 가치 또한 대단히 큰 작품이다.

▲ 트로이아 전쟁은 실재했는가

- 하인리히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

독일인 사업가 하인리히 슐리만은 자서전에서 어릴 때부터 호메로스의 『일리아드』가 가장 감동 깊게 읽은 책이라고 고백한다.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유물을 발견, 발굴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1868년, 자신의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사업으로 번 막대한 자금을 터키정부에 지불하고 트로이아 일대에 대한 독자적인 발굴권을 갖게 된다. 고고학자가 아닌 그가 이와 같은 노력을 했던 것은 순전히 『일리아스』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상상의 해저도시 아틀란티스처럼 트로이아를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곳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슐리만은 트로이 성곽을 찾아내었고 트로이아 전쟁이 인류역사상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 터키의 트로이를 가게 되면 트로이의 성채가 1기층, 2기층, 3기층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원전 12세기에 트로이아 전쟁을 겪은 것은 성채의 1기층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슐리만이 찾아낸 성채는 트로이아 전쟁 후 축성된 2기층 3기층에 해당하는 성채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해 발굴하긴 했지만 결국은 그렇게 원하던 트로이아 성채가 아닌 그 이후에 다시 축성된 그런 성채들을 찾았다는 것이다. 또 오늘날의 고고학자들은 하인리히에 의해 트로이아 전쟁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트로이의 성채를 너무 많이 훼손시킨 장본인이라고 공격하기도 한다.

▲ 전리품을 통해 본 기원전 12세기의 그리스 문화 - 청동기에서 철기로

- 가장 귀한 전리품은 아름다운 여인들

『일리아드』에는 전투에서 뛰어난 공을 세운 영웅들이 나누어갖는 전리품들 이야기들이 나온다. 전리품들 중 가장 귀한 취급을 받은 것은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런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인을 전리품으로 취할 때는 반드시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 조건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 여인이나 다 전리품으로 취하진 않는다. 아름다운 여인이어야만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름다운 여인은 모두 전리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한 가지 조건은 반드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여인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여인을 상품화해서 주고받았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랑을 느끼게 된 아름다운 여인을 나의 여인으로 맞이하는 것이다.

- 세발 달린 가마솥이 귀한 전리품이었던 까닭

기원전 12세기, 아름다운 여인이나 금은보석만큼 귀하게 여겨졌던 전리품은 세발 달린 가마솥이었다. 지금 그리스나 이태리 쪽에 고고학 박물관에 가면 이 세발 달린 가마솥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마솥과 모양과 크기가 흡사하지만 다리가 세 개가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정착생활을 했기 때문에 부뚜막에 걸어놓으면 되는 우리 가마솥과 달리 다리가 셋이 있었다는 것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로 이동문화였음을 볼 수 있다. 이 가마솥이 훌륭한 전리품의 내역에 들어간 것은 기원전 12세기 그리스의 문화는 청동기에서 철기로 이행하는 단계라 철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이다.

- 영화 트로이는 첫 장면부터 고증이 잘못되었다

영화 트로이의 첫 장면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전투장면이다. 그런데 그 전투장면에서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등 인간의 영웅들부터 하급병사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쇠로 된 칼과 방패를 들고 있다. 그러나 당시는 쇠로 된 솥이 귀중한 전리품이었던 시대로 모든 병사들이 쇠로 된 칼과 방패를 가졌을 리 없다. 실제 전투상황에서는 뛰어난 영웅들만 쇠칼과 쇠방패를 들고 대다수의 병사들은 염소가죽 방패라든가 청동칼을 들고 싸웠을 것이다.

▲ 『일리아드』와 트로이아 전쟁

- 『일리아드』에는 트로이 목마가 없다

트로이아 전쟁의 상징인 트로이 목마가 일리아스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호메로스의 다른 책 『오뒤세이아』에서 등장) 『일리아드』는 9년의 어떤 특정한 사건부터 이야기가 시작돼 바로 며칠이후에 헥토르의 장례식으로 끝난다. 호메로스 『일리아드』만 가지고 트로이아 전쟁사를 하나의 줄거리로 엮어낼 수는 없다. 두 권의 호메로스의 작품과 삼대 비극작가들의 또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트로이아 전쟁의 시간적 배열을 재구성해 보자.


▲ 트로이아 전쟁의 발발원인

호메로스는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를 중심으로 하는 동방전체가 벌였던 전쟁을 트로이아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오늘날 고고학자들의 견해는 호메로스가 전하는 전쟁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마이클 우드는 트로이아 전쟁의 발발원인을 지중해 해상무역권이라고 본다. 당시 트로이가 장악하고 있던 지중해 해상무역권을 그리스 연합군 전체가 되찾기 위한 전쟁이라는 것로 오늘날 트로이아 전쟁에 관련된 가장 정확한 분석이다.
그러나 고고학적이나 역사적으로가 아닌, 호메로스의 작가적 관점에서 신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트로이아 전쟁사를 풀어가도록 하자. 호메로스의 생각은 어땠는지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어땠는지 그리고 실재했던 트로이 전쟁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해보도록 한다.

▲ 호메로스가 전하는 트로이아 전쟁의 발단

■ Peleus왕과 Tetis여신의 혼인 잔치에 불화의 여신 Eris가 나타나
    ‘황금 사과’를 던져 놓음
■ 트로이아의 왕자였던 양치기 Paris가 ‘황금사과’의 주인을 가려줌.
■ Paris는 Aphrodite 여신의 도움으로 Helene와 함께 트로이아로 귀국

▲ 신이 받는 벌, 인간과의 결혼

테티스 여신이 인간의 왕인 펠레우스와 혼인을 하게 된다. 불멸의 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인간과 혼인하는 것은 신에게는 일종의 형벌이다. 그 대표적 예는 프로메테우스가 불과 지혜를 훔치도록 만든 장본인, 에피메테우스다.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최초의 인간의 여인인 판도라와 혼인하는 형벌을 받았다.

-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보는 인간과 불멸의 존재의 결합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는 아홉명(9-고난의 상징)으로 결성된 반지원정대가 나온다. 원정대 대장인 아라곤 - 인류 최초의 원정대인 아르온 원정대에서 땀 - 은 요정과 사랑의 빠진다. 요정의 아버지인 요정의 왕은 딸의 사랑을 끝까지 반대한다. ‘너는 영원히 살터인데 너의 사랑하는 사람은 죽어가는 모습을 네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아픔과 고통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라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불멸의 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인간과 혼인한다는 것은 일종의 형벌이다. 사랑해서 혼인을 했는데 영원한 청춘을 사는 불멸의 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병들고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일종의 벌이다.
따라서 그리스 신화에서는 인간과 신의 혼인은 신에게 있어서 형벌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인간이었던 프쉬케가 제우스에게 불사의 은혜를 받고 사랑의 신 에로스와 혼인한 것은 형벌이 아닌 예외적 경우에 속한다.

▲ 제우스가 두려워한 예언

테티스 여신에게 ‘아들을 낳으면 그 아들이 아버지를 능가할 것이다’라는 예언이 주어진다. 따라서 테티스 여신이 신과 혼인하여 아들을 낳는다면, 그것은 신을 능가하는 또 다른 신의 탄생을 의미한다. 그것은 제우스에게서는 용납될 수 없는 사건이다. 제우스는 절대적인 지배권을 확립하기 이전에 세 번의 치열한 마케이아를 경험했다. 기간테스, 튀폰 등과 싸웠던 제우스가 가장 힘들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신들 사이의 또 다른 전쟁이다. 만약 테티스 여신이 어떤 신과 혼인을 해서 기존의 신들을 능가하는 또 다른 신이 탄생하게 된다며 그 신은 당연히 제우스에게 어마어마한 도전이 될 것이었다.

▲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

따라서 제우스는 이와 같은 예언을 피하기 위해서 테티스가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왕 펠레우스와 혼인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러면 둘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들은 인간을 능가하는 또 다른 인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훗날 태어나는 아들이 『일리아드』의 주인공인 아킬레우스다. 아킬레우스는 어머니의 예언에 따라 기존의 인간을 능가하는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 초대받지 못한 손님의 선물, 황금사과

제우스는 어쩔 수 없이 혼인을 시킨 테티스 여신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성대한 혼인잔치를 베풀고 모든 올림포스 신들과 뛰어난 인간 영웅들을 초대한다. 그러나 이 잔치에 에리스라고 하는 여신은 초대되지 않는다. 에리스는 불화의 여신이다. (무지개의 여신으로 12주신의 심부름을 하는 이리스와 혼동하지 말 것) 초대받지 못하자 화가 난 에리스 여신은 혼인잔치 말미에 황금사과 하나를 던져 넣는다. 이 황금사과는 공교롭게도 헤라여신과 아테나 여신, 아프로디테 여신 사이에 떨어진다. 불화의 싹을 던진 것이다. 황금 사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