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강 피시스physis Ⅲ

◆ 퓌지스에 대한 두 가지 해석


▲ 퓌지스의 동적인 해석과 정적인 해석

지난번에 할 적에는 physis라고 하는 말에 대한 동적인 해석과 정적인 해석이 있다고 했었죠. 한 번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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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난 시간에 동적이론은 physis를 생명으로,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 생명으로 보는 거고 그 다음에 정적인 이론은 어떤 사물의 본질, 구조, 본성으로 본다는 두 가지 측면을 봤죠. 원학적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했죠.

발생된다는 의미와 연관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Be-존재한다는 의미하고도 연관이 있기도 하구요. 전반적으로는 발생한다는 의미를 뜻하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구조를 뜻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보죠.

보통 과학사라든가 합리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인간 지식의 발전으로 보죠. 학문 역사 속의 진보로 보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반대로 인간이 생동하는 자연과 함께 있다가 추상적인 사고를 하게 되면서 자연에서 떨어져 나오고 어떤 불변의 본질적인 것들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도 하죠.


▲ 본질과 생성의 역사

그런 사람들은 현대에 생겼어요. 전반적으로는 발전으로 보죠. 그리고 이런 식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가 헤라클레이토스하고 아낙사고라스죠. 헤라클레이토스는 거의 피타고라스학파와 비슷한 시대의 사람이고 에피토클레스 같은 사람은 엘레아학파를 거친 후기 자연철학자지요.

헤라클레이토스 같은 사람은 불에서 물이 나오고, 물에서 공기가 나오고, 공기에서 흙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런 식의 ‘탄생’, 제네시스(genesis)에 대한 사유가 있습니다. 반면 후기 자연철학에서는 모든 제네시스들을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입자들로 보죠.

에피토클레스는 스토이케이온(stoicheion)이란 말을 쓰죠. 나중에 이 말은 라틴어로 엘레멘툼(elementum)이 되지요. 이 말은 지금도 화학에서 가끔 쓰죠. 보통 원소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생성이라는 것은 피상적인 모습이고 진짜 실재는 물, 불, 공기, 흙 네 가지 원소의 혼합뿐이다. 분리하고 결합하는 두 가지 과정밖에 없다는 거죠. 그래서 헤라클레이토스로부터 엠페리클레스로의 이행 과정에는 물론 엘레아학파가 있죠. 자기 동일적이고 영원한 단 하나에 대한 엘레아학파에 대한 그림자는 서양 사상사에서는 워낙 크죠.

그래서 니체, 베르그송, 하이데거 모두 서양 온톨로지 전통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보통 엘레아학파를 비판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그 이유도 생성으로의 퓌지스가 아니라 완전하고 완벽한 존재, 일자를 얘기하는 게 엘레아학파고 후대에 나오는 철학자들은 모두 어떻게 해서든 엘레아학파의 영향을 받아요.

프랑스의 과학철학자 메이에르송 이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 사람은 근대과학조차도 모양이 좀 바뀌었을 뿐이지 엘레아주의라고 얘기하죠. 그래서 탄생 죽음 같은 것은 존재의 피상적인 모습이지 실제의 모습은 아니다.

뭐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볼 때 가장 원초적인 틀이 기본적으로 ‘죽느냐 아니냐 ’였어요. 현대인들은 그게 여러 가지 얘기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범주가 타나토스(Thanatos)냐 안타나토스냐.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삶의 조건이 물론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죽음하고 먹는 것, 성 세 가지죠. 일본의《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영화가 있죠. 감독이 누군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데 오에 겐자부로 제자지.

이마무라 쇼헤이보고 사람들이 인류학적 감독이라고 하죠. 그 사람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면인 죽음, 성, 먹는 것을 잘 표현하죠. 《나라야마 부시코》가 대표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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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퓌지스와 노모스

우리가 보통 페르시아 이전의 자연철학으로부터 페르시아 이후의 아테네 철학으로의 이행을 퓌지스(physis)에서 노모스(nomos)라고 하는데 굉장히 유명한 말이죠. 이때 nomos가 physis와 동일시되는 사회는 공동체가 완벽한 사회죠.

공동체가 완벽하게 장악된 사회는 공동체 밖에 사는 사람들이 노모스라고 보는 것도 그 사람들한테는 퓌지스인 거죠 아주 당연하게. 그런데 공동체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개인주의가 등장하게 되요. 개인주의가 등장하게 되면 퓌지스라고 알고 지내게 된 노모스에 대해서 회의하고 무너지게 되죠.

그러면서 퓌지스와 노모스를 본래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구분하게 되죠. 퓌지스는 본연이라고 본다면 노모스는 작위적인 것으로 보는 거죠. 사실은 퓌지스에서 노모스로라고 말을 하는데, 나는 그 말이 정확한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볼 때 그 말은 조금 피상적인 말 같아요. 옛날 사람들은 자연, 퓌지스를 얘기했는데 이제는 노모스를 얘기한다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퓌지스에서 노모스라고 하는 것은 표면적인 이야기고 더 심층적인 이야기는 거꾸로 노모스가 나타나고 나서 퓌지스를 생각하게 된 거에요.


▲ 퓌지스의 이해에 대한 두 갈래

노모스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으면서 거꾸로 오히려 퓌지스와 구분이 되는 거죠.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은 노모스가 무너진 시대에 산 사람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에요. 그래서 퓌지스를 가지고 들어오고요. 그런데 퓌지스에 대한 이해가 두 개로 갈리는 거죠.

전에 내가 잠깐 얘기했듯이 동양철학에서 ‘성’에 대한 이해가 맹자적인 성과 고자적인 성이 갈라진다는 것과 같아요. 동양으로 말하면 퓌지스가 바로 성이에요. 비유하자면 노모스는 ‘습’이죠.

여기서 논어의 ‘성상근습상원(性相近習相遠)’이라는 말이 생각나죠. 기본적인 문제의식이 똑같죠. 퓌지스를 보는 입장이 다른 거죠. 메타 퓌지스는 인간의 도덕적 가치, 주관을 넘어설 수 있는 근본적인 본질로 보는 입장과 형이상학적인 껍질을 전부 벗은 적나라한 자연으로 보는 두 입장으로 갈라지는 거죠. 명확히 얘기하면 거기에서 갈라지는 거죠.

그래서 안티폰 같은 사람은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거죠.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겁니다. 그런데 이 본성을 법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안 지켜도 된다. 단 내가 법을 지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렇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제재를 받기 때문인 거죠.

그러니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제재를 받지 않는 인간이 뛰어난 인간이라는 거죠. 그게 안티폰 이야긴데요. 그게 소피스트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에요. 국가일보에 나오는 ‘정의는 강자의 힘이다’라는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구요.

그게 그리스 철학사에서 등장하는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소피스트들을 아주 혁명적으로 본 사람이 있고 오히려 아주 고색창연한 형이상학적인 퓌지스의 개념으로 얘기하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보수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말하듯이 소피스트들은 굉장히 파괴적이다 라고 보고 거기에 대해서 대화를 낸 사람이 플라톤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죠. 물론 후자가 대다수에요. 여기서 재미있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칼리클레스(Callicles)의 입장에서 퓌지스는 ‘타고난 힘’이라고 보는데 처음 들어보는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칼리클레스는 국가에 나오죠. 타고난 힘이란 이야기는 요새 식으로 말하면 ‘기’ 라든가 ‘에너지’로 봤다는 거죠. 생성론적으로 본거예요. 사실 더 예민한 이야기는 조금 아까 이야기한 인간의 적나라한 본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여기서는 또 다른 점을 이야기 해 주고 있어요.

사람은 퓌지스에 있어서는 다 같은데 노모스에 있어서는 다르다. 성상근습상원은 번역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에요. 지금 이 부분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요. 타고난 성은 똑같은데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생각인 거예요.

근데 플라톤에 오면, 퓌지스라는 말의 용법이 아주 복잡해지고 다양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퓌지스는 작위적이지 않은 것을 통칭하죠. 아주 용법이 복잡한데요. 형상은 퓌지스 속에 있고 위에는 없다. 형상이라는 것은 객관적인 것이다. 이런 이야기죠. 그 다음에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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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편적인 것으로서의 퓌지스

퓌지스라는 말에 관련해서 또 하나 짚어볼 것은 플라톤에서의 퓌지스라는 말은 보편적인 것이라는 겁니다. ‘보편’이라는 말은 서양 담론사에서 역사를 보면 두 가지 맥락이 있어요. 여기서 얘기하는 보편은 근본적인 우주 전체, 또 하나는 우리가 말하는 보편자, univercial을 말하구요.

퓌지스라는 말의 한 가지 뜻은 보편적인 것이다. natural science와 science humanity 의 구분도 그런 거죠. natural science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다루는 게 아니지. 생물학은 인간 전체를 다루는 보편적인 것을 다루는 학문하고 구체적인 것, 개별적인 것을 다루는 학문과는 달라지죠.

그래서 그거는 nature, comos, holon, 전체, pan 까지 전부 연관되는 거죠. 사람마다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지니까요. 그러니까 퓌지스라는 것은 변해감, 생성해 가는 것, 의미가 변해과는 과정에서 생성하는 전체, 변해가는 전체를 가리키는 말도 된다는 거죠.

그래서 명확하진 않지만 보통, 퓌지스라는 말을 이중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다양하지만 정리하면, 흔히 말하는 comos 는 법칙으로 가지고 돌아가는 제한된 의미가 있구요. comos보다 근원적으로 생성해 가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피오마이라는 동사의 뜻에 가까워요.

피오마이의 가깝다는 의미는 이 퓌지스라는 말의 원래 의미의 집성이구요. 합리적 지성의 등장으로 인해서 그것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정리된 개념이 comos죠. 굳이 대비시키자면 comos는 천지에 해당하죠. 피오마이가 자연에 해당하구요.

지금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리스의 퓌지스에 해당한다기 보다는 퓌지스보다 후대의 뜻인 comos 그리고 그것이 라틴어화한 나투라natura의 뜻에 가까운 거죠. 좀 복잡한데 좀 단순화 시킨 거예요.

퓌지스라는 것을 아주 근원적인 생성·변화하는 세계로 볼 때는 '스스로 그렇다'는 자연(自然)에 가까운 말이고, 인식주체가 사유하는 대상으로서의 이 우주 전체는 천지(天地)에 가깝죠. 천지는 코스모스에 가깝고 라틴어의 나투라는 코스모스에 더 가까워요.

굳이 따지면 우리가 오늘날 알고있는 자연은 옛날 말로 하면 천지에 더 가까운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천지도 아니죠. 대상화된, 재료를 제공해 주는 그런 의미로 화(化)했죠.